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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바꾸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 막을 수 없다”
“교육정책 바꾸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 막을 수 없다”
  • 옥유정 기자
  • 승인 2011.04.22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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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그들만의 문제인가

 

지난 21일 고려대 총학생회, 민교협, 한대련이 ''카이스트 사례를 통해 본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지 위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장시기(민교협 공동의장), 우희종(민교협 상임의장), 조우리(고려대 총학생회장), 안진걸(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이은혜(경희대 후마니타스 위원회 집행위원장)             사진: 옥유정 기자

 

지금까지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카이스트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왔다. 일부 카이스트 구성원들은 조 교수의 카이스트 비판에 대해 ‘제 3자의 개입’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 소식이 과연 그들만의 문제일까.

고려대 총학생회는 민교협, 한대련과 함께 21일 긴급토론회를 열어 MB․서남표식 교육 정책을 집중 조명하고 대학교육 전반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토론자들이 지적한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대학서열화 △인기학과 위주의 대학구조조정 △등록금 부담 등이었다.

이은혜 경희대 후마니타스 위원회 집행위원장은 MB식 교육을 ‘경쟁 몰입식 정책’으로 규정하고 대학평가제도가 과잉영어강의와 대학 구조조정 등의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학과 통폐합 등 인기학과 위주의 대학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우희종 민교협 상임의장(서울대․수의학과)의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질의응답 시간에 백시진 중앙대 여총학생회장이 “주변에서 중앙대가 기업화되고 난 뒤 학생들이 부쩍 공부를 많이 한다고 호평을 하기도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하자, 우 교수는 “대학이라는 곳은 10년, 20년 후 변화한 사회를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드는 곳이다. 남들은 기업화가 되니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논리로는 당장의 직업인을 만들어낼 뿐, 융․복합적 지식인을 기를 수는 없다”라고 대답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특히 교육비 개선을 강조했다. “교육비 부담은 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안해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교육정책 바꾸지 않으면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장시기 민교협 공동의장(동국대․영어영문학부)은 이와 같은 문제가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요즘 모든 학생들이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다. 시골학생들은 중소도시에, 중소도시는 대도시에, 대도시는 서울에, 강북은 강남에, 또 강남은 미국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열등감은 식민지성에서 비롯된 것인데, 열등감을 가지고 일본어, 영어를 배웠던 사람들이 정책과 대학교육을 담당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카이스트 사태를 비롯한 오늘날 대학교육 문제에 출구는 없을까. 이날 토론에서도 다양한 대책이 제시됐지만 토론자들은 입을 모아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우 교수는 “학교에 있는 교수나 학생이 정치를 잘 모른다. 그러나 정치야말로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전반의 문제를 공유하고 그것이 현실적인 힘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많은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옥유정 기자 (o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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