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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지리학의 인문성
[학이사] 지리학의 인문성
  • 이민부 한국교원대
  • 승인 2002.07.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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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12:15:00

오늘날 현실세계와 학문세계에 대한 해석적 담론으로서 세계화, 지역화, 정보화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런 용어들이 지니는 의미는 모두 지역과 연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여러 영역에서 지역연구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지만 지리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개념이다.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환경문제조차도 지역적인 차이가 있고, 지역에 따른 환경문제의 고통의 정도도 달리 나타난다. 지역에서의 정확한 환경문제의 실체를 가장 잘 파악해서 대처할 수 있는 학문적 방안이 지역지리가 될 수 있다. 지역환경을 정확히 파악해서 지역자체의 삶의 질을 높일 뿐 많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분포와 패턴을 알아내어서 전인류적인 대안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지역지리학은 미시적인 공간과 거시적인 공간분석 모두에 유용한 방법과 결과적 실체 자체라 할 수 있다.

지방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소규모 지역단위의 생활공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인가? 세계화와 연계되어 세계라는 공간을 이루는 소단위로서의 공간을 말하는 것인가? 우리가 현실적으로 혹은 학문적으로 한정짓는 지역이라는 공간의 지역성의 실체의 중요성을 인정해야함을 말하는 것이다. 세계화가 지표상의 모든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모두 통일되어야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단위지역들의 지역성이 모여서 지역의 다양성이 결합되고 상호존중돼야함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와의 관계, 지역의 환경과 조화되는 삶의 공간 등이 지역지리에서 보다 활발히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화는 근래에 발견되거나 창조된 것인가? 인간의 미지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 지능과 지식의 발달과정에 따른 이동능력의 향상, 기술과 기록의 발달 등으로 세계화는 꾸준히 진전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거대한 로마, 몽골, 영국 등의 제국들은 여러 대륙에 걸친 지역을 통치하면서 세계화를 부분적으로 이루어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화가 부정적으로 보이는 것은 지역의 다양성을 인정하거나 지역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비공간적 경제행위의 대상으로 지역을 바라보고, 표준화와 단일화로서의 통일을 이룩하려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타나는 폐해는 지역의 환경, 농업, 문화 등이 훼손되면서 인간성, 도덕성, 예술성 등의 인문성까지도 훼손되면서 전지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제 지역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지역성을 찾아야할 것이다. 지역의 자연환경의 구조와 이와 관련된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형성, 지역의 경제와 사회의 구조 등을 지역에서 꾸준히 관찰하고, 기술하고, 기록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 내에서의 이들간의 관계를 학리적으로 담론적으로 파악하여 지역성을 찾아야할 것이다. 이러한 학제적인 논의들은 우리나라와 우리나라의 지역들, 세계의 지역들에 대한 지역지리라는 방법론과 실체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바탕에서 우리가 말하는 지방화와 세계화 시대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올바르게 이해될 것이다. 지역의 공간적인 차이가 만들어 내는 사회구조의 실체적 차이를 진지하게 인식할 수가 있을 것이다.

지역에 대한 논의의 방향을 인문성으로 확대해 보자. 지역성을 이해해서 지역간의 차이와 공통성을 찾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의 삶의 공간 자체가 되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삶 자체는 물론, 존재의 의미를 파악할 수가 있다. 다른 지역들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다면, 타 지역의 지역성과 문화를 존중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 및 경제구조와 문화가 서로 다른 것은 다른 지역성, 지리적인 특성에서 유래하므로 이들 구조간에는 상하적 차별성보다는 평등적인 차이성의 인식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관의 지리적 인문성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지리학은 지역의 개별적 지리적 지식의 획득과 이용에서,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려는 가치관을 높이는 학문적인 수단으로서도 유용하다고 하겠다.

이민부 <한국교원대, 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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