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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장관은 왜 있는가
교과부 장관은 왜 있는가
  •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 승인 2011.06.2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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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_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사태를 보면서

윤지관 덕성여대 교수
지난 주 목요일,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의 ‘정상화’를 논의하는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린 서울 한국연구재단 앞 길거리에는 200여명의 교수와 학생들이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며 거의 하루 종일 대기하고 있었다. 지난해 상지대, 조선대, 세종대 등에 이어 이 세 대학에 대해서도 비리 구재단 복귀를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모임에는 심의대상인 세 대학을 비롯해 구재단의 복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10개 대학이 동참했다. 때로는 세찬 비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가운데서도, 이들은 회의가 끝날 때까지 무려 일곱 시간 넘게 흩어지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날 회의는 결국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폐회됐지만, 그렇다고 이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도 아니다. 현 사분위는 정상화의 이름으로 여러 대학의 상황을 악화시켜왔기 때문에, 이미 분쟁조정이라는 그 정당성을 상실한 기구이다. 최근에 와서는 정치권에서도 이 기구의 행태에 대한 비판과 개혁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분위는 다음 회의 일정을 잡고 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였다. 비리로 쫓겨났던 구재단을 복귀시켜 잘 운영되던 대학들을 분규로 빠트리는, 한 신문사설의 표현을 빌면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행위’를 멈출 생각이 없이 말이다.

사분위, '분쟁 조정' 정당성 상실

사회문제로 비화한 사분위의 최근 행보는 분규사학의 운영권이 관선이사 파견 직전의 종전이사(대개 구재단)에게 있다는 법리해석에 근거하고 있다. 이 주장이 2007년의 대법원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라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지만, 요점은 결국 분규의 원인을 제공했던 바로 그 사람들에게 다시 대학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런 결과를 빚었듯이 이것이 대학을 정상화하는 길이 될 수 없음은 명약관화하다. 이 탁상공론적인 법리 주장이 수만 수십만 명의 학생들이 관계돼 있는 교육현장을 초토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재직하는 덕성여대만 하더라도, 교수, 학생, 직원, 동문이 한 목소리로 구재단 복귀를 반대하며 사분위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공표하고 있다. 사분위의 결정에 따라서는 또 하나의 전통사학이 분규에 휘말릴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정상화가 핵심의제인 교육의 문제를 법적인 소유권의 범주로 환원해 다루는 이 위원회에서 교육은 실종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나라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거의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사분위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위원회에 관여할 권한이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노라고 한다. 도대체 사분위의 결정으로 악명 높은 구재단들이 속속 복귀해 대학이 혼란과 고통에 빠져 있고, 수많은 교수 학생들이 삭발단식을 하고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데, 장관은 아무런 할 일이 없다니. 그렇다면 이 나라에 교육부 장관이 왜 필요한가?

황폐화된 교육현장 방관하는 교과부

물론 사분위가 교육부 산하에 있기는 하지만, 그 구성에 장관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대법원장, 국회의장 등의 각 3인 추천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그 사분위가 오히려 교육현장을 유린하고 있다면, 장관은 주무부서의 장으로서 마땅히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또한 국무회의의 구성원으로 이 사태를 보고하고 교육부의 수장답게 사분위의 개혁을 포함한 교육적인 차원의 해결책을 건의해야 한다. 그러나 임시국회에서 의원들의 호된 추궁을 받고도 교육부장관은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잃어버린 10년’을 강조하며 과거회귀를 지향해온 이 정부의 피치 못할 한계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길은 없는 것인가? 국민들의 대의기구인 국회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착오적 행위로 대학을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 이 위원회의 長을 비롯해 사분위에 소속돼 자기들만의 법리해석으로 비리 재단을 복권시키는 데 앞장선 율사들, 그리고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대학교육의 황폐화를 조장하고 혼란을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호도해온 교수 출신 사분위원들, 그 모두가 국민들 앞에서 자신들의 행위를 해명하도록 해야 한다.

밀실행정 정도가 아니라 마치 방청도 허용되지 않는 비밀법정이나 되는 것처럼, 탁상공론으로  한 대학에게 치명적인 ‘분규의 선고’를 내려온 사분위원들을 공개적인 자리로 불러내 공론 앞에 서게 해야 한다. 국회에는 필요한 경우, 국민을 대신해서 공직자를 청문할 권리가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됐는데 교육부나 대통령이 방관하고 있다면, 국회는 문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사분위에 대한 청문절차를 시작해야 마땅할 것이다.

윤지관 / 덕성여대·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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