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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새로나온 책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23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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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2호, 2011년 5월 23일자

 

다미가요 제창, 정영혜 지음, 후지이 다케시 옮김, 삼인, 330쪽, 15,000원
재일조선인 여성 사회학자가 국민국가 일본을 진단한 흥미로운 책이다.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발표한 10편의 논문을 정리한 첫 논고집이기도 하다. 조자는 현재 국민국가를 지탱하고 있는 일본 근대주의의 여러 모순점들을 분석하고 지탄하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국민 자신이 일본의 국가주의에 의한 최대 피해자임에도, 가해자인 권력구조와 공범 관계를 맺은 채 국가에 당한 피래를 자각하는 감성과 권력에 반발하는 방법을 망각하고, 스스로의 가해성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저자는 '근대성의 함정'을 환기하면서, 일본의 현재를 '근대라는 메커니즘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라고 지적한다.  

 

 

상징형식의 철학-제1권 언어, 에른스트 카시러 지음, 박찬국 옮김, 아카넷, 492쪽, 35,000원
『상징형식의 철학』은 신칸트학파의 거장 에른스트 카시러가 1923년에서 1929년에 걸쳐 저술한 대작으로, 제1권 언어, 제2권 신화적 사유, 제3권 인식의 현상학으로 구성된, 총 1천2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이다. 카시러는 인간의 의식작용에 대한 내적 반성으로 일관했던 신칸트학파의 협소한 방법적인 틀을 넘어서 언어, 신화, 종교, 예술 등의 영역에서 구체적인 상징들이 어떻게 창출되고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탐구했다. 카시러는 1권 언어에서 '상징형식들의 체계학', 기호의 일반적 기능과 의미 문제, 표현, 기호의 의미 등 전체적인 접근틀을 제시했다.

 

 

생명의 이해, 동국대 생태환경연구센터 엮음, 동국대출판부, 352쪽, 18,000원
모두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동국대 생태환경연구센터 에코포럼'의 성과를 담은 것이다. 특히 '희망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논의들을 묶었다. 급격히 증가한 자살, 유전자조작유기물의 위험성, 환경 파괴 등 '생명'의 위기 시대를 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공동체가 생명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떤 대안을 모색할지 질문하는 행위는 유의미하다. 동양적 철학과 한의학적 관점에서 생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인간 중심적인 근대적 생명의 이해방식에서 벗어난 동서양에서의 탈근대적 생명의 이해 방식을 살피는 데서 출발해, 생명과 과학의 접목, 자살, 우리 사회가 모색해야 할 생명의 길 등을 다뤘다. 

 

 

 

역사의 이름들: 지식의 시학에 관한 에세이, 자크 랑시에르 지음, 안준범 옮김, 울력, 187쪽, 12,000원
이 책은 '주체화'에 관한 랑시에르 사유의 성숙 과정에서 중요한 결절점을 보여주는 저작이다. 스승이었던 알튀세르와 결별 이후, 주체화를 사유하기 위한 철학적 준거를 성찰하는 작업과 동시에 역사적 준거를 모색하는 일종의 아카이브 작업에 착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슐레에서 브로델에 이르는 일련의 역사가들을 다시 읽으면서 주체화의 글쓰기를 탐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과학인 역사라는 특이한 언어/글쓰기야말로 주체화를 재현하는 언어/글쓰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전언이다. 주체화의 조건과 형식을 숙고하는 텍스트, 그리고 주체화의 미학을 제시하는 텍스트를 구분한 랑시에르는 이 책에서 역사를 우회해 주체화의 재현이라는 난점과 대결하고 있다.

 

왕과 국가의 회화, 한국학중앙연구원|박정혜,윤진영,황정연,강민기 지음, 돌베개, 372쪽, 28,000원
이 책은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기를 지나 일제강점기까지 존재했던 궁중의 그림과 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총망라한 책이다. 여기서 궁중의 그림 즉 '궁중회화'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인 왕실에서 그려지고 향유됐던 그림과, 최고 권위와 공적 개방성으로 상징되는 조선의 궁궐에서 주관해 제작된 모든 그림을 뜻한다. 즉 궁중 안팎에서 왕과 국가를 위해 그려진 다양한 그림들을 포괄한다. 저자들은 이 궁중회화의 제작 목적과 용도, 제작자와 향유층을 고려해 일곱 가지로 분류하면서 논의를 열어간다. 실례로 든 200여 컷의 그림을 통해 조선 궁중회화의 역사, 즉 '재현된 조선 왕실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2부에서는 아주 특별한 주제, 왕과 왕족들이 감상하거나 직접 그렸던 그림들도 분석했다. 세종, 숙종, 영조, 정조, 헌종 등의 회화 관련 업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3부에서는 왕실이 직접 운영했던 회화 컬렉션의 구체적인 상황, 이를 보관했던 궁궐의 전각과 관리체계 등을 살폈다. 4부에서는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 왕실 미술을 다뤘다. 

우주의 풍경, 레너드 서스킨드 지음, 김낙우 옮김, (주)사이언스북스, 568쪽, 25,000원
스탠퍼드대 교수인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난부 요이치로와 함께 '끈 이론'의 창시자 중 한 사람이고, 한국 고등과학원 석좌교수이자 이론 입자 물리학 분야의 탁월한 연구자이다. 서스킨드는 이 책에서 수많은 이론 물리학자들의 희망을 모았다가, 실망만을 안겨 주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질 뻔했던 끈 이론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우주의 가장 큰 수수께끼, "우주는 왜 우리와 같은 형태의 생명이 존재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설계된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를 해결할 희망은 끈 이론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끈 이론이 유도해 낸 '풍경'과 'Megaverse'라는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초월자나 신 또는 지적 설계자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 과학자들이 뛰어넘기를 포기한 갭을 넘어갈 수 있음을 역설한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 운동, 정해구 지음, 역사비평사, 264쪽, 13,000원
이 책은 '1980년대 이전의 민주화 운동'을 프롤로그로 삼아, '서울의 봄과 신군부 세력', '5?18 광주민중항쟁', '전두환 정권의 등장과 체제 정비', '민주화운동의 부활과 전두환 정권의 대응', '6월민주항쟁'. '민주화 이행과 지역주의 정치의 등장', '민주화 이후 민주개혁의 성과와 한계', '1980년대 남북관계와 경제?사회'를 거쳐 에필로그 '1980년대를 넘어 1990년대로'에 이르는 구성을 하고 있다. 1980년대라는 격동의 전 기간을 조명한 이 책은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의 네 번째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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