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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解와 공동연구의 가능성 제시했다
註解와 공동연구의 가능성 제시했다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6.1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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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 1차 성과물 9권으로 펴내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문명연구사업단(단장 송용준, 중어중문학과, 이하 문명사업단)이 3년간의 성과를 모아 (주)한길사에서 9권으로 책으로 펴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과 한길사는 다양한 동서 문명을 추적, 사유할 수 있는 인문학 고전들을 선정, 이를 번역하고 주해해 '문명텍스트' 7권으로, 분화된 인문학 영역 사이의 학제간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 쌓은 결과를 '문명공동연구' 총서 2권으로 출판, 지난 7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출판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문명사업단이 펴낸 ‘문명텍스트’ㆍ‘문명공동연구’ 총서의 특징은 책의 출판이라는 연구 결과물에서 만이 아니라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토론과 연구 과정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성해영 연구교수는 "1명이 발표하고 23명이 경청하면서 토론하는 분위기는 매우 가혹하다. 모임 마친 뒤에는 인간적 끈끈함이 없다면,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비판의 수위가 높다"라고 토론 분위기를 전한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송용준 단장이 말한 것처럼 7권의 주해서들은 "다양하고 수준 높은 주석을 달 수 있게 됐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과 한길사의 동행

문명연구사업단은 이원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명텍스트’ 주해 작업을 수행하는 ‘근간조직’과 학제간 ‘문명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가변조직’을 운영하면서 정기적인 학술행사를 통해 개인적인 연구와 공동의 연구를 조화시키고 있다. 근간조직은 각각 동양고중세 분과(동아시아 고중세 문명의 형성과 사상적 교류 연구), 동양근현대 분과(동아시아 전통의 자기 혁신과 근대화 연구), 한국문화 분과(교계지로서의 한국문화의 정체성 연구), 서양고중세 분과(서구 고대문명과 중세 문명의 형성과 변화 과정 연구), 서양근현대 분과(서양 근대문명의 기원과 정체성 연구)로 나뉘어 지난 3년간 매주 문명텍스트 콜로키움을 통해 신랄한 토론과 의견교환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로 출간된 것들이 ‘문명텍스트’ 시리즈다. ‘가변조직’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주제 중심으로 자유롭게 모여서 정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상호견제와 비판적인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중에서 이번에 출간된 것이 ‘문명공동연구’ 시리즈다.

'문명텍스트' 총서는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양의 고전을 비롯, 서양의 고전과 몽골, 아랍, 아프리카 등 때로는 주목받지 못했던 세계 여러 문명권의 고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주해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처럼 번역과 주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첫째, 고전이란 당대의 문화와 문명을 형성하는 데 뿌리가 되는 핵심적인 텍스트로서,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유의 단서를 던지며 생명력을 발휘해왔으며, 현대 문명을 비추어보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도 힘을 갖기 때문이다. 둘째, 인문학이 인류가 남긴 다양한 텍스트를 통해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확장된 인식을 새로운 텍스트에 담아내는 학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번 출간된 '문명텍스트' 7권은 『맹자사설』(황종희 지음, 이혜경 주해),『새로운 역사철학』(헤르더 지음, 안성찬 옮김),『가게로 일기』(미치쓰나의 어머니 지음, 이미숙 주해),『자유의 법 강령』(제라드 윈스턴리 지음, 김윤경 옮김),『내훈』(소혜왕후 지음, 이경하 주해),『장가르1』(칼미크-오이라드 민중 지음, 니톨라이 체데노비치 비트게예프 외 엮음, 유원수 주해), 『페미니즘과 지리학』(질러언 로즈 지음, 정현주 옮김)이다. 이외 『야스타댜이』(빠니니 지음, 강성용 주해),『인류사의 사건들』(고든 차일드 지음, 고일홍 옮김),『묵경』(염정삼 주해), 『문명 속의 그 불만』(프로이트 지음, 성해영 옮김) 등 12권이 여기에 곧 합류할 예정이다.

목록만으로 본다면, 동서양명저번역 사업과 중첩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문명 속의 그 불만』처럼 이미 번역이 이뤄진 책도 있다. 송 단장은 "인문학연구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토론에 참여해서 많이 배웠다"라고 말하면서, 주해서 작업을 위해 3년동안 매주 금요일마다 콜로키움을  진행해 왔다고 귀띔한다. 발표를 맡은 연구자가 한 챕터씩 준비해 와서 발표하면 다양한 전공자가 질의를 했다. 이렇게 토론 과정에서 주해의 방향이나 번역 방향이 계속 수정되고 보완됐다. 그래서일까, 송 단장은 이번 문명사업단이 내놓은 '문명텍스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다양한 관점이 결집되면서 방법론, 주해의 깊이와 내용이 해당 학문 안에서만 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검증됐으며, 이렇게 주해 작업을 하기 때문에 기존의 다른 주해보다 폭과 깊이에서 내용에서 차별된다고 자부한다."

전문연구자 24명의 시너지 효과

 '문명공동연구' 총서 역시 험난한 토론과정 속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문명공동연구’는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의 연구교수들이 공동연구조직을 구성해, 정기적인 세미나를 통해 함께 독회하고 논의하면서 차분하게 쌓아온 실적을 모은 것이다. 예컨대 문명사업단은 ‘번역과 개념’이라는 공동연구조직을 운영해 문명 담론을 이루는 핵심 개념들을 골라 그 개념의 역사, 정의와 용례들을 살펴보고, 시대와 지역에 따른 번역상의 맥락과 차이를 검토했다. 그 결과 ‘문명’을 주요 개념으로 연구한 '문명 안으로'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개념으로만 문명을 파악한다면 편협함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해, 뒤이어 주류 ‘문명’에 대한 도전과 저항을 연구한 결과 ??문명 밖으로??를 엮어낼 수 있게 됐다.

작업에 참여한 김헌 연구교수는 이 두 권의 의미를 '성찰괍 반성'으로 요약했다. 즉 '시빌라이제이션'이란 것이 서구의 어떤 역사 속에서 형성됐으며, 서양에서는 왜 이 개념이 등장하게 됐는지 추적하면서, 이러한 문명의 긍정적?부정적 측면을 아울러 검토하는 동시에(『문명 안으로』), 서양의 문명 밖에서 형성된 등가의 것은 없는지,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전개된 것인지를 반성하는 작업(『문명 밖으로』)을 병행했다는 설명이다. 성해영 연구교수는 "이 두 권은 우리 사업단의 전체적 작업의 스타트 라인에 서 있는 책이다"라고 의미를 매겼다.  

문명사업단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간 15억원씩 10년간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서울대에서 3억원을 지원, 연 18억원 규모의 예산을 활용하고 있다. 전문 연구자들도 24명으로 사업단 가운데 가장 많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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