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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대학서열화 ‘교양교육’으로 잡는다?"
"사교육비·대학서열화 ‘교양교육’으로 잡는다?"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07.06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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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제 ‘국립교양대학’案, 고등교육체제 대안으로 제시

 

어떻게 하면 복잡한 고등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학 체제 개편을 위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 가운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5일 토론회에서 '국립교양대학안'(이하 교양대학안)을 검토했다. 추후에 '국립대통합네트워크안', '복지국가소사이어티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과)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과)가 ‘국립교양대학’안을 설명했다. 교양대학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학제를 각 1년씩 줄여, 2년제의 교양대학을 신설하고 추후에 일반 대학 및 기술 대학 등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하는 대대적인 교육 체제 개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양대학은 △인문, 사회, 자연, 공학 4개의 계열로 구분된다. △고등학교에서 교양대학을 진학할 때는 자격 시험을 거치고, △일반 대학(3년제)은 교양 대학 졸업 후에 교양대학 성적(70%)과 논술 시험(30%)을 합산한 결과를 가지고 진학한다. △전문자격증이 부여되거나, 고위 공무원 등 질 좋은 일자리가 확실히 보장되는 교육 과정은 국립인 전문대학원 과정에만 설립될 수 있다. △현재 전문대학 과정은 기술대학으로 수렴돼 교양대학 졸업 후나 일반대학 과정 중에 진입할 수 있다. △국공립대 네트워크 또는 권역별 네트워크 등을 통한 학벌 문제 해결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김하수 연세대 교수(국문학과)
강 교수는 교양대학의 신설 및 대학 체제 개편을 통해 사교육 완화 및 초·중·고 교육의 정상화, 대학 서열화 문제 등 현재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교육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하수 연세대 교수(국문학과)는 “교양대학안을 처음 제안된 2007년 대선 당시, 당면한 교육 문제 외에도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평생 교육 기반을 마련하고 사회 체제를 개편하자는 취지에서 이 안을 수립했다”라고 설명했다.

논찬자로 참여한 황형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연구원,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과), 정병오 좋은교사운동대표는 교양대학안에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논찬자들은 특히 교양 대학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점, 실현 가능성, 사교육 경감 효과 등의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황 연구원은 "사교육비 문제 해결, 초중등교육의 정상화 등을 목표로 하는 것이 교양대학안이다"라며, "고등교육의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보다는 초․중등교육의 정상화, 사교육 경감 등의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등교육 단계에서 교양교육을 받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유를 채워갈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형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연구원
강남훈 교수는 이런 지적에 대해 "대학교육 본연의 목적인 학문 교육과 직업인으로서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교양 교육은 필수적이다"라고 미래 사회에서의 교양교육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교양대학안이 현실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논찬을 하기 힘든 면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사립대의 지배구조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사립학교법만 개정하려고 해도 큰 반발이 일었다"라며, '국립'으로 교양대학을 신설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교양대학을 신설하는 기본적인 취지와 목적․정책 목표를 사교육을 줄이고, 학벌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학제 개편의 필요성에 설득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표했다.

중등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 입장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 대표는 "교양대학안은 교양대학에서 현재 고등학교에서 시행돼야 할 학습을 하자는 것이다"라며,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양대학체제를 시행하면, 교양대학 이상의 일반대학까지 진학하는 것이 필수라고 인식될 수 있다"라며 학력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양대학이 사교육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데에는 논찬자들 모두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성 교수는 "직업을 얻기 위해 대학에서 스펙을 쌓아야 하는 상황에서, 교양대학을 졸업하고 일반대나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판을 칠 수 있다"라며, "현재 법학·의학·약학 전문대만 봐도 사교육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 교수는 "대학과 직업의 연계를 강화해 기술 대학의 경쟁력을 확보하면, 교양대학에서 일반대학으로 진학할 때 및 교양대학 안에서의 경쟁은 경감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교양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은 교수 별로 차이가 크다. 획일적이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에서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정병오 좋은교사운동 대표
논찬자들은 장시간의 토론 후에도 교양대학의 정체성, 실현 가능성, 사교육 문제 해결 여부 등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강남훈 교수는 "단계적으로 풀어갈 문제"라며, "반값등록금이 주요 의제로 등장한 지금이 기회다. 정부 재정 투입을 통해 사립대의 지배 구조를 해소하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면 추후에 국립교양대학으로 이행해 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점진적인 실현 계획을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의 교육제도가 굉장히 탄탄하다고 착각하고 있다. 교양대학은 평생 교육의 디딤돌이다. 길게 봐야 한다"라고 교양대학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토론자들 모두 교육체제 개편이 취업 문제 등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와 함께 이행될 때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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