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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장 : 누가, 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려 하는가
● 주장 : 누가, 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려 하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02.06.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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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5 11:55:03
89년 목포대를 시작으로 총장직선제는 전국으로 확산돼 현재는 교원대를 제외한 4년제 국공립대 45개교 모두가 이를 시행하고 있다. 재단 이사회가 임명권을 갖고 있는 사립대에서조차 민주적 관행으로 자리잡아 갔지만 그 사이 사립학교법 개정 등으로 지금은 1백48개 사립대학 중 겨우 10여 개교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총장직선제는 대학 구성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체의 합의에 따른 민주적인 제도이자 관행으로써,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화 의지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산물일 뿐 아니라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를 이룩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누가, 왜 이러한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려 하는가. 국민의 정부 초기 김덕중 교육부장관이 “국공립대학 총장직선제 폐지는 김대중 대통령이 인가한 사항”이라고 발설하면서 직선제를 폐지하는 대학에는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회유하기 시작해, 이듬해에는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 선임제도 개선 방안 검토안’을 통해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그 배경에는 총체적 파탄에 처한 관치주의적 대학교육정책의 책임을 대학과 교수에게 전가하고, 임명총장을 통해 대학을 통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간선제는 대학통제 의도이다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은 2000년 12월의 국립대학발전계획안에서 총장공모제에 의한 국립대학의 책임운영기관화라는 이름으로 다시 제기됐다. 교육부가 국립대학발전계획이라는 구조조정안의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직선제를 총장공모제라는 이름의 임명제나 정치권의 영향하에서 치러지는 간선제로 대체하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직선제의 병폐로 내세우는 대학사회의 학연이나 지연에 의한 파벌형성이나 정실인사는 총장선출방식으로서의 직선제의 폐해라기보다는 오히려 총장에게 대학권력이 집중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임명제 아래서 더욱 극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운영상의 문제나 학내분규들도 직선제를 하고 있는 국립대보다 직선제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사립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선거과정에 나타나는 연고주의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특성으로서 그 병폐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도덕적 불감증, 그리고 우리사회의 민주화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부작용이 정권에 의한 임명제나 공모제, 혹은 정치권의 영향 하에 치러지게 되는 간선제로는 결코 해소될 수 없고,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은폐될 뿐이다. 그 해결은 중간평가제와 총장소환제 등의 제도적 보완과 함께 대학구성원들의 토론과 참여의 확대를 통한 공론화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해소시켜가는 길밖에 없다. 대학자치를 통한 창의성과 자율성의 보장만이 대학이념의 실현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방안이기 때문이다.

권한 집중이 부작용 불러

지난 5월 9일에 총장선거를 치룬 전북대는 선거전후의 과정에서나 선거결과에서 하나의 실험을 거쳤다. 작년 8월부터 합법화된 공무원직장협의회(이하 공직협)가 총장선거를 주관하는 교수회에 대하여 총장선출권의 확대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교육부와 대학당국은 이를 방조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부 직원들의 선거방해 행태와 공직협의 집요한 비방과 방해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무사히 치러냈다. 결국 대학자율화의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공직협은 명분을 찾기 위해 교수회가 주관하는 선거절차상의 문제점, 즉 직선제 하에서 사문화된 총장임명추천위원회 관련 규정에 대한 대학당국의 지적을 표명해주는 선에서 타협을 하고 물러섰지만, 그 배경에는 교육부의 직선제 폐지 방침과 직선총장으로서의 권위를 확립하지 못한 국립대 총장들의 무책임성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공무원임용령상의 제규정 이전에 교수회가 주관하는 총장직선제의 역사성과 정통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그리고 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교수, 학생에 대한 지원자로서의 역할 인식과 대학자율화를 위한 의사와 능력이 전제되어야 선출권 확대를 위한 논의가 가능해진다.

총장공모제와 책임운영기관화를 도모하는 교육부의 동조자로 국립대학발전계획안을 지지하면서 직선제 뒤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대학구성원들로부터의 불신이 불식돼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교수회의 의결기구화를 통해 대학권력을 분산시켜 나가는 한편, 대학자율화를 위해서는 총장직선제를 통해 직선총장의 권위를 확립해가야 할 것이다.

이중호 / 전북대·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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