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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은 상처투성이 … 그 청춘들이 사랑스러워졌어요”
“그들의 삶은 상처투성이 … 그 청춘들이 사랑스러워졌어요”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6.08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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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임 앞두고 『청춘에게 안부를 묻다』 펴낸 김조년 한남대 교수

올해 8월 정년퇴임하는 김조년 한남대 교수가 지난 1일 열린 고별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직접 쓴 서예 글씨를 선물했다.
“그들이 이제까지 살아온 삶이 상처투성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 청춘들이 사랑스러워졌어요.”

김조년 한남대 교수(65세, 사회복지학과·사진)는 지난 1일 마지막으로 강단 위에 섰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정년맞이 강의’를 하기 위해서다. 이날 강연회에서 ‘옴, 놀며 머묾, 감 그리고 영원히 같이 삶’이란 주제로 제자들과 교직원, 동문, 지인 등 200여 명 앞에 올랐다.

강연과 함께 그의 책 『청춘에게 안부를 묻다』 출간기념회도 이어졌다. 이 책은 그가 지난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사회복지학과 학생 450여 명과 매일 한 통씩 주고받은 편지 중 일부를 골라 만든 책이다.

주변에서는 이를 ‘500일간의 기도’라고 전했다. 김 교수가 제자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냈기 때문이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신학과)는 “진솔한 편지들로 엮어진 희한한 책”이라며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현실과 이상의 충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참 용기와 지혜를 경험을 통해 말해주는 책”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과 편지로 소통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학생들이 참 생각없이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라며 “아직 어둡고 막막한 사회이긴 하지만 역시 젊은이들에게는 상당한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학내에서 ‘三無의 교수’로 불린다. 휴대전화, 자가용, 학위가 없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마트폰 등 다양한 소통 매체들이 생겨났지만 김 교수에게는 그 흔한 휴대전화도 없다. 대신 그의 소통방식은 단순하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김 교수는 “휴대전화가 없어도 소통은 다 된다. 금방 안 되면 조금 기다리면 되지 않나. 요즘에는 매체가 획일화돼있어 사용하지 않으면 마치 단절된 것인 양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三無중에서 二無는 필요하면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학위는 더 이상 할 용기가 없다”라며 제자에게 당부의 말을 이어갔다. “공부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학위가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일을 했을 것”이라며 “공부를 언제든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빠르게만 흘러가더라. 계절마다 거기에 맞는 일이 있듯이 인생의 계절에도 시기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있다”라고 후학들을 격려했다.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둔 김 교수는 퇴임 후에 ‘탈학교 청소년과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자존감 회복을 위한 인문학 강좌’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청춘에게 안부를 묻다』의 수익금도 이 강좌 개설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탈학교 학생들은 제도를 박차고 뛰쳐나갈 수 있을 정도의 용기를 가진 아이들이다. 그들은 절대 문제아나 낙오자가 아니며,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이 탈학교 청소년과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김 교수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옥유정 기자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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