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원을 “옛 사람들의 욕망과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으로 파악하는 저자고 보면, 이 책의 집필 동기나, 힘주어 주장하는 바는 여기에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상징적 의미’ 해석에 주력한 저자가 정원에서 눈여겨 읽는 키워드들은 이런 것들이다. 연못과 연꽃, 삼신산, 무산십이봉, 바위와 괴석, 백세청풍, 유배거, 잉어 조각상, 두꺼비와 토끼 조각상, 은행나무, 소나무·대나무·매화 등이다.
예를 들어보자. 성균관 대성전, 전국 도처의 향교·서원 등 옛 유교 교육기관의 정원에는 어김없이 은행나무가 심어져 있다. 민가 정원의 것으로는 영양 서적지, 아산의 맹사성 고가의 은행나무가 유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왜 그들은 은행나무를 두었을까. 약간의 논란은 있지만, 이것이 공자와 관련된다는 주장이다. 공자가 ‘杏壇’ 위에 앉고 제자가 그 곁에서 講學했다는 고사를 보건대, 학문 특히 교육기관과 ‘은행나무’는 서로 밀접하다는 것.
저자가 꼽는 한국의 전통 정원은 어디일까. 소새원, 서적지 정원, 다산초당, 명옥헌 정원, 무기연당, 창덕궁 후원 그리고 자연 속에 조성한 죽서루, 영모정, 독락당 등을 꼽았다. 홀로 은거하며 자연과 벗하고, 학문과 수양에 전념하고자 한 주인의 의도를 그대로 담은 독락당은 학문하는 이들이 늘 상상하는 ‘현실 저편’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무더위가 엄습해오는 계절의 문턱에서, 벌써부터 선비들의 글읽는 소리가 낭낭하게 들리는 듯하다. 현실에 지쳤다면, 잠시 책의 부제대로 ‘선비가 거닐던 세계’로 한번쯤 쉬이 나서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함께 실린 이갑철의 사진이 한국의 전통 정원을 더욱 감칠맛나게 눈앞에 가져다 놓았다.
최익현 기자ihchoi@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