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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 전문대 수업연한, 그 오해와 진실
[교육단상] 전문대 수업연한, 그 오해와 진실
  • 차갑부 명지전문대학·청소년교육복지과
  • 승인 2011.06.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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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부 명지전문대학·청소년교육복지과
지난 4월 29일은 전문대학의 오랜 숙원이 부분적으로나마 풀린 역사적인 날이었다. 굳이 ‘역사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꿈속에서도 염원했던 과제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전문대학 수업연한 및 교명 자율화 관련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수업연한 자율화는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지만 완성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이 법이 공포되고 6개월이 지나면 전문대학은 ‘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고, 간호학과의 경우는 수업연한이 4년 과정으로 되며, 대통령령에서 정한 학과에 대해서는 산업체 경력이 없어도 전공심화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혹자는 전문대학이 ‘대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한다고 뭐가 나아질 게 있겠느냐고 열을 올리지만, 국민 정서상 그간 ‘대학교’란 명칭과 4년 이상의 수업연한으로 ‘재미’를 톡톡히 본 것은 인정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명박 정부가 ‘공정사회’를 국가경영의 지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고등교육법의 일부 개정은 상징적인 의미 또한 매우 크다고 본다. 공정사회란 누구에게나 기회를 공정하게 주고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진 사회를 말한다. ‘체급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헤비급과 라이트급을 링 위에 올려놓고 싸워보라는 것은 처음부터 승패가 뻔한 불공정한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전문대학은 산업화사회로부터 오늘날의 지식정보사회에 이르기까지 처음에 짠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생존해 왔다. 이렇게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된 분야도 없을 것이다. 초창기 전문대학과 동일한 단기 고등교육기관으로 출발한 교육대학도 사회변화에 따라 수업연한이 상향되는 등 다양한 교육기관이 카멜레온과 같은 순응적 변화를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대학은 누군가가 짜 준 틀을 한 치도 변형시키지 않고, 그렇다고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 보지도 못 하고 여기까지 왔다.

전문대학 외부에 있는 사람들조차 수업연한 다양화에 목소리를 보탠 것은 그나마 ‘전문대학이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 급급하다’는 비난을 덜게 돼 다행이다. 전문대학은 ‘강하기 때문에 생존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았기 때문에 강한’ 체질을 갖게 됐다. 거친 땅과 물 한 모금으로 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는 잡초처럼, 전문대학은 웬만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불굴의 자생력을 갖추고 비상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직업인’ 양성이라는 전문대학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업연한을 탄력화해야 한다는 것을 더 이상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사족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만은 사족도 때론 약이 될 수가 있어 한 번 더 반복한다. 전문직업인이란 기초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응용력을 가미해 직무를 수행하는 인력이라 할 수 있다. 산업화사회에서는 기초적인 이론이 없어도 단순기능만으로 능히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직업의 생명주기가 짧아서 하루에도 수많은 직업이 생성과 소멸을 계속하고 있는 다변화 사회에서 단순기능만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분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오늘날의 사회를 ‘평생직장은 없고 평생직업이 있을 뿐’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현대인들은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해야 하는 ‘메뚜기 인생(?)’이 돼 버렸다. 이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배움의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취학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고 걱정들 하지만, 해마다 재수생이 늘어나는 것은 수업연한이 제법 긴 대학에 입학해 여유를 가지고 배워야겠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 아니겠는가. 고등직업교육의 원조로서 전문대학에서 교육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교육기본법이 명시한 학습권의 보장이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획일적으로 배움의 기간을 연장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분야에 따라서는 오히려 1년이나 그 이하로 내릴 수도 있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학원 수준에서도 능히 배울 수 있는 단순기능을 수업연한만 늘려서 무엇 하겠는가. 수업연한 다양화는 학과나 분야에 따라 배움의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의 일부 개정은 전문대학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차갑부 명지전문대학ㆍ청소년교육복지과
명지전문대학 교수학습개발원장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초대 정책개발전문위원을 지냈다. 현재 교수법 전문강사 및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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