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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이용숙 덕성여대 교수의 한국 대학 강의에 대한 교육 인류학적 분석
[화제] 이용숙 덕성여대 교수의 한국 대학 강의에 대한 교육 인류학적 분석
  • 교수신문
  • 승인 2002.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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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2 16: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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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숙 덕성여대 교수의 ‘한국의 대학 수업: 서술적 수업관찰 결과의 양적 분석’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현실을 숨김없이 보여준다는 데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교육내용, 교육방법, 교육환경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 실증적 보고서는 6년에 걸친 경험적 관찰의 산물이어서 더욱 값지다.
이 교수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자신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에게 서술적 관찰 방법을 가르친 뒤 실습 과제의 일환으로 일인당 1~2개씩의 대학 수업에 대한 서술적 관찰 기록지를 작성해 제출토록했다. 이렇게 해서 모두 47개 대학(남녀 공학 40개, 여대 7개)에서 관찰된 2백69개 수업에 관한 관찰기록지가 모아졌다. 이들 대학은 대부분 서울과 서울 근교에 위치했지만, 부산, 춘천, 평택등에 소재한 대학도 포함됐다.

마이크 시설도 없는 강의실

관찰한 강의를 교양.전공별로 나누어보면, 교양 수업이 1백96개, 전공 수업이 47개로, 교양수업의 비율이 크게 높았다. 26개의 경우에는 전공.교양 여부를 알 수 없다. 관찰된 수업 중에는 1백명 이상의 학생이 수강한 대강의의 경우가 가장 많아서 74개였으며, 50명 이상 1백명 미만의 중강의가 45개, 50명 미만의 소강의가 38개, 수강 학생 수를 기록하지 않은 경우가 56개였다.
이렇게 해서 분석한 우리나라 대학 강의는 어떤 모습일까. 먼저, 교육 환경부터 보자. 기본적인 교육환경과 교육 기자재 사용을 문제 삼았다. 이 교수는 “교육 환경이라고 했을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강의실 어디에 앉아 있건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보거나 듣는데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강의가 이러한 기본적인 조건조차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85.1%만이 강의가 ‘잘 보이고 잘 들린다’고 응답해, 교육 환경에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교강사들의 부정확한 발음이나 낮은 목소리가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마이크 시설 미비’이다.

강의와 관련, 칠판과 교재 말고 시청각 기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시청각 기자재를 사용하는 강의는 16.7%였다. 슬라이드, 비디오 등이 주로 활용됐다. 이처럼 시청각 기자재 사용이 적은 것은 ‘강의실에 시청각 시설이 없어서’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 강의가 여전히 칠판과 교재 중심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또한 ‘강의 집중률’ 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
일방적 설명에 의존한 교수법 많아

이 교수는 2백69개의 강의 가운데 2백33개의 강의에 대해서만 집중률을 계산해냈다.<표 1>23.2%의 강의만이 90% 이상의 집중률을 보였고, 38.6%의 강의는 70% 미만의 집중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0% 미만의 집중률을 보인 강의도 13.7%나 됐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의 집중률이 강의 규모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는 것. 대강의의 경우 90%이상의 집중률을 보인 강의가 21.3%, 70%미만의 집중률을 보인 강의는 42.5%였다. 소강의의 경우 90%이상의 집중률을 보인 강의가 52.8%, 70%미만의 집중률을 보인 강의는 16.7%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중강의의 경우에는 90%이상의 집중률이 23.9%, 70%미만의 집중률이 30.4%로서, 역시 소강의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이를 토대로 “강의 집중률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강의 규모를 50명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교육 인류학적 보고서에 나타난 또 한가지 ‘뼈있는’ 대목은 강의 내용과 관련된다. 상당수의 강의가 교재 없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교재 사용 여부가 언급되지 않은 강의를 제외한 1백78개의 수업 중에서, 출판된 책이나 프린트를 묶은 책으로 교재를 사용하는 경우는 92개(51.7%), 각종 프린트를 수업 시간마다 나누어주는 경우는 8개(4.5%)였고, 71개(39.3%)의 수업에서는 교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수업의 비율은 교양 수업(45.7%)이 전공 수업(29.7%) 보다 훨씬 많게 나타났다.
일방적 설명에 의존한 교수법 많아

그렇다면, 교강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할까. 가장 자주 나타나는 강의 방법은 ‘교수의 일방적 설명?필기 위주의 설명’으로, 분석된 2백34개의 강의 중 26.5%인 62개의 강의에서 나타나고 있다. 다음으로는 ‘교재 내용 전체를 교수가 소화해서 설명, 해설’(25개, 10.7%), ‘교수가 질문 던지면서 문답 방식으로 이해 유도?토론 중심’(21개, 9.0%), ‘슬라이드?파워포인트?괘도 보면서 설명’(16개, 6.8%), ‘교재?유인물을 읽기만 함, 주로 교재 읽음’(15개, 6.4%), ‘실습?문제풀이?회화연습?실험 중심의 설명’(13개, 5.6%), ‘교재?유인물 읽으면서 부연설명’(12개, 5.1%), ‘다양한 사례 제시 중심으로 핵심내용 이해하게 함’(10개, 4.3%), ‘학생 발표 후 부연 설명’(9개, 3.8%), ‘비디오?영화 보면서 부연설명, 학생발표’(8개, 3.4%)의 순서로 나타났다.<표 2>한편 강의 방식은 강의 규모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대강의에서는 좋건 나쁘건 교수의 설명 중심 수업이 많은 경향이 있었다. ‘교재 내용 전체를 교수가 소화해서 설명, 해설’(13.6%), ‘교수의 일방적 필기 위주 설명’(29.6%), ‘다양한 사례 제시 중심으로 핵심 내용 이해하게 함’(9.9%), ‘슬라이드?파워포인트?괘도 보면서 설명’(8.6%), ‘교재 유인물 읽으면서 부연 설명’(4.9%) 등이 많았다. 이에 비해 소강의의 경우에는 이 5가지 수업 방식이 각기 5.1%, 23.1%, 0%, 7.7%, 2.6%로 모두 38.5%에 불과했다. 대신에 ‘질문 던지면서 문답 방식으로 이해 유도.토론 중심’(12.8%), ‘학생 발표 후 부연 설명’(7.7%), ‘설명하며 학생 질문 유도’(5.1%) 등 소규모 수업의 장점을 살린 수업이 총 25.6%로, 대강의의 9.9%(6.2%+2.5%+1.2%) 보다 훨씬 많았다.
이 교수의 제안? 경청할 만한 것을 들어본다면,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교수법’을 수강토록 할 것, 대학 교육 환경시설의 의무화, 강의 규모를 가능한 한 축소할 것, 다양한 교수법을 모색할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최익현 기자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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