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개개인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에코 그린(Eco Green)’사업이란 열풍이 불고 있다. 친환경이란 타이틀을 달았을 때 마치 그 제품은 예쁜 포장을 한 것처럼 질은 더욱 극대화돼 보이고 누구나 찾게 되는 심리를 반영한다. 그만큼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과학을 공부하는 연구원이다.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실험실에서 생활하는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로 오염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방사선과 발암물질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는 이러한 물질들로부터 얼마나 안전한가. 우리는 친환경 정책으로 바뀌어 가는 지금의 사회적 환경에 얼마나 부합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근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의 방사능 유출로 인해 전 국민의 안전성에 적신호가 울렸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에도 유출된 방사능이 유전자 변형과 생태계 파괴를 일으켰으며, 여성 피폭자들은 기형아를 출산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기에 충분했고 정부의 안전대책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이렇듯 현 사회의 문제점이라 꼬집어도 될 만큼 우리는 동기부여가 생겨야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멀리 보기 이전에 지금 우리의 실험실 생활은 어떠한가. 일례로 실험을 배우러 온 학부생 얘기를 해볼까 한다. 인체에 무해한 시약을 사용한 아주 간단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 친구는 직접 실험하는 것도 아닌데 실험 전부터 호들갑스럽게 장갑과 마스크를 찾아 착용했으며 실험 테이블과 거리를 두고 설명을 듣고 있었다. 우리는 유난을 떤다며 그 학부생을 책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 학부생의 그러한 주의력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핀잔을 주던 모습을 생각하면 정작 실험하는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다시금 반성하게 만들었다.
다들 안전 불감증이란 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실험실도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는다. 이공계 실험실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접했을 안전교육. 받는 그 순간만큼은 주의사항을 100% 숙지했을지라도 다시 필드로 돌아오면 큰 사고 없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 스스로를 안전하다 체념하며 지내게 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두려움까지 떨쳐버릴 수는 없다.
과학을 공부하는 연구원이기 이전에 한 여성으로서 이러한 실태는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실험실 연구원 총 10명 가운데 8명이 여자 연구원이며 절반 이상이 기혼자다. 그 중에는 임신 중인 연구원도 있다. 최근 우리 대화에서 화두가 되는 것 중 하나가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임신 전이나 임신 후 그리고 출산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없을까 하는 염려증이 생긴 것이다.
또한 어느 통계자료에 따르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공계 여성 고급인력의 배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에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30대에서 급감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이유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결혼과 출산은 축복 이전에 가장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학위과정 도중에 출산을 하게 된 한 여성 연구원이 육아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도 들려온다.
이렇듯 여성 연구원으로서 한계에 부딪히는 이러한 일들은 여성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과학의 꿈이 영글어 가는 실험실을 만들기 위해선 가장 먼저 연구원 개개인의 최소한의 삶의 질이 보장돼야 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연구 발전을 위해 개인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좀 더 많은 관심과 개선책이 필요할 것이다.
송미영 전북대ㆍ생화학
전북대 의대에서 제1형 당뇨병 및 기관지 천식의 항염증 효과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당뇨질환연구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