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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땐 교수들의 방문을 두드려 주세요. 제발…”
“힘들 땐 교수들의 방문을 두드려 주세요. 제발…”
  • 김봉억 기자
  • 승인 2011.04.04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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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대학생 자살…카이스트, 모든 학생 ‘심리검사’ 실시 계획

“도대체 카이스트 교수들은 뭐하는 사람들이요? ” “드릴 말씀이 없네요. 황망한 마음뿐입니다.”

최근 카이스트에서 올해 들어 세 명째 대학생 자살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 카이스트의 한 교수와 오간 대화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과)는 트위터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심리검사는 우리 문제인데 왜 학생 탓을 하는 걸까요?”라고 적기도 했다.

정 교수는 “학교는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어야 한다”며 “그안에서 학생들이 학문의 열정과 협력의 아름다움, 창의의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장학금 제도를 바꾸고, 교수-학생, 학생-학생 간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카이스트가 ‘질책이 아닌 격려의 공간’이 되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어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와 경쟁의 압력 속에서 삶의 지표를 잃은 학생들에게 교수로서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뿐”이라며 “학생들의 일탈과 실수에 돈을 매기는 부적절한 철학에 여러분을 내몰아 가슴이 참담합니다. 힘들 땐 교수들의 방문을 두드려 주세요. 제발”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카이스트에서 최근 5년간 8명, 올해만 3명의 학생이 연이어 자살했다. 카이스트는 “대학 전체 문제로 인식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종합적인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학생 자살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며, 학사 운영방안과 자살방지 대책 등에 대한 토론회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체육활동 강화, 축제기간 중 오후 강의 폐지, 성적에 따른 수업료 부감 완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카이스트는 그동안 학생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프락터나 레지던트 어드바이저 제도를 통해 대학생활 적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대학생 자살이 늘고 있는 실태는 카이스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200~300명의 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지난 2007년 232명, 2008년 332명, 2009년엔 249명의 대학(원)생이 자살했다. 자살 사유를 보면, 2009년엔 정신적 문제가 31%(84건)로 가장 많았고, 남녀 문제(56건), 가정 문제(33건), 경제생활 문제(16건) 순이었다. 2008년엔 전체 대학생 자살자 가운데 52.7%(175건)가 염세, 비관, 낙망 등의 사유였다.

대학생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나왔었다. 서강대 생명문화연구소(소장 김용해)가 지난 2008년 5월 ‘대학가의 자살과 생명문화’를 주제로 연 정기세미나에서 서강대 재학생 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7.4%가 “아주 가끔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자살 충동시 대처방법으로 “혼자 해결했다”는 응답이 38.5%로 가장 높았다. 7.1%는 “자살 생각을 ‘왜’하게 됐는지 생각했다”, 3.2%는 “친구나 선후배에게 말했다” 2.3%는 “가족에게 말했다”고 했다. 0.8%만이 “상담을 요청했다”고 했다. 당시 강이영 상담교수는 ‘대학생의 자살사례 연구’발표에서 대학생의 자살유형으로 △시국과 관련한 자살 △정서적 고립감과 외로움 △가족관계 위기 △학업및경제적 어려움 △건강 및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제시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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