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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교원지위 … 재정지원 없는 처우개선
애매한 교원지위 … 재정지원 없는 처우개선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5.30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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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처리 앞둔 ‘시간강사法’ 쟁점은

“시간강사를 그대로 두시면 안 됩니다.”2010년 5월 25일 저녁, 조선대 시간강사 서 아무개 박사는 ‘이명박 대통령님께’ 보내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4년 서울대 백 아무개 연구교수, 2008년 건국대 한 아무개 강의전담교수의 죽음 때와는 달랐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가 나섰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도 부랴부랴 시간강사의 명칭을‘강사’로 바꾸고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여야가 각각 발의한 법안만 7개나 된다.

지난 4월 26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서상기 한나라당)는 정부와 박보환 한나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안을 중심으로 대안을 만들어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야 의원이 법안소위 심의 결과에 반대하면서 교과위 전체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우선 명칭부터가 논란이다. 위원회 대안은 시간강사의 명칭을 ‘강사’로 바꾸고 이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돼 있다. ‘ 연구강의교수’, ‘ 연구교수’ 또는 ‘연구강의강사’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강사’로 정리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하 비정규교수노조)은 교원의 범주를 정의한 고등교육법 14조2항에 ‘연구강의교수’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임강사가 없어지는 대신 ‘교수-부교수-조교수-연구강의교수’의 형태로 들어가는 것이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연구는 일반 강의준비, 논문 준비, 교재개발, 번역, 일반 저술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인데도 교과부에서 강의와 연구를 분리하는 반쪽짜리 교원을 양산하려고 하고 있어 연구와 강의를 모두 언급한 명칭을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강사가 교원이 되더라도 실질적인 지위는 기존 교원과 다르다. 교육공무원이 아니다. 당연히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가입 대상자도 아니다.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는 갖지만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상 교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들어가는 재정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가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의사에 반한 면직이나 권고사직이 제한되고, 불체포 특권, 계약만료 후 재임용 심사 등의 신분보장을 받게 되지만 총장 투표권 등의 교권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알아서 결정할 사항이지 법에 규정할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응권 교과부 대학선진화관(국장)은 교과위 법안소위에서 “우선은 가르치는 교원으로서의 지위는 인정하되 공무원으로서의 교원까지는 아직 안 됐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처우 받는 것을 100% 받지는 못하고 그것은 사립학교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강사의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규정한 조항은 여야 모두 불만이다. 법안소위 심의에서 한나라당 박영아ㆍ조전혁 의원은 “1년 이상의 임용을 하는 정부안은 잘못됐다”라며 지금처럼 학기제로 할 것을 주장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1년 계약의 비정규직으로 고착화된다”라며 “계약기간을 2년 이상으로 늘리고, 급여도 시급이 아닌 월급으로 받고 방학 중에도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실질적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인 지위나 권리는 기존 교원에 못 미치지만 전임교원확보율에는 반영된다. 김응권 국장은 “교원의 지위를 갖기 때문에 전임교원 확보율에 당연히 들어가는 것이고, 어느 비율까지 할지는 대학설립ㆍ운영규정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립대에 대한 재정지원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권영길 의원은 “처우를 개선하겠다면 비용 추계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정부안에는 처음부터 비용 추계가 없었다”라며 “이는 정부가 시간강사에 대한 실질적인 처우 개선보다는 법령상 몇 가지 교원 신분만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 역시 법안소위에서 “대학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부담을 시키면서 법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그 사이의 격차를 반드시 정부가 지원을 해 줘야 된다”라고 요구했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사립대가 국공립대보다 훨씬 많고 사립대 비정규 교수의 처우가 국공립대보다 더 열악한 데도 지원책이 제도화되지 않고 관련 예산 배정마저 없다면 실효성이 거의 없다”라며 “교부금법 제도를 신설해 인건비를 직접 하거나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 지급하고, 전임교원 확보율 100%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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