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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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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0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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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호 2011년 5월 9일자

공간의 생산, 앙리 르페브르 지음, 양영란 옮김(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L3), 에코리브르, 605쪽, 35,000원
르페브르가 관심을 갖는 공간은 형이상학이나 과학에서 관심을 갖는 추상적 공간이 아니다. 비어 있는 순수한 용기로서의 공간 개념이 공간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혀놓았거나 부당하게 공간을 오류의 근원으로 간주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그는 지적한다. 각 학문들이 공간(개념)을 서로 나우어가지면서 파편화했고 공간 개념의 사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면, 이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르페브르는 철학, 사회학, 정치경제학 등의 경계에서 공간 문제를 접근한다. 그가 도시공간, 사회적 공간에 주목, 총체성으로서의 공간을 강조한 것에 주목할 수 있다.

■ 다른 누군가의 세기, 패트릭스 스미스 지음, 노시내 옮김, 도서출판 마티, 304쪽, 15,000원
이 책은 <인터내셔널 해럴드트리뷴>의 아시아판 편집국장인 저자의 신간이다. 대표적인 아시아통으로 꼽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20세기는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했던 헨리 루스의 말을 뒤집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시야를 아시아에서 세계 전체로 넓히며, 오늘날의 아시아를 보면 세계가 나아가야 할 길을 통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을 분석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 다시보는 동아시아 근대사, 미타니 히로시,나미키 요리히사,쓰키아시 다쓰히코 편, 강진아 옮김, 까치, 407쪽, 18,000원
이 책은 동아시아 각국의 역사 연구에서 대표적인 일본 역사학자들이 4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그룹 학습과 토론을 거듭하며 숙성해냈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일본에서 출판된 첫 동아시아사라고 자부했다. 각국사의 단순 조합이 아닌 완성도 높은 지역사의 첫 출현이라는 의미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국 근대사 서술에서는 묻히기 쉬웠던 미국의 태평양 진출이나 러시아의 동향, 영국의 대응이 주요 테마로 다뤄지고 있다.

■ 맑스 『자본』강의,  데이비드 하비 지음, 강신준 옮김, 창비, 628쪽, 32,000원
마르크스경제학의 대가이자 세계적 지리학자인 저자가 40년간 진행한 『자본』강독이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됐다. 하비는 1970년대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40여년 간 다양한 부류의 일반인들과 함께 마르크스의 『자본』을 강독해왔고, 2007년 봄학기에는 『자본』제1권 강의를 녹취해 자신의 웹사이트(www.davidharvey.org)에서 공개했다. 하비는 주로 제1권(상품?화폐?잉여가치)에 국한해 이야기를 펼쳐간다. 마르크스 자신의 방식대로 읽자고 당부하고 있지만, 선입견이 워낙 많아 따라읽기가 쉽지 않다.

■ 아담의 오류, 던컨 폴리 지음, 김덕민 김민수 옮김, 후마니타스, 312쪽, 15,000원
이 책은 경제사상사를 이루고 있는 핵심적 가설과 이론에 집중해 경제학 역사에 이정표를 남긴 주요 학자들의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비전공자들은 물론, 전공자들에게도 경제 사상사의 주요 주제들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저자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은 물론 주류 경제학에도 주요 성과를 낸 학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경제학자처럼 생각하라'는 충고는 아담(스미스)의 오류를 감추고 있으며,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시각이다. 저자는 '경제 신학'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면서, 불편한 진실과 대면할 것을 강조한다.

■ 스피노자, 스티븐 내들러 지음, 김호경 옮김, 도서출판 텍스트, 740쪽, 25,000원
이 책의 부제는 '철학을 도발한 철학자'이다. 오늘날 비판이론의 여러 근원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고도 있는 스피노자를 이렇게 읽어가고자 한 이는 위스콘신대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자는 스피노자가 어떻게 해서 유대교를 의심하고 자신의 철학을 펼쳐 나갔는지를 추적한다. 스피노자라는 걸출한 사상가의 탄생을 17세기 네덜란드와 유럽의 지적, 문화적, 종교적 맥락 속에서 알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가장 완전한 전기'라는 평을 받고 있다.

■ 인지 자본주의, 조정환 지음, 갈무리, 576쪽, 25,000원
책 제목에서 칼 폴라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은 '현대 세계의 거대한 전환과 사회적 삶의 재구성'이라는 부제 쪽이다. 이로써 저자가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는데, '조로하고 있는 21세기의 자본주의'를 '인지자본주의'로 명명함으로써, 그는 진보와 실천, 윤리적 선택과 자제, 새로운 주권 형태, 다중의 전 지구적 대장정 문제를 논리화하고 있다. 저자가 표방한 대로 마르스크의 『자본론』을 인지자본주의 시대에 맞춰 풀어냈는지는 논쟁의 여기가 있다. 

■ 지혜로 지은 집, 한국 건축, 김도경 지음, 현암사, 376쪽, 35,000원
이 책은 기단과 초석부터 지붕과 문살 장식까지 한국 건출물 한 채를 이루는 모든 요소를 짚으며 놀라운 구조와 과학으로 조합된 하나의 실체로서 한국 건축을 바라본다. 한국 건축의 물리적인 뼈대를 일는 구조와 의장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구조 분석과 개념 해설, 풍부한 실물과 도면 자료, 건축물 곳곳에 깃든 숨은 역사와 지혜를 넘나들며 한국 건축을 샅샅이 파헤친다. 강원대 건축학부 교수인 저자의 25년 결실을 한 눈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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