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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와 사진이 만났다, 山에서
서예와 사진이 만났다, 山에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5.02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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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_ MOUNTAIN Soul & Spirit(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4.30~5.22)

안승일(1946~ ), 삼각산 185×100cm 작가 소장. 일몰 직전 남한강에서 바라본 삼각산의 원경이 신비감을 준다.
'붓과 카메라-산에 대한 不二의 시선'의 중심에는 '산'이 우람하게 놓여 있다. 서예가 초정 권창륜과 산악 사진가 안승일이 백두산, 지리산, 북한산, 한라산 등 한국 명산의 靈과 氣를 붓과 사진으로 20여년 간 담아낸 작품들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1전시실에 열리는 '권창륜?안승일 山의 靈 & 氣 Mountain Soul & Spirit' 특별전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이 산의 육체를 담는다면, 서예는 산의 영과 기를 담는다. 서로 다른 기록 도구로 다른 장르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지만, 순수한 열정으로 자연을 담아왔다는 점은 일치한다. 이번 전시는 붓과 카메라로 포착해 낸 산의 실체를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웅장하고 힘이 넘치면서도 때로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된다.

근대 한국 서예의 두 거목인 一中 金忠顯과 如初 金應顯 선생에게 서예와 전각을 사사받은 권창륜은 두 스승의 정통 필법을 가장 잘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잇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권창륜이 20년 전부터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 현지에서 작업한 생동감 넘치는 서예 작품들은 그의 독보적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산의 기운과 작가의 필력이 하나로 녹아든 초대형 작품에는 산의 웅장한 기운과 강한 근골이 살아 있는 서예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능선을 휘몰아치는 굳센 바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권창륜(1943~ ) 기장산하奇壯山河 2007년 백두산 종이에 먹 234×136cm 석주미술관 소장.
백두산을 비롯 한국의 명산 사진을 고집스럽게 찍어 온 안승일은 뚝심의 산악 사진가다. '삼각산', '백두산', '한라산' 등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 높은 산악 사진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자연스러움을 중시하고, 인위적인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필터조차 사용하지 않는 안승일은 원하는 사진을 담기 위해 짧게는 몇 달 혹은 길게는 십 년을 훌쩍 넘기는 세월이라도 같은 자리에서 기다릴 줄 아는 법을 몸에 새겼다.

산의 기운생동을 필획의 기운과 서사적인 경구로 담아내고 있는 권창륜의 작품은 모두 작업실이 아닌 산 위에서, 바로 현장인 산의 품 안에서 태어났다. 산이 가진 힘찬 기운이 뻗어나간 10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은 영성과 氣韻, 신비를 그대로 뿜어낸다. 전문 산악인도 다 가보지 못했다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장소에서 산 사진을 찍어낸 안승일의 사진은 산기 가진 웅장함, 아름다움, 아기자기함을 전시장에 그대로 옮겨왔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는 주말마다 마련되는 부대행사도 쏠쏠하다. '산과 나'라는 주제로 작가들과 엄흥길, 오은선, 이명희 등 산악인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돼 있다. 야외 광장에는 인공 암벽을 마련해 암벽타기 경험도 할 수 있다. 문의: 예술의 전당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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