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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때리기' 질시에 찬 보도…편협한 기준ㆍ자료로 교수사회 폄하
'교수 때리기' 질시에 찬 보도…편협한 기준ㆍ자료로 교수사회 폄하
  •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
  • 승인 2011.06.1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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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등록금 시리즈’를 보고

<중앙일보>의 ‘교수 때리기’ 기사를 보고 있자니 한국 언론 수준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나 자괴감이 들 정도다. 자칭 한국 최고 언론이라고 하는 <중앙일보>에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들고 나온 것이 교수들의 고액급여 주장이다. “등록금 9% 올릴 때, 교수 연봉 16% 뛰었다…학생들 돈으로 교수 월급 올린 셈”(6월8일자 1면).

졸지에 대한민국의 교수들은 학생 돈으로 제 주머니 채우는 파렴치한으로 매도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속지 특집기사를 보니 더 가관이다. “미국 교수들은 강의 안하는 방학 석 달은 봉급 못 받는다”라고 인용하면서 교수들이 방학 때 놀면서 고액연봉이나 챙기는 철밥통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그 다음날 신문에서는 골프나 치고 여행이나 다니는 연구년에 왜 그런 고액급여를 지급해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결국 “등록금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중앙일보>의 대안은 교수월급을 깎으라는 것이다. 고액급여도 깎고 방학 때는 주지 말고 연구년도 필요 없다는 것.

선생이란 자들이 학생 등록금 올려 제 주머니 채웠다는 식의 기사를 본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 기사를 보고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자극적이고 질시에 찬 기사가 진실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일보>는 자신들이 얻고자 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44개 사립대학으로 국한했다. 특집기사에는 157개 대학의 자료를 이용하면서도, 1면 머리기사에는 교수연봉의 높은 인상률을 얻기 위해 일부 대학만 대상으로 했다. 이들 대학들은 대부분의 의과대학이 포함돼 있고, 임상교수들의 급여체계는 일반교수들과 다르기 때문에 급여수준이 훨씬 높다.

최근 교수연봉이 공개되면서 많은 대학들이 가능한 높은 급여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의과대학 교수들 진료수당 등을 급여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평균연봉이 크게 인상된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항을 고려했다면 그런 식의 기사는 쓸 수 없다. 대학 등록금이 전체 대학의 문제이고, 교수급여가 대학재정에 걸림돌이라면 전체 대학의 급여자료를 갖고 사실관계를 따져야 하는 것이다. 전국 4년제 대학 2010년도 정교수 평균연봉은 8천6백11만원이다. 2007년과 비교하면, 연평균 인상률은 3.9%로 물가인상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많은 대학에서는 등록금 동결과 함께 급여도 동결된 경우도 적지 않다. 부분을 갖고 전체를 말하지 말라는 기사 작성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설령 정교수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넘는다 해도 그것이 문제될 수는 없다. 교수가 되기 위한 지난한 과정과 비용을 생각한다면, 교수연봉 수준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2011년 1학기 신임교수 평균 나이가 40.1살이다. 대학졸업하고 10년씩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또 수년간의 고단한 시간강사 생활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10년 이상이 지나야 정교수가 된다. 일일이 수치를 제시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삼성이나 LG에 근무하는 50대 초반의 친구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물정 아는 사람들은 교수에게 밥값 내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자본주의인 만큼 사회적 지위도 소득수준과 결합할 수밖에 없다. 과연 대한민국 교수는 얼마나 대우받고 사는 것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2009-2010 직업지도’를 보면, 평균 근속년수 11년 차 48세의 대학교수의 월평균 소득은 약 490만원. 전체 402개 직원 가운데 19번째다. 세무사, 관세사, 기업고위임원, 변호사, 의사 등등이 상위에 랭크돼 있다. 교수는 한참 밑인 19위.

한국의 미래가 교육에 달려 있다면, 특히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역량이 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대학교수의 급여나 대우는 더욱 나아져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인재가 대학에 몰리게 되고, 기초과학과 같은 순수학문에 몰입하는 인재가 많아지는 것이다. 물론 교수사회에 개선할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교수를 우대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대학교육은 발전할 수 없다. 대한민국 ‘대표 언론’이라고 자부한다면 그 정도의 인식과 철학은 갖고 있어야 한다. 교수사회도 개선할 것이 많지만 편협한 기준과 자료를 갖고 교수사회를 폄하하는 것은 등록금 문제의 해법도 아니고 교수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영진 <교수신문> 주간 / 중앙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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