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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교육 왜 해야 하나
漢字 교육 왜 해야 하나
  • 김왕규 한국교원대
  • 승인 2011.05.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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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김왕규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김왕규 한국교원대 교수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자 교육 열풍이 교육계를 강타하고 있다. 한자 교육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이 있다. 그 하나는 공교육 차원의 한자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한자 교육이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가운데 초등학교 재량 활동에 편성돼 단위 초등학교에서 자율적·선택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교육 차원의 한자 교육과는 달리 민간 수준의, 유아 및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한 한자 교육은 최근 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가 공인’을 배경으로 한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의 초등학생 응시자 수는 몇 십만 명을 上廻하는 폭발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한자를 왜 배워야 하며, 배우면 어떤 점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학습자, 학부모, 한자·한문 교육 담당 주체에게 제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어 사용 능력 및 思考力 신장을 위해서라도 한자 교육은 필수적이다. 국어과, 한문과 교육을 포함한 학교 교육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학습자 개개인의 언어 사용 능력 곧, 말하고, 듣고, 읽고, 쓰는 능력을 신장하는 것이다. 한자 단어 곧, 한자어가 국어 어휘의 70%를 상회하는 언어 상황에서 한자 학습은 학습자의 언어 사용 능력을 신장시키는 기초가 되며, 올바른 언어생활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예컨대, ‘혈혈단신(孑孑單身)’을 ‘홀홀단신’으로, ‘절체절명(絶體絶命)’을 ‘절대절명’으로 잘못 말하거나 쓰는 것은 한자의 올바른 음과 뜻을 통해 어휘를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말 발음상 ‘ㅔ’, ‘ㅖ’, ‘ㅐ’의 구분이 어려워 ‘휴게실(休憩室)’을 ‘휴계실’로, ‘게시판(揭示板)’을 ‘계시판’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또한 부실한 한자 교육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언어 사용 과정은 사고를 언어로 표현하고, 표현된 언어를 통해 생각을 이해하는 의미의 재구성 과정이며 학습자는 표현·이해 활동을 통해 사고력을 신장한다. 그런데, 교과의 주요 개념 및 핵심 내용은 대부분 한자를 이용한 개념어를 통해 전달되며, 학습자의 사고력과 문식력은 한글로 표기된 한자 어휘를 구성하는 개별 한자의 뜻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크게 신장된다.

 더욱이 한자 학습의 필요성 및 그 학습 효과는 외국어 교육 차원에서 극대화된다. 주지하듯이, 국제 사회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 정치, 경제적 중요성과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한국어 속에서의 한자의 역할과 중요성은 말 할 필요도 없거니와 중국어, 일본어와 한자의 관계는 매우 직접적이다. 한자 학습이 선행된다면 이들 외국어 학습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 들 것이며, 적은 비용으로 외국어 학습의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略字, 중국은 簡化字[혹은 簡體字]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자 교육의 효과가 半減된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正體字’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화자라는 것은 正字를 기본으로 간략화 한 것이기 때문에 ‘정자’를 익히면 약간의 훈련만으로도 ‘약자’나 ‘간화자’를 쉽게 익힐 수 있다.

그러나 간화자를 먼저 학습하면 ‘정자’를 알기 어렵다. 중국에서도 ‘정체자’의 학습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한자 교육은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여러 나라(일본, 중국, 베트남 등)의 공통된 문화 자산을 향유할 수 있는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상호 교류·증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도 그 필요성을 말할 수 있다.

 세계의 모든 나라는 민족 고유의 고전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 민족은 천년 이상이나 한자를 이용해 고전 문화를 기록, 보존, 발전시켜 왔다.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 ‘무녕왕릉 지석(武寧王陵 誌石)’ 등의 유물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이미 한자·한문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三國遺事)』,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과 같은 역사 기록류와 박지원의 『연암집(燕巖集)』, 정약용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를 포함한, 수백, 수천을 헤아리는 개인 文集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자는 바로 고전 문화의 창조와 기록, 전달의 수단이었다.

즉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의 사상과 정서 표현의 주요 표기 수단은 한자와 한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고전 문화를 이해한 바탕위에 그 精髓를 전승하고 미래 사회 및 외래 문화의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을 쌓는 과제 또한 한자 교육의 필요성 및 학습 효과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김왕규 한국교원대 국어교육과
고려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한자한문교육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문교육학의 학문적 정립을 위한 서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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