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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숙명여대 ‘여성의 권리, 사이버 권리’ 학술대회 풍경
[돋보기] 숙명여대 ‘여성의 권리, 사이버 권리’ 학술대회 풍경
  • 권진욱 기자
  • 승인 2002.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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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13 00:00:00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지난해 벌인 설문조사에 의하면 네티즌 중에서 성폭력 피해 경험자의 비율이 남성의 경우 27.9%에 불과한 반면 여성은 51.8%에 달했다. 이 결과는 ‘익명성과 개방성의 해방구’로 간주되던 사이버공간이 사실은 일상적으로 남녀차별과 상징폭력이 재연되고 있는 ‘인권 침해의 공간’이 되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

이런 가운데 지난 31일 숙명여대 아시아여성연구소(소장 전경옥 정치외교학과)와 아태여성정보통신센터(소장 김교정 멀티미디어학부)가 주관한 ‘여성의 권리, 사이버 권리’ 학술대회는 사이버 성폭력에 대응한 국제연대를 모색하고 일상생활에서 인권 문제의 심각성과 대처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사이버공간과 관련한 여성문제를 주제로 다룬 심포지엄은 1998년 이후 ‘여성운동의 변화-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로’ 등의 주제로 이미 열린 바 있어 이번이 네 번째 순서인 셈.

장정승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사이버성폭력을 당하면 수치심과 무력감 등 심리적·신체적인 증상에 시달리게 된다”며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사회경제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상기시켰다. 심영희 한양대 교수(사회학)와 이경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연구원은 사후적인 기술적 대처방안보다 사전적인 ‘윤리 교육’을 내세웠다. 심 교수가 “남녀관계에 있어서 여성은 친밀감을, 남성은 성을 우선시한다”고 설명했고, 이 연구원 역시 사이버 공간에서는 “힘보다 인격적 표현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며 사업자 윤리강화, 국제포럼과 핫라인 개설 등과 더불어 사이버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장은 “일사분란한 합의가 이뤄지는 곳보다 ‘시끄러운’ 곳일수록 네티즌들의 관심과 참여를 더욱 크게 이끌어냈다”며, 온라인공간에서 활발한 공개토론문화를 이끌어 낼 것을 주문했다.

해외 참석자들은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컴퓨터과학, 언어학, 심리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천적·학제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 국내 참석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특히 사례나 대응책 등에 대한 구체적 소개가 눈길을 끌었다.

엘렌 스퍼터스 美 밀즈대 교수는 사이버 성폭력의 세계적인 사례 소개와 함께, 사회적 성인 젠더의 중립성을 바탕으로 한 온라인 문화를 만들어 갈 것을 얘기했는가하면, 수잔 헤링 美 인디나나대 교수, 온라인상의 여성학대에 대응하는 단체인 WHO@의 제인 히치콕 대표는 온라인에서의 ‘괴롭힘’에 대처하는 방법을 직접 제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이버 성폭력이 ‘초국적 문제’가 되고 있는만큼, 이에 대응한 국제적 네트워킹에 대한 논의는 특히 주목할만한 대목. 하이테크 여성인력 양성과 성차별 고발 캠페인을 벌이는 여성단체 그레이스 넷의 설립자 실비아 폴은 “국제적으로 여성들이 협조하고 지지하는 네트워킹 조직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 행사의 취지를 재확인시켰다.

권진욱 기자 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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