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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지방대 대학원 붕괴 위기
긴급진단 : 지방대 대학원 붕괴 위기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0.12.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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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8 16:26:47
지난달 15일 마감된 서울대 박사과정 정시모집에서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공과대 등 주요 모집단위가 미달되자 ‘학문의 위기’라는 각계의 탄식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지방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지원 정책들 속에서 지방대의 위기는 이미 그 선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지원자는 줄어들고, 학생들의 수도권으로의 이탈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대학원이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지방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우려다.

서울대 대학원의 미달사태의 주요 원인이 경제상황 악화에 있다면, 지방대의 대학원이 空洞化되는 이유는 서울대지원에 집중되고 있는 교육당국의 불균형 정책 때문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방대에게 두뇌한국(BK)21사업은 결국 지역 연구기반의 붕괴를 앞당기는 조치일 뿐이다.

거점대학이 절반도 못채워강원대 대학원의 석사과정 신입생 모집에는 1999년도만 해도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계열 정원 4백52명에 6백55명이 지원, 1.45: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러나 BK21사업이 진행된 첫해인 2000년에는 4백78명 모집에 4백31명이 지원해 0.90:1로 미달되더니, 올해는 4백32명 모집에 3백65명이 지원, 0.84:1로 해가 갈수록 지원자가 줄고 있다.

비교적 취업이 수월한 공학계열의 경우에도 1999년도 1.58:1에서 2000년도 1.12:1, 2001년 0.80:1로 급격히 감소했다. 지원자의 상당수가 탈락하는 대학원 전형과정을 고려해 볼 때 올해 인문사회계열은 절반을 채우기에 급급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일반대학원의 석사과정에는 그동안 1천5백 여명을 모집했지만 해마다 수백명씩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자연과학계열의 경우에는 1999년 이후 한번도 정원의 80%를 채운 적이 없다. 아직까지는 지원인원은 정원을 웃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선발인원은 정원에 못 미치고 있다. 게다가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점점 수도권 대학으로 이탈하고 있다.

조태흠 부산대 대학원 부원장은 “부산대에 진학하던 학생들이 서울의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인근 지역대학의 출신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지역거점 대학들의 대학원이 미달사태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인근 지역대학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대들을 실의에 빠지게 하는 것은 특성화를 통해 지방대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아무리 해봐도 지역우수학생들의 수도권 이탈을 근본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경북대 물리학과는 물리학분야에서 지방국립대중 유일하게 한국과학재단의 우수연구센터(SRC)를 운영하고 있는 학과이다. 서울에서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대학들과 경쟁해서 그 역량을 인정받아 SRC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학원 석사과정 신입생 모집에서 33명 모집에 24명이 지원해와 14명을 뽑는데 그쳤다.

BK21사업에 선정된 대학과 유사하게 박사과정과 석사과정에 각각 월 70만원과 50만원씩을 연구비로 지원해 주지만 지역의 우수학생들은 서울대 등 수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구기반을 갖추고, 노벨상을 받은 교수를 교환교수로 확보하는 등 대학차원에서 집중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도 지방대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대학원 관계자들은 객관적인 연구여건이나 지원내역, 연구업적이 훨씬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울로 향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대학 이형락 물리학과 학과장은 “1, 2년이야 어떻게 넘길 수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누적되면 연구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토로했다.


늘어만 가는 서울의 대학원 정원

이처럼 지역대학들이 대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 김형기 대구사회연구소장(경북대 경제학과)은 고급인력을 소화할 수 있는 국책연구기관이나 기업체·공기업 연구소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을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으며 “지역에서 현장에 기반한 연구로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는 후속세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대학들이 이미 몇 년 전부터 미달현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의 무분별한 대학원 증원정책은 지역대학원의 붕괴를 부추겨 왔다. 98년 4만5천 여명이던 일반대학원 석·박사 입학정원은 2년만에 5만3천 여명으로 17%나 증가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늘어난 것. 결국 학부과정에 대한 수도권증원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 있어서 만큼은 그 동안 당국이 ‘서울집중’을 부채질 한 것이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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