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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등록금, ‘립서비스’말고 실행방안 내놓아야
반값등록금, ‘립서비스’말고 실행방안 내놓아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1.05.3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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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확보 방안도 없어‘설익은 구상’지적도
야당도 적극적 …‘先예산확보, 後정책추진

‘반값 등록금’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여당 안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과 교육시민단체는‘립 서비스’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의지와 계획을 먼저 보여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값등록금 공약을 앞세웠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반값등록금을 약속한 적 없다”라며 발을 뺐다. 실제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선거운동 본부에서 반값등록금 공약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정작 대선 공약집에는 빠졌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등록금을‘최소한 반값’으로 하겠다고 밝히면서 반값등록금을 다시 들고 나왔다.

대학생 자녀를 둔 가구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등록금의 90% 이상을 지원해 사실상 ‘무상 등록금’을 적용하고, 차상위 계층은 50%, 차차상위는 30%씩 지원하는 식으로 소득구간 하위 50%에 대해 등록금을 전체적으로 반값 정도 지원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밝힌 주요 방안이다. 재정ㆍ회계 공시제도 강화, 등록금산정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추천하는 전문가 참석, 기부금 세액 공제 확대 등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반값등록금 재추진은 황 원내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4선의 황 원내대표는 교육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13년 동안 교육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한 ‘교육통’이다. 원내대표에 당선되고 난 후 당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등록금 관련 정책을 가장 먼저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설익은 구상이 다소 우발적으로 발표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은 처음 반값등록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논란이 일자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이나 ‘국가 장학금 제도 확대’로 불러달라며 진화에 나섰다. 당 정책위원회에서 교육ㆍ과학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임해규 의원(정책위 부의장)은 당시 해외출장 중이어서 발표 사실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도 내놓지 못한 채 6월에 국민 공청회를 열어 최종적인 입장을 정하겠다고만 밝혔다.

이 때문에 대학가와 교수단체는 ‘정책 실현의지와 세부 실천방안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을 잇따라 내놓았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이하 교수노조)은 “정책 추진 자체는 환영하나 예산 없는 정책 선전은 의미가 없다”라며 “‘선 예산확보, 후 정책추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노조는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1년에 5조5천억원에서 6조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1조2천억원 가량밖에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책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재원 확보는 이미 나온 방안을 잘 활용하면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국세의 8% 가량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대학 기부금에 대해 연 1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확보된 재원을 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서상기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발의했다.

이에 더해 민주당은 지난 26일 “5천억원의 추가경정 예산을 반영해 지난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희생된 등록금 예산을 복원하고 △등록금 인상률을 제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 △ICL의 대출요건을 완화하는 특별법 개정안 △장학금 확대 법안 △교육재정 확대 법안 △지방교육재정 확대 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오는 31일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에 국고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법인세를 증액해 교육목적세를 확보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학 등록금 해결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성삼 건국대 교수는 “20조원의 공사비가 소요된다는 4대강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과연 반값등록금의 재원을 문제 삼아 난색을 표할 일인가”라며 “반값등록금의 실현 여부는 칼자루를 거머쥔 집권 여당의 의지와 정책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상규 중앙대 기획처장(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은 “예산이 확대되더라도 교육역량강화사업처럼 평가를 통해 지원하면 받는 대학은 계속 지원받고 그렇지 않은 대학은 계속 못 받게 된다”라며 “대학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야당도 적극적이어서 유야무야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소득 계층에 따라 부담을 낮추는 복지정책 차원으로는 쏟아붓기식 정책이 될 수 있다. 등록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정책틀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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