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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人의 삶 닮으려는 '위기지학' 움직임
聖人의 삶 닮으려는 '위기지학' 움직임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16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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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를 퇴계의 사단칠정론으로 해석한다면

정재만류 승무의 한 장면
중요무형문화재 27호로 지정된‘僧舞’가 시인 조지훈을 통해 언어로 빚어졌을 때, 마침내 ‘승무’의 몸짓은 한국인의 심상 속에 깊이 새겨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승무’가 2011년 젊은‘무용학’연구자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6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무용학회(회장 김경희 성균관대 교수)의 제9회 국내학술대회‘무용학 연구방법론의 모색과 실제’에서 발표된 논문 한 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발표자는 김옥순 숙명여대 강사. 그가 내놓은 논문은「퇴계 사단칠정론 시각에서 본 승무 염불과장 (첫째 마루)의 동작 분석적 해석」이다. ‘四端七情걩’으로 읽은 ‘승무’란“성인의 삶을 닮고자 하는 염원을 현실에서 구체화시킨‘爲己之學‘의 움직임’으로 요약된다.

김 강사는‘세계적인 움직임 분석 체계’인 라반동작분석법(LMA)의 에포트(Effort)와 쉐이프(Shape)를 중심으로 승무 움직임을 관찰·분석하고, 분석된 결과를 토대로‘퇴계 사단칠정론의 시각’으로 움직임의 의미를 제고하고자 했다. 그가 승무 염불과장 동작의 움직임에 주목한 것은 “무용 교육, 무용 요법, 무용 인류학, 문화 연구, 안무, 고급 테크놀러지 등 이에 관심 있는 모든 무용인들이 한국의 춤 승무를 이해 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설명을 따르면, 승무 염불과장 첫째 마루 1장단 에포트에서 수행자는 멀리 떨어진 스테이트와 움직이기 쉬운 유동성 있는 스테이트의 마음가짐을 담고 있다.

그리고 2, 3, 4 장단 에포트에서는 움직이기 쉬운 유동성이 있는 스테이트의 마음가짐이, 또한 6장단 에포트에서는 멀리 떨어진 스테이트의 마음가짐이 관찰된다. 그는 이에 대해“자신을 인식하고 理를 敬畏해 따르고자 하는 사랑의 이미지를 담아 퇴계 敬 수양론의 궁리를 표현한 내적 실천방법과 연관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동일한 1~6 장단 쉐이프(Shape)의 동작은 어떨까. 김 강사는 승무 염불과장 첫째 마루 1, 2, 4, 5장단 쉐이프를 분석한 뒤, “측은지심과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의 이미지인 理, 我, 甲乙, 修身, 回,仁의 형상을 표현한 것”으로 판단하면서, “이는 자세를 가다듬고 가지런히 하는 외면 상태인 整齊한 몸가짐이 나타난 것으로 퇴계 경 수양론의 居敬을 표현한 외적 실천방법과 연관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단칠정론’이라는 큰 담론을 빌려오긴 했지만, 김 강사가 내린 결론은 명료하다. 승무 염불과장 첫째 마루 6장단 움직임은 퇴계 사단칠정론의 리기호발설인, 仁이발해서 사랑이 따른 측은지심과 사랑이 발해서 리가 거기에 탄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의 이치를 표현한다. 이것은 常惺惺法과 엄숙한 마음가짐을 통해 인간이 理를 깨닫고 참자아를 인식해 무용 교육을 살리고자 새가 몸을 비틀듯이 삼차원적인 형체를 이룬다.

그리고 세상과 상호 작용하고자 자신을 일으켜 세워 조선무용을 살리고자 하는 萬物一體의 염원을 담아 시계방향으로 돈 후 객석 정면으로 나아가며 가지런히 두 손 모아 仁의 형상을 정제하게 나타낸다. 이것이 바로“성인의 삶을 닮고자 하는 염원을 현실에서 구체화시킨 爲己之學의 움직임”이다. 그는‘백운채-한성준-한영숙-정재만에게 전승된 것’을 기초로 삼아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 냈다. 이들 계보가 “승무 염불과장의 전통적 춤 맥은 조선 춤이라는 거대하지만 적통성을 인정할만한 계통을 지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이성경 명지대 객원교수, 김윤수 성균관대 강사, 오선명 경기대 대우교수, 김이경 카이스트기술문화대학원 교수가 각각 논문을 발표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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