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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_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 외
새로 나온 책_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 외
  • 최익현 기자
  • 승인 2011.03.21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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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3월 21일자)

■ 동양을 만든 13권의 고전, 쑤치시·웡치빈 외 지음, 김원중·황희경 외 옮김, 글항아리, 732쪽, 32,000원
“고전의 경구들이 정치적·상업적인 슬로건으로 무차별적인 인용을 당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판단에서 ‘고전 깊기 읽기’를 강조한 글항아리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동아시아 수천년의 역사를 지배하고 만들어온 13권의 고전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소개한다. 『논어』, 『묵자』, 『장자』, 『주역』, 『한비자』, 『논형』, 『사기』, 『손자병법』, 『육조단경』, 『주자어류』, 『몽계필담』, 『명이대방록』, 『쑨중산전집』등이 이 책에서 다뤄지는 고전들이다. 1991년 상하이문예출판사가 엮은 책이다. 몇 겹의 장막을 걷어내고 들어가 고전을 고전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가치, 바로 그것의 역사성과 대면할 수 있게 구성했다.

■ 빈곤의 역사, 브로니슬라프 게레멕 지음, 이성재 옮김, 도서출판 길, 396쪽, 28,000원
이 책의 원제는 ‘교수대인가 연민인가’이다. 저자 게레멕은 프랑스를 포함한 서유럽에서 16~17세기를 거치면서 빈민이 급증하자 도시 당국이 이들에 대한 새로운 대책으로 ‘주로 억압적인 것’을 강구했다고 설명한다. 빈곤에 관한 인식이 이와 같이 변하게 된 요인은 산업화사회(자본주의사회)로의 급속한 변화에 있다. 16세기 초에 빈곤에 대한 사회정책, 집단적 태도, 종교적 교리에서 결정적인 쇄신이 일어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빈곤 문제는 이제 종교적·윤리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사회정책, 집단이익 혹은 국가 이성 차원의 분석대상으로 바뀌고 말았다. 노동의 강조, 사회부조에 대한 국가 개입의 필요성 제기, 빈곤과 범죄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 식민지 근대관광과 일본 시찰, 조성운 지음, 경인문화사, 484쪽, 34,000원
우리나라 근대관광에 대해 분석한 최초의 역사서. 필자는 식민지 지배정책사 연구의 일환으로 시작됐던 일본시찰단에 대한 연구를 근대 관광이라는 차원으로 발전시켰다. 관광이라는 주제는 일상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관철되는 지배정책이 식민지 조선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것을 관광을 통해 바라본다는 관점에서 서술했다. 모두 11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제1장은 우리나라에서 근대관광이 시작된 식민지 시기의 관광정책에 대해 살펴보았으며, 제2장은 1909년 시작된 일본시찰단에 대해 각각 시기별로 살펴보았다. 저자의 주장은, 일제는 일본시찰이란 ‘관광’을 통해 일본의 선진적이고 근대적인 문물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조선과 조선인에게 열등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동화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 용수의 사유, 신상환 지음, 도서출판b, 479쪽, 28,000원
이 책은 ‘대승불교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용수(N?g?rjuna)의 철학적 사유를 본격적으로 다룬 저작이다. 저자는 지난 10여 년간을 인도 샨띠니께탄에서 살며, 용수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중론(근본중송)』의 산스끄리뜨어, 티벳어, 한문 그리고 영문 서적들을 탐독, 비교 연구했다. 그 결과 철학이나 이념이 아닌 삶 그 자체를 직시하기 위해 철학 그 자체의 허구를 비판하는 용수와 사유와 조우할 수 있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고통에서의 해방’을 설파한 붓다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은 8不 중도 緣起사상으로 ‘이것이 바로 空이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논의를 재해석하는 데 있다. 空사상으로 알려진 용수의 중관사상은 형이상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즐거운 지식, 고명섭 지음, 사계절, 776쪽, 25,000원
‘책의 바다를 항해하는 187편의 지식 오디세이’라는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 일간이 서평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최근 신간 서적 리뷰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사상, 인문, 교양이라는 세 관문을 통과하며 저자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철학, 역사, 문학에서부터 동서양의 정치,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아온 시대의 궤적을 따라 인간 사회 현상을 넓은 인문학적 스펙트럼으로 조망하고 있다. 그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프로블레마’(로마 검투사들의 싸움에서 유래한 용어로, 상대에게 싸움을 걸면서 상대 발밑에 던졌던 물건을 말한다)는, 우리시대 교양과 지식의 성채에 거주하는 지성들이라면, 분명히 팽팽한 지적 긴장을 느끼게 될 것이다.

■ 한국사법제도와 우메 겐지로, 이영미 지음, 김혜정 옮김, 일조각, 312쪽, 25,000원
이 책은 일본이 1905~1910년에 한국에서 전개한 사법제도 개혁에 관한 연구서이다. 통감부의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일본에서 법학자 우메 겐지로를 고빙했다. 개혁의 명분은 근대적 사법제도로의 전환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일본인의 한국 토지소유를 합법화하는 데 기여할 목적이 깔려 있었다. 우메 겐지로는 일본과 다른 관습을 가진 한국 내에 한국 고유의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자 계획했으나, 일본법을 적용하려는 자들에 의해 좌절됐다. 지은이는 통감부가 한국 사법제도의 근대적인 개혁에 관여한 배경과 내용을 추적하고 미공개된 1차자료를 중심으로 우메 겐지로와 미다 미키지로의 활동을 면밀하게 분석했다.

■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강영 지음, 사이언스북스, 608쪽, 25,000원
이 책은 국내에서 전공자 이외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LHC와 LHC 가동으로 세계 과학계의 중심축으로 우뚝 선 연구소인 CERN(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 프랑스어식으로는 ‘세른’, 영어식으로는 ‘선’이라고 읽는다)의 전모를 소개하는 택이다. 원자의 발견에서 현대의 물리학이 도달한 ‘거의 모든 것의 이론’인 입자 물리학의 표준 모형에 이르기까지 입자 물리학의 역사와, 입자 물리학의 발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유럽 최대의 과학 연구 기관인 CERN의 창설에서 LHC까지의 역사, 그리고 물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LHC의 구조와 작동원리, 그리고 과제들을 전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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