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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효율성․체제개혁문제 해소해야 민영화 논리 방어 가능"
"국립대 효율성․체제개혁문제 해소해야 민영화 논리 방어 가능"
  • 김지혜 기자
  • 승인 2011.06.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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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체제 개편 연속토론]④ 국립대 법인화 정책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4일 '국공립 대학 법인화 정책'을 주제로 제4차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여한 논찬자들. 왼쪽부터 박배균 서울대 교수(지리교육과), 박정훈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송선영 서울대 박사과정(교육학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기획한 '대학교육체제 개편 연속 토론회' 의 제 4차 토론회가 지난 14일 오후 6시 반부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강당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박배균 서울대 교수(지리교육과), 박정훈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송선영 서울대 박사과정(교육학과), 장보현 교과부 국립대학 제도과장 다섯명의 토론자가 참여했다.

지난 1~3차의 토론회가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을 살펴보는 자리였다면, 제 4차토론회부터는 3차에 걸쳐 역대 및 현 정부의 교육 정책 전반을 점검했다. 연속 토론회 제2부 1차 토론회의 주제는 '국·공립대학 법인화 정책'이다. 현재 서울대 법인화를 중심으로 법률안이 통과됐고, 서울대에서는 현재 법인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토론회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오늘 토론회에 국립대 법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분이 다 모였다"라면서 "오늘의 토론은 앞으로 있을 대학개혁 체제 논의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법인화를 중심으로 국공립대학 법인화가 갖는 의미와 문제를 짚어봤다.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

이공훈 학벌없는사회만들기 대표는 “왜 국립대학 법인화가 논의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의 문을 열었다. 국립대학 법인화에 찬성하며, 국립대 법인화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공존하는 모순을 해결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공존하는 것은 국가와 시장이 경합을 벌이는 것이며, 모순이다“라고 지적하며, “국립대는 금테를 두른 모자와도 같다. 국가 기관이자 권력기관인 국립대를 민간화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세계 톱 클래스 대학들은 재정이 충분한 사립대“라며, “재단 이사회에 재정 문제를 전적으로 넘기고, 대학은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박배균 서울대 교수(지리교육과)

두 번째 논찬자로 나선 박배균 서울대 교수(지리교육과)는 “서울대 법인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주장을 펼쳤다. 박배균 교수는 현재 서울대에서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한 현재 상황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법인화의 문제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번째는 법인화 추진의 비민주성-정당성 결의 문제다. 박배균 교수는 “서울대 법인화는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걸친 엄청난 사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서울대 법인화는 학내는 물론 우리사회 전체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서울대 법인화 과정에의 문제를 지적했다.

법인화 대세론의 허구론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법인화 추진 이후에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고, 대만도 추진 과정이 실패했다”라고 해외 사례를 들었다. 또 “미국 대학이 우수한 것은 법인이 운영하기 때문이 아니다. 대학의 우수성과 운영 체계를 연결하는 것은 잘못된 인과 관계의 설정이다“라고 주장했다.

대학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서 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학문 사회에서 성과, 업적 주의는 문제가 많은 사고방식“이라며 “학문의 경쟁력, 혁신을 위해서는 성과, 업적주의에 바탕을 둔 경쟁 시스템이 아니라, 건강한 지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립대가 법인화되면, 고등교육의 공공성 역시 파괴될 것이라는 점 역시 법인화의 문제점으로 언급했다. 그는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이 지금까지 너무 적었다. 법인화는 '앞으로는 지금보다도 더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지원해주지 않는다면, 대학은 재원 확보가 어렵다”라며 “국립대의 등록금 폭등 가능성이 있다”라고 기존의 우려사항도 전했다.

그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서울대가 현재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고등 교육과 학문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편 등을 통해 서울대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배균 교수는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의 처벌 문제가 벌써 논의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박정훈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세번째 논찬자로는 박정훈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나섰다. 박정훈 교수는 공법을 전공한 만큼, 서울대 법인화 법률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헌법 제31조 제 4항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박정훈 교수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했다.

“국립대학 제도의 핵심은 국가의 헌법상 재정 책임과 공무원 제도를 둘 수 있다”라며, “국가의 예산은 공공성, 중립성을 갖는다. 헌법에 명시된 소득의 재분배와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학 재정을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재정 책임은 국립 대학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다며, 대학 스스로가 효율적인 재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정훈 교수는 “국립대는 이미 헌법적으로 독립된 법인격을 갖고 있다”라며 “BK21, 국립대의 손해보험 가입 문제 등만 봐도 국립대가 이미 독립적인 기관임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와 학교 법인은 분리돼야 한다는 것이 학교법의 기본원리”라며, “서울대 법인화 법률 제 3조(법인격 등) ‘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는 법인으로 한다’라는 법항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법인의 기본원리에 어긋나게 학교를 법인 자체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학교와 법인이 동일해지면, 총장과 이사회가 동일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많다”라는 문제도 지적했다.

박정훈 교수는 법인화 법률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안도 제시했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현행 법률안을 조금만 수정하면 해결할 수 있다.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을 수정하면 되지, 판을 바꿀 필요는 없다”라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송선영 서울대 박사과정(교육학과)
네번째 발제자는 송선영 서울대 박사과정(교육학과)이었다. 그는 “일본의 국립대학 법인화”이라는 주제로 논의에 나섰다. 송 연구원은 서울대 법인화와 관련해 많이 논의되는 일본의 상황을 주로 전했다.

송 연구원은 “일본 법인화를 살펴보면서, 서울대 법인화 문제를 생각했다. 이웃 국가에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해보자라는 논리는 깊히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송 연구원은 일본에서도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지의 창조와 계승이 중시되는 지식 사회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을 육성한다“라는 법인화의 목적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국립대 법인화 목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송 연구원은 먼저 일본에서 추진된 대학 법인화 과정을 요약했다. 일본에서는 2004년 4월 이후로 모든 대학의 법인화가 추진됐고, 6년 단위의 중기계획이 수립됐다. 이에 따라 2010년에 중기 계획 1기가 종결됐다.

중기 계획 1기가 종료됨에 따라 결과 보고도 나와있는 상태다. 송 연구원은 이 결과를 분석해서 전했다. 1기 중기 계획 결과 보고에 따르면, 단기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학 재정 문제 악화, 대학 구성원 중 비정규 직원의 증가, 기초 학문의 경시 경향, 대학 순위의 하락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또한, 자율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법인화가 추진됐지만, 외부에서 대학을 평가하면서 오히려 국가의 개입과 감독이 강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송 연구원은 “일본에서는 정책 형성 단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법인화 추진에 절차적 정당성이 더 확보될 필요가 있다“라고 이야기를 마쳤다. 

장보현 교과부 국립대학 제도과장
이날 토론회의 마지막 논찬자는 장보현 교과부 국립대학 제도과 과장이었다. 그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국립대 법인화 정책 방향”을 전했다.

장 과장은 “국립대 법인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서울대 법인화가 최초의 법인화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주로 말하겠다”라고 논의의 폭을 정했다.

장 과장은 “세계  TOP 10의 대학을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을 위해 서울대 법인화를 추진하는 것이다“라며 오해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다양한 측면에서 법인화의 필요성이 있다”는 말도 전했다. 교직원 인사, 예산·재무, 총장 선출, 국가 경쟁력, 이사회 구성 및 운영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일히 간섭하는 체제에서는 경쟁력 확보 및 유리한 고지 점령이 어렵다는 문제 의식이 있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의 법인화 모델은 정부가 선택한 모델이 아니다”라며, “일본은 경영 합리화를 위해 재정 지원을 줄였다”라고 일본과의 차이점을 밝혔다. “국가가 기획을 하고 학교가 집행하는 체계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사회와 총장을 중심으로 자체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확실히 하겠다”라고 법인화에 있어 많은 우려가 따르는 재정 지원에 관해서도 정부 측의 의사를 전달했다.

“외부에서 다양한 경험이 있는 인력을 대학에 투입해 효과를 내고, 지금과는 다르게 총액 예산을 배정해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를 통해 “재정 회계의 투명성과 사회적인 책무성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관리 체계 구축 의지도 언급했다. 법인화를 통해 리더십을 확보해 총장에게 개혁 추진에의 동력을 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외부 인사를 이사로 투입해 균형된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장 과장은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히 법인화 이후에도 서울대에 재정 지원을 끝까지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를 세계 TOP 10에 진입시키기 위해 교과부에서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정부 당국의 의지를 거듭 전했다.

다섯 명 토론자들의 논의만으로도 예정된 토론회 시간이 초과됐지만, 긴 발표 후에 여느 때보다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발표자들의 열띤 논의에 이어 국립대의 필요성과 법인화 외에 국립대의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법인화를 서울대 내부에서 가장 먼저 찬성하고 나선 이유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공훈 대표는 “권력화 된 국립대를 해체하는 것을 통해 학벌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라고 자신의 주장을 요약했다.

박배균 교수는  “재정 지원을 계속해준다는 것은 좋다. 하지만 정부 계획처럼 서울대를 아시아 TOP 1의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대가 받는 지원 금액보다 2~3배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국립대 내에서 효율성과 대학 체제 개혁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민영화나 법인화 논리를 방어할 수 없다”라는 문제도 지적했다.

박정훈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학 경영 비효율 문제는 내부에서 논의할 사항이다. 교육 현장의 이야기 없이 외부 지표와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대학의 비효율을 언급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의 비효율성 문제는 총장 직선제 등에서도 나타난다”라며, “교과부의 지적대로 총장의 책임 경영 등은 확보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송 대표는 이의를 제기했다. 김승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도 “대학 교육의 수요자 입장에서도 비효율적인 문제들을 지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박배균 서울대 교수는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장된 부분도 있다.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대학 민주주의가 확보돼야만 투명성이 제고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의 토론회는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지면서, 발전된 논의들이 전개되지 못한 채 서로 간의 이견만 확인하며 급하게 마무리됐다. 또한 국공립대 전체의 법인화보다 현재 추진 중인 서울대 법인화에만 논의가 집중됐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송 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나와서 토론하다보니, 의견 조율이 힘들었다”라며 “의견의 차이를 확인한 자리였다”라고 이날 토론회의 소감을 밝혔다. 그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인화가 추진됐으면 한다“라는 말로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현재 서울대는 법인화 추진 중에 있으며,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서울대 법인화 법률 폐기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김지혜 기자  har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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