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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한 테마 … 그러나 구체적 대안은?
시의적절한 테마 … 그러나 구체적 대안은?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6.0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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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_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사업단 국제학술회의‘학문의 위기와 공공지식의 재구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사업단(단장 백영서)은 지난 2일부터 이틀간 이 대학 학술정보관 6층 장기원 국제회의실에서‘학문의 위기와 공공지식의 재구성-사회인문학의 자원과 방법론’을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공공지식의 재구성’은 시의적절한 테마였지만, 구체적 재구성 방안 도출은 지난한 작업임을 다시 확인한 자리였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공공적 지식인 혹은 공적 지식의 재창출이라는 관점에 초점을 두고 자본의 논리에 포획된 대학 제도와 인문학을 내부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실의 바람직한 혁신을 추동해 낼 수 있는 대안적인 학문의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지식인들이 사회와 정치에 대해 자신들의 책임을 실현하는 전통을 다시 세우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사업단측의 계산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2일 제1부‘신자유주의 시대 대학과 학문의 변동 - 공공지식, 공적 지식인을 중심으로’, 제2부‘사회인문학의 사례, 방법, 전망’3일 제3부‘사회인문학의 자원과 갈래’등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됐다.

제1부‘신자유의 시대 대학과 학문의 변동’에는 아리프 딜릭 교수(델리 발전사회연구 민주주의센터), 쉬지린 교수(중국 화동사범대) 등 이제는 제법 낯익은 해외 학자들의 얼굴도 보였다.

 

새로운 문제의식 있었나

 

아리프 딜릭 교수
아리프 딜릭 교수는 고등교육이 직면한 문제점을 전지구적 근대성의 시각에서 해명하고자 했다. 그는 발표문「초국가화와 대학」에서“글로벌적/비지니스적 전환이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기를 초래한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라고 말하면서“인문학의 근원에 놓여 있는 내적 보수주의, 배타성, 엘리트주의적 유산에 기인하는 면”을 문제삼았다.  

 

그는 세계화에동반된 장소(place)에 관한 의식을 자원으로해서 인문학 교육의 재편이 가능하리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의 논의는 뭔가 새로운 것을 담아내지는 못했다. 이미 몇 차례 국내에서 열린 학술대회나 강연 등에서 그가 줄곧 강조했던‘장소의 정치성’이란 담론의 연장선에 인문학을 집어넣은 인상이다.

이런 아쉬움은「최근 10년 중국 공공지식인과 지식사회」를 발표한 쉬지린 교수에게서도 발견됐다. 국가가 권력을 활용해서 시장화된 지식의 생산을 통제한다고 지적한 그의 결론은 다소 맥빠진 감을 줬다. 진정한 공적 지식인이 성립하려면‘학술공동체’가 독립해야 한다는 원론적 주장에 기댔기 때문이다.

 

쉬지린 교수
그러나 쉬지린 교수의 논의는 오늘날 중국 대학이 처한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 다는 점에서 시사적이었다.「지식의 인간성, 학문의 사회성, 교육의 공공성」을 발표한 박명림 교수(연세대)는 인문지식을 교육 공공성과 연결해‘사회인문학’ 의 의미를 심화하고자 했다. 본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영혼이 없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빌려온 박 교수는 오늘 황폐해진 대학 교육의 가장 큰 책임이 교수들에게 있다는 뼈아픈 자성을 통해, 대학이 지식 공공성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곳으로 환골탈태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대학의 재구성, 학문의 재구성, 지식의 재구성을‘사회인문학’에서 찾고자 했다.  

 

‘감성/감정’의 사유라는 솔깃한 제안 

토미야마 이치로 교수
토미야마 이치로 교수(오오사카시립대)는 일본 원자력 사고 이후 불거진‘공포와 불안’이라는 감성과 감정의 문제를 어떻게 아카데미의 경계에서 사유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공공지식인과 연대를 위한 지식」은 시간에 쫓겨 단축 발표를 해야 했지만, 짧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 것으로 읽혔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사회에 불기 시작한‘힘내라 일본!’이라는 캐치 프레이즈에 주목한 그는 네트워크 공간을 매개로 한 배외주의적 내셔널리즘의 이면을‘불안이 조직화 됐을 때 나타나는 현실의 문제’로 규정하고, 이를 아카데미로 가져오는 동시에 다시 대중사회로 환원하는 방법을 탐구하고자 했다.

“삶의 불안은 개인에게 떠안겨져 무의식의 밑바닥으로 깊이 확대될 것이다. 바꿔 말하면 자본에 자신의 삶을 인질로 잡히면서 그 불안을 혼자 떠맡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새로운 구성 원리’의 등장을 전망할 수 있다. 그것은 인질이 된 삶을 함께 되찾는 일이다.”

 

                       박명림 교수
제1부 토론에는 김종엽 교수(한신대), 천정환 교수(성균관대)가 약정 토론자로 참여했다. 딜릭 교수와 박명림 교수의 약정 토론자인 김 교수는 현재와 같은 대학의 지식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전략이 부재하다는 것, 사회적인 지식 회복을 위한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자본의 요구가 대학을 옥죄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사회인문학’에 모종의 희망을 기대했다. 쉬지린 교수와 이치로 교수의 약정 토론자인 천 교수는 공공성의 성립 조건, 知가 감성과 윤리의 차원이라고 한다면, 이를 대학에서 어떻게 사유할 수 있는가를 따졌다.

 

이번 국제학술회의에는 이들 외에 리차드 리(빙햄턴대), 고병헌(성공회대), 쿠사고 타카요시(간사이대), 이규성(이화여대), 조경란(연세대), 쑨거(중국사회과학원), 박영도(연세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공공지식과 공적 지식인이란 의제를 다룬 첫째 날 1부 논의에서 더 많은 토론이 이어지지 못한 점, 발표 내용으로 봤을 때 더 많은 인문학자들의 참여가 기대됨 직했음에도‘소통’의 뜨거움을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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