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20 (목)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수수께끼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수수께끼
  • 유인권 부산대·물리학
  • 승인 2011.06.13 1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ERN 반물질 보관 실험의 의미

지난 6일, 세계 최대 입자 가속기인 거대강입자가속기(LHC)를 운용 중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反물질을 만들어 16분 동안 잡아두는 데 성공했다고 『네이처 피직스』를 통해 보도했다.  국제공동 연구그룹 '스타 실험팀'(STAR Collaboration)에 참여 중인 유인권 부산대 교수에게 이번 실험 성공이 가진 의미를 물었다.   

학계에서 정설로 되어있는 빅뱅우주론은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도저히 재현할 수 없는 사건이다. 이미 137억년이나 지난 오늘날의 우주에서 (현재 우리는 우주의 나이를 이렇게 추정하고 있다.) 시간 0 공간 0 의 시공간에 뭉쳐있던 무한한 에너지가 물질로 화하는 그 최초의 순간을 거슬러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물의 공통점들을 찾아 주기율표로 원소들을 구별하고 분자와 원자에 이르는 기본입자를 찾는 여정이 우주최초의 순간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한 것은 불과 한세기의 전의 일이다. 실제로는 텅텅비어 있는 물질 세계를 형형색색으로 꽉차게 인식되게 하는 것은 전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 - 원자 내에서 실제 부피를 차지하는 것은 불과 수조분의 일의 공간만을 차지하는 원자핵이며 원자질량의 99%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 정확히 100년전이기 때문이다.

이들 소립자들의 미시 세계를 연구하기 위하여는 아이러니하게도 점점 더 높은 에너지로 가속된 입자들이 필요하게 되었고, 이러한 입자들의 충돌을 통하여 우리는 점점 더 우주 최초의 조건에 다가가게 됐다. 마침내 인간은 초기우주의 처음 백만분의 일초의 순간까지 가속기의 충돌실험실에서 재현할 수 있게 됐다.

초기우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우리는 우리의 상식을 거스르는 많은 사실들을 실험과 이론을 통하여 알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에너지와 물질은 근본적으로 같다. (E=Mc^2)'라는 사실이며, (이것은 에너지가 물질로, 혹은 물질이 에너지로 바뀔수 있다는 마술과도 같은 사실이다.) 우주최초에 무한한 에너지가 물질로 바뀔 때, 사실은 물질과 반물질의 쌍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슨 공상과학만화처럼 들리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모든 물질들은 그 반물질의 쌍을 갖고 있었다. 반물질이란 마치 네거티브 사진과 같이 물질을 만나면 소멸되어 에너지만 남게되는 물질이다.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음양과도 같이 우주의 생성원리에 물질과 반물질이 있는 것이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원래 반물질의 존재 가능성은 이론적으로 폴 디락이 입자의 파동성을 묘사한 디락방정식에서 제기됐는데, 한동안 원자모델로 유명한 보어와 같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우스갯거리로 놀림을 당하곤 했다. 왜냐하면 양의 에너지를 갖는 입자를 설명하는 것과 동시에 음의 에너지를 갖는 입자가 있어야했기 때문이다. 디락 자신도 처음엔 이 음의 에너지를 갖는 입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의아해했다가 반입자의 존재를 제안했다.

반입자는 입자와 정확히 같은 질량을 가지면서 전기적 성질만 반대인 입자로, 입자와 반입자가 만날 경우 모두 소멸되면서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이후 전자의 반입자인 양전자(전자와 질량은 같고 전하만 양을 띠는 입자)가, 양성자의 반입자인 반양성자가 발견된 것에 이어 1995년엔 가장 단순한 원자모양의 수소(양성자와 전자의 결합체)의 반입자인 반수소를 합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연장선에서 필자가 포함된 국제공동연구그룹인 스타는 미국부룩헤븐연구소(BNL)에서 지난 4월 현재까지 가장 무거운 반물질원자핵인 반물질 헬륨4의 발견을 네이처에 발표하였고, 최근 6월 6일 스위스 소재 유럽핵입자연구소(CERN)에서 국제공동연구그룹인 알파 실험그룹은 반수소원자를 무려 1000초나 붙들고 있었음을 발표하였다. 오늘날 우리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모두 '물질' 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이러한 특수상화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반물질들은 이 세상의 물질과 만나서 금방 소멸되어버린다.

공상과학영화인 「천사와 악마」에는 한 테러리스트가 이 유럽핵입자연구소에서 반물질을 탈취해, 이 반물질이 물질과 만나서 소멸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반물질폭탄’으로 협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분명 허구이나 반물질을 그렇게 오랜시간 소지할수 있는 그 장치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지난 6일 네이처 피직스에 발표된 알파실험그룹이 무려 16여분이나 이러한 반물질을 보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래서 더더욱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우리가 만들수 있는 반물질들의 양은 물질과 만나서 모두 소멸되어 에너지로 변하더라도 핸드폰을 백억분의 몇초 켜놓을 수 있을 양에 불과하다.

따라서 반물질과 물질의 소멸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은 아직은 요원한 일이겠으나, 이 소멸이 주는 정확한 양의 신호는 그 위치를 검출기의 성능에 따라 상당한 정밀도로 알려줄 수 있어서 양전자방출짐단장치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 PET)로 활용되고 있다. PET는 X선 촬영, 단층촬영(CT), 자기공명촬영(MRI)에 이은 최첨단의료용 진단장치로서 특히 반전자방출 동위원소를 어떤 시약에 붙여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화학적반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항암제의 효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등 아주 획기적인 진단장치이다.

이렇듯 실제 우주 최초에 같은 양으로 생성되었을 것이 분명한 반물질과 물질 중에서 왜 유독 어느 한쪽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것을 '물질' 이라고 부르는 그것)만 남아서 오늘날의 세상을 이루고 있는지는 현대물리의 가장 큰 수수께끼 중의 하나이다. 인류가 이제 처음으로 우주 최초에 어딘가로 사라진 반물질을 하나씩 그 무거운 순서대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서 발견할 뿐만 아니라, 또 십수분이나 붙들고 있게된 이 놀라운 기술들은 이제 이런 거대한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가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단언컨대, 개미는 바다를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감히 인간이 우주를 상상하고 알아가는 과정은 경이롭지 아니한가.

유인권 부산대·물리학
독일 마부르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지난 4월 『NATURE』에 게재된 「Observation of the antimatter helium-4 nucleus」등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