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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를 밀어낸 카페문화의 질주
‘인스턴트’를 밀어낸 카페문화의 질주
  • 지영구 월간 <커피앤티> 편집국장
  • 승인 2011.06.27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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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커피에 열광하는가

“이츠 빅 앤 그레잇!”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이탈리아 커피회사의 마케팅 매니저는 한국의 커피문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남과 명동, 대학로와 신촌 등 카페거리를 둘러보고 난 직후에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그는“한국의 카페들은 크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많기까지 하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들 모두가 생기발랄하고 멋진 젊은이들로 넘쳐난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높은 잠재력과 열정, 역동성을 바탕으로 한국의 커피문화는 앞으로도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바람이 뜨겁다. 현대식 카페문화의 선두주자인 스타벅스가 400호점에 바짝 다가섰고, 전방위적인 스타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카페베네는 600호점 돌파를 코앞에 둔 상태다. 최근에는 익숙한 이름의 대기업들이 속속 커피시장에 뛰어드는가 하면 젊은 CEO들을 중심으로 한 감각적인 프랜차이즈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향후 5년 내에 한국의 스타벅스 매장은 700여 개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페베네 역시 올해 800호점을 넘길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기관만 300여 곳 … 연간 3만여 명이 커피를 배운다

이런 현상은 교육계에서도 나타난다. 2011년 6월 현재 직간접적으로 커피를 가르치고 있는 교육기관은 30여 개의 대학 관련학과와 평생(사회)교육원, 요리학원, 사설 아카데미, 개인 커피교실을 포함해 약 300여 곳. 연간 3만여 명이 이들 교육기관을 통해 커피를 배운다.

이런 커피배우기 열풍은 한국커피교육협의회(KCES)의 노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협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바리스타 2급 자격시험에는 지난 한 해에만 2만여 명이 응시하기도 했다. 이런 바람을 타고 커피 관련서적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 한 해에 출판된 커피 관련 출판물만도 30여 종. 언제부턴가 이들은 교보문고 좌판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잘 팔린다는 얘기다.

KCES 외에 한국커피연합회(KCA), 한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K), 한국바리스타협회 등 크고 작은 관련협회들의 활동도 왕성하다. 매년 한국바리스타챔피언쉽(KBC), KCA바리스타클래식(KCABC), 월드바리스타챔피언쉽(WBC) 한국대표선발전 등 다양한 전국규모의 바리스타대회가 열리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강릉에서 커피축제가 열리는가 하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등에서 관련 전시회와 세미나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전국이 커피 열풍을 넘어 광풍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시장은 전년 대비 10% 내외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0년 12월 기준 우리나라 커피수입량은 총 11만 7천톤으로 세계 11위권이다. 이를 10g 기준의 원두커피 잔 수로 환산하면 모두 117억 잔, 성인 1인당 연간 312잔을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액은 2006년 1억 8천8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억 2천만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국내 커피시장 규모도 총 2조 4천억 원 내외로 추산된다. 특기할 점은 인스턴트커피와 각종 함유식음료의 재료로 쓰이는 베트남커피(로부스타) 수입이 전년 대비 8.6% 줄어든 반면, 고급커피나 원두커피에 쓰이는 콜롬비아커피(아라비카) 수입은 47%나 급증하면서 품귀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3년 전만 해도 국내 전체 커피시장의 10%를 밑돌았던 원두커피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20%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음을 반증한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2~3년 내에 원두커피 중심의 고급커피 시장이 40%에 달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우리는 왜 이처럼 커피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싸늘하게 식어버린 건축경기와 요동치는 소비자물가 등 여러모로 불리한 경제상황 속에서도 유독 커피시장만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의미와 파급효과는 어디에 있으며, 종착역은 어디일까. 커피신드롬 차원을 넘어‘문화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최근 국내 커피소비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커피(카페)의 실체부터 알아봐야 한다. 그 요점을 몇 가지로 함축하면 다음과 같다.

커피는 카페를 통해 보급되고 확산돼 왔다. 카페(Cafe, Caffe)는 커피(Coffee)의 유럽식 발음이다. 카페는 휴식과 재충전의 요람인 동시에 건강한 사회의 바로미터다. 기계도 쉼 없이 계속 돌아가지 않는다. 하물며 그 대상이 사람임에랴. 휴식이 필요하고, 재충전이 필요하다. 카페가 잘 발달된 유럽이나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이 건강하고 건전해 보이는 것도 이런 면에서 이해된다. 충분한 휴식은 활력의 필요충분조건이자 창의의 필수요건이다.

입가심문화와 사랑방문화라는 토양

카페는 문화와 예술, 새로운 트렌드의 산실이기도 하다. 바흐는 카페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커피칸타타를 작곡했다. 유럽에서 카페문화가 정성기를 구가하던 시절, 바흐의 커피칸타타는 주로 카페에서 연주되고 공연됐다. 오늘날 카페는 인디밴드의 공연장소나 무명작가들의 갤러리로도 종종 활용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예비 문학가, 철학가, 음악가, 미술가들이 카페에서 이상을 꿈꾸며 책을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펴고 창의의 모티브를 얻는다.

결국 카페는 생산성 극대화의 매개체다. 좋은 카페가 들어서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고 건물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스타벅스 명동점의 경우, 입점 5년 만에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으로 떠올랐다. 대로변의 건물주들이 커피전문점 입점을 1순위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용도 창출되고, 인테리어가 활기를 띤다.

여기다 우리 고유의 숭늉으로 대표되는 입가심 문화, 대소사를 논의하던 사랑방 문화와 같은 토양도 한몫 거든다. 한때 다방을 비롯해 커피 파는 집이 3만여 개에 달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방문화를 대체한‘인스턴트’, ‘믹스확대커피’는 개성을 찾아볼 수없었다.

간편하게 먹거 부리런히 일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 ‘일사분란하게’, ‘빨리빨리’를 최대의 미덕으로 여겼던 산업사회의 산물이자 군사문화의 표상이다. 현재 국내 커피시장은 미국식, 유럽식, 일본식의 각축장이자 거대 실험장을 방불케 한다. 초대형 커피프랜차이즈들의 무한경쟁, 대기업들과 거대자본의 가세,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교육열기로 말미암은 공급 과잉 현상 등 반갑지만은 않은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아성과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일, 그래서 영화와 아이돌, 한식에 이어 또 하나의 향기로운 커피한류를 일구는 것은 결국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그 중심에 원두커피가 있다. 향기가 있다.

지영구 월간 <커피앤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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