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고전] 최종식의 『서양경제사론』
[우리시대의고전] 최종식의 『서양경제사론』
  • 김재훈 / 대구대 경제학과
  • 승인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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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본주의 가능성과 한계 파악 선구적 역할

최종식 선생은 1916년 경남 거창에서 출생했다. 1936년 동래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渡日, 1941년 와세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식산은행에서 잠시 근무하고, 동아대, 부산대, 동국대, 농협대 교수를 거쳐 서울산업대에서 재직하던 중 1978년 5월 17일 오랜 지병으로 작고했다.

‘서양경제사론’(1978, 서문당 刊)은 원래 ‘서양’이 아닌 ‘일반’ 경제사론으로 기획했다고 전해진다. 얼마전 타계한 경제사학계의 조기준 선생은 그를 “한국 농업경제학계의 태두였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대표적인 저술로는 ‘서양경제사론’ 외에도 ‘근대농업경제학’(1964, 청구출판사 刊), ‘농업협동조합론신강’(1966, 일신사), ‘농업정책론 : 경제이론과 정책제요’(1968, 일조각), ‘아세아적 생산양식 논쟁’(1978, 평민사 刊) 등이 있다.

'서양경제사론'(서문당 刊)은 1978년에 발간된 최종식 선생의 유작이다. 그 이후 최근까지 이 책은 이 땅에서 대학에 입학해 우리 시대의 모순에 오열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모순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기본서로 읽혔다. 이 책이 진보적 관점에서 근대자본주의 경제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부터 우리는 아시아적 생산양식논쟁을 통해 아시아사회의 특수성을, 그리이스 로마의 고전고대제와 서양 중세 봉건제를 구조를 통해 전근대 사회의 구조와 우리 사회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또 자생적 이행의 전제조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국과 동부독일의 농업개혁의 차이와 '국지적 시장권이론', 이행의 '두 가지 길' 논쟁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자생적 근대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는 기본 관점을 획득했다. 또 독점자본주의와 국가독점자본주의 및 제국주의를 이해함으로써 20세기 자본주의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기본 관점을 획득함으로써 각 부문의 원전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한국자본주의 가능성과 한계 파악 선구적 역할

그러나 지금 돌이켜 세밀히 볼 때 이 책이 정리한 그 관점의 영향력만큼이나 그 한계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선진사회의 과거 및 현재는 후진사회의 미래상을 보여준다’는 명제 아래 영국 자본주의의 형성과정을 典型으로 하는 문제의식이 영국경제의 발전을 중세 이탈리아와 플랑드르지방의 발전에 뒤이은 것으로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준 것 같다. 농업의 개량과 제조업의 발전이 중요하되, 그 여건으로서 상업의 발전이 갖는 의의를, 특히 대외교역을 통한 시장 확대와 학습효과가 갖는 의의를 간과하게 됏다. 자생적 발전의 경로를 지나치게 강조하게 됐던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또한 영국의 그러한 발전이 그 내부적 사회분화 외에 당시 영국보다 앞선 플랑드르의 모직물과 인도의 면직물 제품 유입을 차단하고, 나아가 인도의 섬유산업을 비경제적, 비시장적 방식으로 파괴한 영국의 중상주의정책을 소홀히 하게 했다. 즉 후진사회가 초기 공업화에 필요한 적절한 수준에서의 관세, 조세 등의 자주권을 F.리스트 등의 독일 역사학파나 미국 초대 재무장관 A.해밀턴의 정책 등 다른 곳에서 찾게 하지 않았을까. 혹은 이미 언급했음에도, 아래로부터의 길, ‘국지적 시장권’론을 지나치게 주목한 독자에게 잘못이 있었을까.

중상주의 단계 이래 선진 시장경제의 수탈이 어떠한 것이었는지가 독점자본주의 하 제국주의론의 관점에 가려짐으로써 처음부터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비시장경제의 파괴, 유린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 왔음을 이 책을 통해 주목하지 못한 것도 또한 강조점을 잘못 이해한 독자의 불찰이었을까? 『서양경제사론』이란 제목에서도 드러나지만 각 논점의 대립을 통한 이해라는 의도 때문에 ‘근대자본주의’의 인간성 파괴 과정에 대한 생생한 증언은 충분히 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典型’과 그 위력에 대한 주목은 한국사회의 자본주의발전 과정의 양적 측면에 대한 현혹으로 이어져, 다수의 논자들이 식민지 하 자본주의의 양적 성장의 뒤-예컨대, 인구의 1/5이 해외유랑-를 소홀히 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형성과정이라 하지만 내용은 W.W.로스토우의 경제성장사학이 돼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그 구조의 파행성과 왜곡성을 간과한 사이에 한국경제는 그런 파행성을 폭력적으로 시정하고 새로운 자본주의 ‘성장순환’을 시작하고 있다.

반면 계급사회의 형성 과정 못지 않게 각 시대의 경제가 그 세부발전 단계에 필요한 기술혁신, 이를 가능케 하는 사회경제적 환경(제도, 법률)과 그 환경 변화의 조건과 동력은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또 시장경제의 발전에 필요한 화폐경제의 발전, 계약사회의 형성에 관해서는 그다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계급연구 결실 위에 '일반경제사' 구성할 때

이렇게 볼 때 이제 역사를 조망함에 있어서 ‘경제사’가 ‘일반사’를 선도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거대 패러다임과 경제결정론을 유보하고 그냥 ‘경제’사로서 솔직히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고, 개별사 및 다양한 연구시각의 분출과 집적 이후에 새로이 학제적 통합을 시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물론 그런 가운데에도 오늘날 소위 신경제의 대두에도 불구하고 계급사회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의 관점인 계급중심의 경제사관은 여전히 기본이란 것도 또한 부인할 수는 없다.

결국 새로이 풍부해진 연구시각, 인류보편적인 언어로 우리 근대사의 온갖 고통을 정리할 수 있을 때에, 우리는 최종식 선생이 간절히 원했으나 죽음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세계사의 전개과정을 파악하는 ‘일반경제사’를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김재훈 / 대구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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