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08:45 (금)
“지금은 베풀 수 있는 글로벌 리더 양성할 때 … 교수사회 선의의 경쟁 필요”
“지금은 베풀 수 있는 글로벌 리더 양성할 때 … 교수사회 선의의 경쟁 필요”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5.23 1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베트남 숭실대’ 완공 겨냥한 김대근 숭실대 총장

김대근 총장은 1947년 제주에서 출생했다. 숭실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건국대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1984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를 시작으로 경상대학장, 대학원장, 대외부총장 등을 거쳐 2009년 총장에 취임했다. ‘2010 대한민국 참교육대상’에서 융합교육부문 대상과‘2010 대한민국 경제리더 대상’에서 인재경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재)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대학 설립·운영 규정 일부 개정령’이 올해 초 공포되면서 적잖은 대학들이 속속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국내대학이 해외에 분교를 설치하더라도 국내의 엄격한 개교요건을 따라야 했지만 이제는 현지 법령에 맞춰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대학들 가운데는 지난 4월 베트남IT센터를 설립한 숭실대가 있다. 실속 있는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김대근 숭실대 총장을 만나 그의 구상을 들어봤다. 김 총장은 숭실대의 해외 진출이‘베풂의 정신’을 구체화하는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7월 인도에 초등학교를 설립한 것도 작은 실천이다. 그러나 좀더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베트남 숭실대’설립을 오는 2015년까지 마치겠다는 구상이다.

•일시: 2011년 5월 19일 오전 11시
•장소: 숭실대 총장실
•대담: 최익현 편집국장
•사진·정리: 옥유정 기자 ok@kyosu.net

 

△최근 많은 대학들이 글로벌 인재 양성과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숭실대는 어떤가.
 “숭실대는 114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숭실대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고등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받으면서 발전해왔지만 이제는 나눔과 배려 없이 자기 것만 고수하면 성장할 수 없다. 수혜국가에서 베풀 수 있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그래야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작년 7월 인도 극빈지역에 ‘숭실리빙워터스쿨’이라는 초등학교를 설립했다. 지난 4월에는 기업과의 MOU를 통해 2015년까지 베트남 숭실대를 완공하기로 했다.”

 △설립자 유품이 9월에 학교에 들어온다는데.
 “집안에 비하면 집안의 역사가 있다. 그게 가풍이 되듯이 대학에도 정체성, 교풍이 있어야한다.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2년 전에도 유품전을 하면서 시카고에 있는 후손을 찾아뵀다. 당시 91세가 된 딸을 만나“당신의 아버지가 있었기에 오늘날 숭실대가 있다”라는 말을 가장 먼저 전했다. 숭실의 정신을 후대에도 이어야 하지 않겠나. 눈으로 직접 보고 그것을 계승하자는 취지에서 유품전뿐만 아니라 추모전과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를 하는 것이다.”

 △숭실대는 IT선도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IT를 강조하면서 융합기술원도 발족했다. 특별히 IT융합기술원을 설립한 이유가 있나.
 “숭실대는 60년대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컴퓨터학과를 최초로 만들었다. 그게 우리나라 IT 강국으로 성장하는데 초석을 다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한다. 현재 학교에 IT단과대학이 독립돼 있고 지금도 계속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IT 서비스만으로는 힘들다. 대한민국을 이끌 리더들은 융합인재가 돼야한다. 그 일환으로 작년 5월에 ‘숭실융합기술원’을 설립했다. 실무경험이 있는 전문가 7명을 초빙해 실무에서 쌓아온 경험들을 엮었다. ‘767 전략’을 통해 앞으로 4~5년 내에 7명의 스타 교수와 연구소를 배출하고, 6개의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하는 것, 나아가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7개의 대형 연구 과제를 수주하는 것이 목표다.”

 △기숙사, 복합시설 건립 등 분주하다.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들텐데 재정여건은 어떤가.
 “현재는 재정이 괜찮다. 경영을 하려면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많은 대학들이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숭실대는 다행히 서울 도심에 있어 지리적 여건을 내세우면 민자유치가 가능하다. 이런 점에 착안해 문화복지시설과 교육시설이 어우러진 복합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일단 지원을 받고 완공 후 20년 동안 투자금을 회수하도록 했다. 완공되면 일부 시설을 상업시설로 이용하고, 일부는 교육시설로 이용할 계획이다. 많은 대학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는 대학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다.”

 △시대를 따라가는 대학과, 시대를 앞서가는 대학이 있다. 숭실대는 어떤 유형의 대학인가.
 “내가 살던 시대는 너무나 가난했다. 어릴 적 다니던 국민학교에 교실이 4개 있었는데 한 교실에서 칠판을 나눠 각기 다른 수업을 하기도 했다. 지금의 학교를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도전이었다. 도전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거다. 숭실대는 건학이념에 따라 가르치다보니 학생들이 착실하고 성실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데는 부족하다. 교육자나 목회지도자는 많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창조하는 기업가들이 많지가 않다. 정치계에도 숭실대 출신이 별로 없다. 이제는 신입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새로운 세계를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 돼라’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좋은 교육을 하려면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 않겠나. 교수에게는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
 “교수의 역할 중 중요한 것은‘교육’과‘연구’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 많은 대학이 강의평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타 대학의 경우 한 학기에 한 번 하지만 우리대학은 두 번 시행한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교수들에게 결과를 통보해 부족한 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고, 우수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연구비 지원도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연구 성과를 고려해 연구비를 차등지급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3개 학년도의 연평균 업적점수를 기준으로 교육업적과 연구업적 우수자를 선정했다. 연구업적에서 최우수 교원으로 인정된 5명에게 총1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하고, 우수 교원 11명에게는 1억 1천만원을 지원했다. 교육업적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14명의 교수들에게 300만원씩을 포상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안다.”

 △교육은 경쟁과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한다. 경쟁만 강조하는 것으로 비춰지지 않겠나.
 “메기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논두렁에 메기를 넣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이 살아남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여서 건강해진다. 일종의 선의의 경쟁시스템인 셈이다. 교직에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드는 역동적인 선의의 경쟁 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왜 없겠나. 당장은 고통이 따르겠지만 2~3년 뒤 정착이 되면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다. 미래의 후배들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뭔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