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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책방’과 함께 숨쉬는 미술
‘도서관+책방’과 함께 숨쉬는 미술
  • 이석우 경희대 명예교수
  • 승인 2011.04.18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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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학자 이석우 교수의‘책 사이에 그림을 걸다’전(열화당 갤러리, 4.7~5.31)

 

 

 

  

 

 

 

 

 

 

 

개인적으로 나는 책 속에서 살고, 책을 읽으며, 책을 쓰는 삶을 살 수 있었다는 것에 가장 감사한다. 더구나 이 책들 사이에 내 그림이 놓이고 걸리는 이번 전시는 내게 감사이자 은총이다.

‘책 사이에 그림을 걸다’ 그림전에 초대하는 그 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 먼저 얘기해야할 것 같다. 아흔 아홉 칸짜리 조선시대 고댁, 강릉의 ‘선교장’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터이다. 그 곳에 아늑히 자리 잡은 정겨운 대화의 장이자 책과 서화가 한껏 書卷氣文字香을 뿜는 사랑방 ‘열화당’이 있다. 그 정신과 교육전통을 이어받아 1971년 새로 탄생한 출판사가 지금의 열화당이다.

솔직히 나는 열화당이 예술 전문 출판사로서 미술, 사진, 디자인, 건축, 전통문화 등 품격 있는 책을 출간해 온 그 고집과 개혁, 창조, 도전 정신을 사랑한다. 그렇게 추구해 온 세월 40년, 간행 700여권의 그 한땀 한땀 모두가 예술이며 창조적 작품이라 하겠다.

2009년 열화당이 새로 마련한 ‘도서관+책방(library+bookshop)’은 도서관과 책방이 하나로 통합된 실험 공간이다. 거기에는 발행인과 편집부가 소장해 온 책, 그들이 직접 고른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책들이 정갈하게 꽂혀있고, 찾는 방문객이 원하면 구입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이 도서관 갤러리 전시 공간 한 켠에 마련된 벽감에는 강릉선교장의 조상들 사진, 명 저자들의 얼굴이 비치되어 정신과 기원을 연출하는 역사기억의 분위기를 낳고 있다.

내 그림이야 일상처럼 삶의 한 부분으로 그려온 것이라 하더라도, 이들이 책 공간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놓임으로 해서, 무언가 정신공간의 새로움을 느끼게 되기를 기대하고 싶다. 그림은 갤러리에 걸리고, 책은 도서관에 꽂힌다는 통념을 벗어나 두 영역이 서로 만나는 실험적 시도가 소통하는 ‘통섭'의 정신, 퓨전의 격조가 연출됐으면 한다. 마음이 자유롭게 풀릴 때 좋은 그림이 나오듯이 새로운 정신공간과 만날 때 삶은 또 다른 곳에서 풍성함으로 우리를 채우리라 기대해 본다.

 

이석우 경희대 명예교수ㆍ서양사

그는 단순히 미술사에 박학한 정도가 아니다. 작품 활동까지 직접 뛴다. 서울 강서구에 세운「겸재정선기념관」의 초대관장으로 진경산수화의 화성에 걸맞은 연구, 전시, 교육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진력하고 있다. 지은책으로는『아우구스티누스』『, 예술혼을사르다간사람들』등 이 있다. 그동안 짬짬이 습관처럼 그려온 그림을 모아 정년은퇴기념으로「역사의 숨소리, 시간의 흔적」(2006), 지난해에「박물관에 가면 그림이 그리고 싶다」에 이어 이번에「책 사이에 그림을 걸다」전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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