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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교수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지구적 시각을 찾아서’ 강연 요지
백낙청 교수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지구적 시각을 찾아서’ 강연 요지
  • 교수신문
  • 승인 2002.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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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18 19:05:31

백낙청 서울대 교수(영문학·사진)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구적 시각을 찾아서’라는 기조강연을 통해 한반도 주변정세를 가늠하고 독일, 베트남, 예멘 등의 사례에 견줘 자신의 통일방안을 제안했다. 아래는 백낙청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독일식 흡수통일은 지금 난관에 부딪혀 있다. 남한에 의한 북한의 흡수에 대한 들뜬 기대는 대부분 가라앉은 상태이며 북의 체제 역시 온갖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구력을 입증, 외부의 힘으로 붕괴시키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6·15선언은 ‘통일을 하기는 하되 당장은 하지 않겠다는 합의’였다. 한반도에서는 긴장완화와 일반민중의 참여를 위해서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통일’이 필요하다. 세계체제의 대세에 비춰보건대 한반도 전체가 자본주의 세계시장에 어떤 식으로든 통합되는 과정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지만 햇볕정책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 다음이라고 해서 과연 북측이 구 동독처럼 순순히 흡수통일에 응할지는 의문이다.

한반도의 분단은 동서 냉전의 산물인 독일과 민족해방전쟁의 면모가 강했던 베트남의 경우의 복합적인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 한반도의 분단은 더 이상 위험부담이 없는 적으로서 자본주의의 우월성을 내세울 수 있는 용도로 더없이 편리한 장치이다. 따라서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현존 세계체제의 하위체제로서 현상유지에 충실히 복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단체제의 극복은 분단의 극복과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분단의 극복은 단순히 국토분단을 사라지게 하는 것으로 가능하지만 분단체제의 극복은 자주적이고 국민통합이 이뤄진 사회를 만듦으로써만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단체제 극복이 세계혁명의 지름길일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한반도만이 민중혁명을 완수, 세계체제로부터 이탈하거나 세계체제의 변혁을 촉발시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 따라서 내가 제시하는 통일운동은 현실적이고 중도적인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통일 후의 한반도 사회가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부터 자유로워지기 힘들다는 것과 통일 과정에서 자본가를 비롯한 기득권층의 상당한 역할을 시인할 수 밖에 없는 노선인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중도 노선이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햇볕정책과는 다른 점은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일반민중이 떠맡을 몫이 커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화 정착 및 교류 증대를 통해서는 체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위험을 감안해야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서는 한쪽의 기득권층에 이득이 집중되는 ‘흡수통일’도 아니고, 남쪽의 기득권층이 비교적 대등하게 자기이익을 챙기는 ‘담합통일’도 아니며, 외국의 기득권자들에 가장 큰 이득이 돌아가는 ‘분단유지’도 아닌, 각성한 민중들의 요구가 최대한 반영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 이에 걸맞는 국가기구를 창안해야 한다.

문화적인 면에서는 특권적 위치를 고수하려는 기득권 세력의 ‘이질성’의 농간과 업악적인 ‘동질성’의 추구를 동시에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리 권진욱 기자ato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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