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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르치는 대학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잘 가르치는 대학의 모델을 보여주고 싶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6.0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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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교 50주년 맞아 세계여자대학총장포럼 여는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서울여대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대학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처음 선정한‘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다. 4년간 총 120억원을 지원받는다. 2001년부터 11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는 이광자 총장은“ACE사업 선정은 지난 49년간 축적된 바롬 인성교육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바롬은‘바르다’는 뜻으로 초대 학장을 지낸 故고황경 박사의 호다. 개교 50주년을 맞아 세계 여자대학총장 포럼, 50주년 기념음악회 준비 등으로 바쁜 이 총장을 지난 2일 만났다. 이총장은“선진국까지 서울여대의 교육방법과 모델을 벤치마킹하러 올 수 있는, 잘가르치는 대학의 샘플을 보여주는 서울여대를 만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 일시 : 2011년 6월 2일 오전 11시
● 장소 : 서울여대 총장실
● 대담 : 이영수 <교수신문> 발행인
● 정리 :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이광자 총장은...1943년생. 서울여대 사회학과 61학번으로 서울여대 50년 역사를 함께 한 '산 증인'이다. 미국 켄트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연세대에서 가족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여대 교수와 학생처장, 대외협력처장, 사회복지대학원장 등을 거쳐 2001년부터 11년째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 그 동안 서울여대의 장점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 같다.
“한국적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웨슬리대학처럼 작지만 훌륭한 대학이 많다. 그건 그 나라의 역사라든지 문화라든지 정서라든지, 그런 것들이 그렇게 키우는 것이다. 한국은 무조건 큰 대학 중심으로 일관돼 왔다. 평가도 그렇고, 작은 대학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시스템이 중요하다.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정부 정책. 이런 것들이 상당히 영향을 미친다.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 지난해 ACE사업에 선정되면서 큰 주목을받았다. 선정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ACE사업은 그냥 된 게 아니라 49년간 축적된‘바롬 인성교육’의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서울여대는 ACE사업에 선정되기 전부터 바롬 인성교육과 몰입형 영어교육 프로그램인 ‘스웰(SWELL)’등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해왔다. 특히 50년의 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해 온 바롬인성교육은 서울여대만이 갖고 있는 특화된 교육이다. 서울여대는 개교 때부터 전원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동체 교육을 해왔다. 지금은 학교 규모가 커지면서 1학년 때 3주, 2학년 때 2주로 줄었지만 최소한 한 학기 정도는 합숙교육을 시키고 싶다. 이러한 바롬인성교육의 토대 위에 ‘공동체 기반의 학부교육 모델’을 새롭게 구축해 창의적 전문성, 인성과 소양, 봉사와 실천이라는 3가지 핵심역량을 갖춘 플러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10가지 공동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부교육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왔다. 이러한 서울여대만의 특성화된 학부교육 모델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교수의역할도 중요한데.
“2010학년도부터 교육영역 비중을 강화한 새로운 교수업적평가제도와 교육집중교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전체 교수 229명 가운데 32.3%(74명)가 교육집중 교수를 신청했다. 교수가 자신의 교육활동을 자체 점검하고 진단해 개선방향을 모색하도록 지원하는‘교수별 포트폴리오 시스템’을 도입했다. 학과 및 전공에 대한 성과평가와 교수업적평가를 연동해 평가결과에 대한 개선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적인 교수평가 시스템’도 구축했다. 경력이 오래된 교수가 신임교수의 멘토 역할을 해 주는 ‘교수 멘토링’은 다른 대학에서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다.”

△ ACE사업에 선정됐지만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에 떨어졌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이 지극히 정량적인 평가지표를 갖고 있다면 ACE사업의 평가지표는 지극히 정성적이어서 이 두 사업을 동일선상에 두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특히 기준 자체가 극명하게 구분되는 두 사업을 함께 연계시켜 사업의 선정 여부를 결부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평가지표 중 20%를 차지하는 취업률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구조적 여건상 여자대학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도 이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평가를 통해 정부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결과를 보면 국공립대에 편중돼 있다. 이는 재정 지원이 있는 국립대에 이중수혜를 주는 것이다.”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사진 오른쪽)은 "많은 대학이 세계 몇 대 대학, 국내 몇 대 대학을 이야기 한다. 다 공허한 이야기다. 우리 목표는 정말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 개교 50주년을 맞아‘SWU 2020 비전’을 선포했다.
“기독교 정신에 기초한 지ㆍ덕ㆍ술을 갖춘 여성 지도자 양성을 미션으로 설립된 서울여대의 50년은 ‘바른교육, 명품교육’의 역사였다. 초대 학장인 고황경 박사는‘3H’를 강조했다. 지혜(Head), 마음(Heart), 실천(Hand)이다. 그래서 우리가 1961년부터 87년까지 농촌봉사활동을 갔다. 88년부터는 사회봉사, 자원봉사를 했다.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리더십의 콘셉트나 미션이 다르다. 21세기에 와서는 전공 중심의 ‘봉사-학습(Service-Learning)’으로 바꿨다. 전공을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프로그램이다.

개교 50주년을 맞아‘플러스형 인재에 기반한 교육중심 대학’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3개의 핵심전략이 있다. 수요자 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경영 인프라를 혁신하고, 공동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50년 전통을 가진 바롬 인성교육도 이번 기회에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있다. 교육은 눈에 안 보인다. 나무도 자라는 게 보이지 않지만 햇볕을 주고 사랑을 주고 정성을 쏟고 비료를 주면 자란다. 교육도 정성을 들여야 된다. ACE사업을 하면서 30억원씩 4년 동안 지원받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ACE사업을 기틀로 해서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교수ㆍ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학교가 성장하는(Up Growing)것이 중요하다. 더도 말고 3년 후를 봐 달라.”

△ 그렇다면 2020년이 됐을 때 서울여대의 미래상은 무엇인가.
“많은 대학이 세계 몇 대 대학, 국내 몇 대 대학을 이야기한다. 다 공허한 이야기다. 우리 목표는 정말 대학다운 대학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가르치는 방법이나 학생들의 학습 성과를 높이는 부분에서 정말 모델이 되는 대학이 돼서 아시아권이나 제3세계, 선진국까지도 우리 대학의 교육방법과 모델을 벤치마킹하러 올 수 있는 그런 대학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우리가 내세우는 것도 배움과 나눔을 실천하는 ‘Learn to Share, Share toLearn!’이다. 작지만 정말 알차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고, 누가 봐도 흐뭇해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여대 하면 교육을 믿고 신뢰하는 대학을 만들고 싶다.”

△ 세계 여자대학 총장 포럼을 개최하는데.
“세계적으로 보면 여자대학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경우 6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대학이 300여개였는데 지금은 58개다. 우리나라도 13개에서 7개로 줄었다. 남녀공학으로 많이 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자대학이 존재해야 할 것이냐. 존재한다면 어떤 방향과 정체성을 갖고 가야할지 짚어내고 싶다. 미국과 일본의 여자대학총장 5명이 참석하는데,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포럼을 개최하려고 한다.”

△ 여자대학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다. 여성들끼리의 경쟁을 통해 여성이 갖고 있는 고유한 잠재력과 리더십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졸업생들을 만나보면 직장에서도 여자대학 출신들이 남녀공학 출신보다 리더십과 솔선수범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남녀공학으로 가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여자대학은 있어야 한다.

△ 2001년부터 총장을 했는데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 하는 게 있나.
“잘 가르치는 대학의 샘플을 보여주는 서울여대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단단하고 내실 있는 대학, 유니크(unique)한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1회 졸업생이라 그런지 다른 욕심은 없는데, 유니크한 대학으로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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