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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강의 어떤가요?” 교수들이 묻기 시작했다
“제 강의 어떤가요?” 교수들이 묻기 시작했다
  • 김은경 객원기자
  • 승인 2011.04.25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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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강의 지형 변화_ 교수들이 달라지고 있다

교수들이 워크숍을 비롯해 강의컨설팅, 교수법 연구모임에 참여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산업대 공학교육혁신센터 워크숍 모습.
대학 교수들이 달라지고 있다. 교수들이 직접 교수학습센터를 찾아 컨설팅을 받고 교수법 연구모임을 찾는 교수도 늘고 있다. 자신의 강의를 촬영해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거나 동료 교수에게 강의 방식을 공개하고 조언을 구하는 등 교수법 과외를 받는 교수들의 모습이 더 이상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교수학습센터에서 강의컨설팅이 막 시작되던 2000년대 초기 만해도 ‘교수들을 가르치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으로 교수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이 같은 인식은 조금씩 사라지고 교수들 스스로가 교수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자발적으로 찾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동료에게‘교수법 과외’받는 교수들

서울대만 보더라도 자기 강의를 되돌아보기 위해 ‘강의컨설팅’을 의뢰하는 교수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1년 이후 몇 년간은 신청자가 4~5명에 불과했으나 2006년(55명)부터 2009년(92명)까지 4년 동안 그 수가 급격히 늘어 지금은 한 해 100여명 정도가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교수들의 자발적 모임인 교수법연구모임도 활발해졌다. 올해 출범 3년차에 들어선 고려대‘강의 개선을 위한 교수법연구모임(FLCs)’이 대표적이다. 고려대 FLCs에는 매년 160여명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모임에 참여한 교수들의 재참여율이 40%가 넘을 정도로 교수들의 참여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10여명의 각기 다른 전공 분야의 교수들이 한 팀을 구성해 8개월 동안 현행 교수법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사례 제시와 실제 적용을 통해 강의를 개선하려는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지난해엔 30여 개의 그룹이 활동했다. 신임교수들의 참여가 많은 편이지만 중진교수와 외국인 교수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같은 교수법 연구모임은 덕성여대, 고려대, 아주대, 전남대 등을 중심으로 발전돼 전국 각 대학에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 민혜리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부교수는 “교수들이 교수법 향상을 위해 선택하는 방법으로는 워크숍, 강의컨설팅, 교수법연구모임 등 세 가지 방법이 혼용되고 있지만 최근 참여가 많아지는 쪽이 강의컨설팅과 교수법연구모임”이라며“특히 교수법연구모임은 동료의 강의법에 대한 피드백을 교수가 직접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가장 바람직한 교수법 습득의 장으로 여겨지면서 지속적으로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가에 불고 있는 ‘잘 가르치기’ 바람

교수들은 왜 이렇게 교수법에 관심이 많아졌을까. 우선 대학과 교수들의 자각과 반성을 들 수 있다. IMF 이후 지난 10여 년간 대학가엔 취업 열풍이 불어 닥쳤다. 노동시장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기업, 특히 대기업들은 대학졸업생이 취업 시 즉시 현장에서 투입해 쓸 수 있는 인재상을 요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생들이 문제해결력, 사고력, 창의력, 인간관계 능력을 겸비해야 했는데 과연 대학에서 그동안 그만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고 있느냐에 대한 대학 차원의 자각과 반성이 일어나게 됐다.

만연한 사교육의 영향으로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저하, 입학사정관제와 수시모집 특별전형 등 입학전형의 다양화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능력 편차로 강의실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 역시 교수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자연과학 분야의 경우 일반고 자연계 학생들뿐만 아니라 과학고 출신, 인문계 교차지원 출신 등 각기 다른 교과경험과 학습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존재한다.

이런 학생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어디에 맞춰야 하는가에 대한 교수들의 고민이 교수법 개발과 교수법에 대한 배움의 의지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의 강의평가도 교수들이 강의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요인이다. 시간강사나 신임교수의 경우 강의평가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하다.

교수법 트렌드는 ‘학생참여’ ‘학생지도’

현재 교수법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선 학생들의 참여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기존 강의식으로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지식만 전달하는, 떠 먹여주는 식의 강의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학습하는 강의를 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이는 최근 대학생에게 요구되고 있는 문제해결능력, 비판적사고 능력, 창의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지도와 학사지도 부분도 최근 들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최근 각 대학의 교수학습센터에서는 교수들에게 학생과의 대화와 상담 사례, 상담법 정보 등을 공유하는 워크숍과 교수모임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인문대학 ‘생생원’과 공과대학 ‘공감’ 등 단과대 자체적으로 학생상담과 전공불만 등에 대한 문제해결을 전담하는 기관을 두고 있는 것도 바로 학생지도와 학사지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김은경 객원기자 editor@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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