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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형 학자의 지적 교류 흥미롭게 추적
대기만성형 학자의 지적 교류 흥미롭게 추적
  • 교수신문
  • 승인 2011.07.0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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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_ 매트 리들리 지음, 『프랜시스 크릭』(김명남 옮김, 을유문화사, 2011.6)

노벨상 수상자 자크 모노가“지적으로 분자 생물학의 전 분야를 장악한 사람, 가장 많이 알고 가장 많이 이해한 사람”이라 불렀던 프랜시스 크릭(1916~2004)은 제임스 왓슨과 더불어 생물학을 뛰어넘어 현대 과학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위대한 생물학자로 꼽힌다.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함께 DNA의 구조를 밝혀 유전학과 분자 생물학의 새로운 역사를 쓴 크릭은 생물학의 처음인 DNA에서 생물학의 끝인 의식의 문제까지 생각의 지평을 넓혀 갔던 과학자다.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의 방문 교수인 매트 리들리는 이 책에서“크릭이 발견한 진실, 그것은 생명의 속성이었다. 의학과 기술과 과학의 미래에 어마어마한 기회를 안겨줄 발견이었다”라고 강조하면서, 크릭이 갈릴레오, 다위, 아인슈타인과 나란히 최고의 과학자로 여겨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책의 원제는 Fracis Crick(HarperCollins, 2006)이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크릭 전기인 이 책에서 지은이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크릭의 과학적 탐구의 여정과 유전 부호 해독의 의미를 간결하고 매력적으로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과학자로는 보기 드물게 수다스럽고 사교적이었던 크릭의 인간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노벨상을 같이 수상했던 동료 제임스 왓슨과 모리스 윌킨스를 비롯 로절린드 프랭클린, 자크 모노와 프랑수아 자콥, 시드니 브레너, 게오르그 크라이젤, 쿨루그, 로널드 피셔 등 20세기 과학계를 풍미했던 인물들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20세기 생물학의 발전 과정과 그 의미를 엿볼 수 있다. 다만, 저자의 말대로 크릭이 이들과의 지적 교류의 중심지 역할을 했는지는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크릭이 평생의 목표로 설정한 화두를‘생명’과‘의식’으로 파악하고 있다. 책의 부제를‘유전부호의 발견자’라고 한데도 사실은 DNA 구조의 발견보다는 유전 부호의 완성이 더 위대한 업적일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된 듯하다. 『놀라운 가설』에서 크릭은 자유의지가 방대한 신경세포들과 연관 분자들이 취하는 활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예순을 넘은 크릭이 뇌와 의식 연구에 몰두한 대목을 저자는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그의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제임스 왓슨은『이중나선』에서“나는 크릭이 겸손하게 구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라는 문장으로 책의 첫머리를 시작했다. 열여섯 살에 대학에 들어간 신동 왓슨에 비해 크릭은 노벨상에 값하는 연구를 해낸 다음에야 겨우 박사학위를 받은 대기만성형 학자였다. 왓슨의『이중나선』,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와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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