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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영화의 가능성
젊은 영화의 가능성
  • 이상용 영화평론가
  • 승인 2011.07.1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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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의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상영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칸 영화제 이후에 열리는 크고 작은 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 볼 수가 있다. 하나는 대다수의 영화제들이 올해 칸에서 선을 보인 김기덕의「아리랑」, 홍상수의「북촌방향」, 나홍진의「황해」(새롭게 편집한 칸 버전)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도 있겠지만 ‘칸’을 통해 올해의 새로운 영화들이 대거 소개되는 것이 일종의 과정임을 짐작케 한다.

그런데, 젊은 감독들이 소개하는 경쟁섹션이나 칸에 소개된 한국영화와 함께 등장하는 프로그램에는 박정범의「무산일기」, 윤성현의「파수꾼」과 같은 작품들을 찾아볼 수가 있다. 이 작품은 올해 완성된 영화가 아니라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인‘뉴커런츠’섹션을 통해 소개된 한국영화다. 두 작품은 모두 뉴커런츠 상을 수상했고(지난해의 경우 13편의 작품 중 2편에 수여했다), 올해 초 로테르담 경쟁부문에 나란히 초청돼 이 가운데 박정범의「무산일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영화에 대한 환대는 국제영화제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영화진흥위원에서 만든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플러스나 한국영상자료원의 프로그램 그리고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의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두 편의 영화는 올해 개봉된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여기에 민용근의「혜화, 동」, 김종관의「조금만 더 가까이」와 같은 영화를 함께 포함하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1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의 얼굴을 파악할 수가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된 한국영화들이다. 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젊은 감독들이 만든 신작들은 부산에 먼저 소개가 된 이후 국제영화제의 무대로 나가는 동시에 국내 개봉을 통해 저변을 확산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을 읽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먼저 눈여겨 볼 것은 홍상수와 김기덕 영화들의 개봉 과정을 이 작품들이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홍상수와 김기덕의 영화는 해외의 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소개되고, 受賞결과에 따라 국내개봉 일정을 조정하면서 영화제를 통해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전략을 폈다. 그것은 이른바 예술영화가 생존하는 홍보 전략이자 관심을 촉발시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부산에서 먼저 소개가 된다는 차이는 있지만 젊은 감독들의 첫 번째 장편영화 역시 영화제를 통한 출발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변화가 있다. 나는 영화 상영 이후 감독들과 관객을 이어주는 이른바‘관객과의 대화’프로그램 진행을 여러 번 맡아 본 적이 있다. 사석에서 감독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민용근 감독의 경우에는 대략 90회 정도의 관객과의 대화를, 윤성현 감독의 경우에는 대략 60회를, 가장 늦게 개봉한 박정범 감독의 경우에는 40회 이상의‘대화’의 자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민용근 감독의 경우에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히 대화에 응대하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대구의 한 극장에서는 상영이 끝난 후 단 두 명의 관객을 위해 극장 밖에서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고 한다.

전설처럼 언급되는 프랑스 영화의 좋은 시절은 장 뤽 고다르나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이‘젊은 감독으로’활약했던 시기이다. 그들은 파리의 극장에서 대화의 자리를 빈번하게 열고는 했다. 「연인」의 작가 뒤라스는「인디아송」을 만든 감독이기도 한데, 그녀가 자신의 임종을 지킨 젊은 남자 얀을 만난 것도 파리의 한 극장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그것은 영화가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오래된 방식이자 다양한 문화를 가능케 하는 형식일 것이다. 상업영화들이 계량화된 홍보방식을 통해 호소하는 것과는 달리 젊은 감독들은 직접 질문을 받고 답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아주 구체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평론가는 관객 1만 명 돌파가 상업영화의 규모와 홍보비용을 감안해 보자면 몇 백만 관객의 동원에 가깝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수백만 관객의 동원은 오늘날 한국영화의 규모가 작아졌다는 것을 감안해본다면 다소 과장된 것일 수 있겠지만 1억 미만 정도의 비용으로 제작된 이들 영화가 관객 1만 명을 넘어서고, 해외 영화제 수상을 통해 제작비 이상의 비용을 벌어들였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적은 규모라도 자본이 필요한 영화산업의 속성상 이러한 결과는 새로운 영화 제작방식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김기덕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해외 판권이나 영화제 상금을 통해 명맥을 유지했다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는 1만 명 돌파가 쉽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새롭게 등장한 젊은 감독들은 좀 더 빠르게 국내의 관객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반기의 한국영화들이 대부분 침체의 과정을보여주는 것 사이에서 젊은 감독들의 새로운 영화는 영화를 향한 열정과 다른 시각으로 상반기의 한국영화를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는 상처 받은 젊은 영혼들, 사회적인 약자들의 내면이 전면에 다뤄지고 있다.

그것은 작가영화의 흔한 소재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올해처럼 많은 감독들이 전면에 첫 영화를 들고 나왔던 적도 드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를 주도한 것이 천만이라는 숫자였다면,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숫자는 1만명이 된 셈이다. 물론, 이것이 새로운 물결(뉴웨이브)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두 번째 영화가 속히 나와야 하는 현실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다만 상반기의 한국영화는 젊은 영화의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하면서, 우리의 현실적 무기력함을 건드리는 출발을 보여줬다.

이상용 영화평론가
필자는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이다. 명지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영화가 허락한 모든 것』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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