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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화제] 박동수 경북대 명예교수의 ‘이공계 기피’ 현상 도전
[과학화제] 박동수 경북대 명예교수의 ‘이공계 기피’ 현상 도전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2.06.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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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3 00:00:00
인문학의 위기와 함께 이공계 기피 현상이라는 ‘유령’이 한국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진단과 발언, 목소리들이 뒤섞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상대에서 열린 ‘전국과학기술인협회 정책토론회 겸 경남지회 창립총회’는 이중의 질곡을 겪고 있는 지방 과학계의 시각을 잘 반영한 자리로 평가된다. 박동수 경북대 명예교수(물리학, 전과협 대구·경북지부장)가 ‘이공계 기피현상에 직면한 우리나라 과학기술과 국가발전 전략’을 기조 발제했다. 박 교수의 주요 주장을 정리했다.

IMF 경제파국과 구조조정을 계기로 한국사회와 한국과학기술인의 가치관 내지는 의식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 과학기술인의 상대적인 위상이 격하되고 위축되고 마침내는 이나라의 미래 과학기술인이 과학기술계 진출을 기피하는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현실이다.

무릇 대학은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양성하는 최고와 最貴의 학문의 전당이다. 대저 이공계는 대학구성요소와 재산의 60~70퍼센트를 차지하며, 이공계는 대학의 주축이고, 파워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이공계가 무너지면 대학이 무너질 것이다. 따라서 대학이 무너지면 사회와 국가가 무너진다는 냉혹한 논리에 동의한다. 이런 국면을 위기라고 단언하겠다! 그러나, 위기는 또한 기회이기 때문에 극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위기 극복을 위한 최선의 처방은, 분명히 위기의 원인을 해소 제거하는 일일 것이다. 기초과학의 진작은 최첩경이고, 초미의 과업이다. 정부, 특히 과학기술부가 대책을 제시하고 있을 뿐, 여타 부처의 대처활동에 대해서는 잘 아는 바가 없다. 지금은 현 정권이나, 다음 정권을 막론하고 최고 통치자-대통령의 의지가 요구된다.

(1)정부 고급관료인사제도는 개정돼야한다. 현재의 文·理의 불균형은 심각하지만, 이것은 정책적으로 고칠 수 있는 문제이다. 과학자는 연구실에서 연구나 하고, 생산기술부서에서 기계처럼 일하라는 것이 뿌리 깊은 사고이다. 과학기술의 전문부서에서 조차 상위급자는 법과나 경영등 인문사회계 출신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성, 과학자의 행정력 부족 등을 빙자한다. 그렇지 않다. 과학기술인 중에는 탁월한 행정력 경영력을 가지고 위업을 달성한 인물은 부지기수이다. 정부는 과학기술인에게 무한한 문호를 개방하고, 자리를 만들고, 등용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정부고급관리의 인문계와 이공계 비를 50대 50으로 할 것을 제안한다.

(2)고급 과학기술 전문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도약을 위한 활동의 장을 넓히고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국가적 대단위의 연구기관, 벤처기업 차원의 다수의 다양한 연구, 생산업체를 창출한다.

(3)연구소나 생산업체에서 과학기술인은 최소한 대학과 같이 개인적 능력에 의거해서 신분보장을 해주어야 한다.

(4)초중등과정부터 과학기술의 의미, 과학자의 사명, 자부심, 환상, 발견 성취의 환희, 인류에 대한 공헌, 명성, 경제성, 독립성과 국제성, 장수성 등등을 교육 이해시켜 유능한 미래과학기술인으로 유도육성한다. 과학의 길은 결코 험난한 것만은 아니다.

(5)우리나라의 이공계 고급인력은 아직도 부족하다. 다만 배치와 밀도가 불균형하다. 대학에 엄청나게 편중된 현상을 개선해야 한다.

(6)현행 입시제도는 중등학교의 교육을 대학입시 위주로 전락시켜 정상적인 기초교육을 파괴하고 있다. 특히 구태의연한 국영수 위주의 대학선발고사는 기초과학교육을 심하게 소외시켰다. 이공계(醫科學 포함)에서는 절대로 기초과학의 수능고사를 필수로 해야 된다.

(7)젊은 학생들이 졸업 후의 취업불안으로 이공계, 특히 기초과학계를 기피하는 것은 현실적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불연속시대, 불확실성의 시대―의 대학 재학 4년은 길다. 더욱이, 박사학위를 취득할 6년은 충분히 길다. 그 동안에 전공분야간의 가치가 전도할지 모른다. 과학사회는 변천과 부침이 반복된 것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과학의 영웅시대는 또 다시 도래할 것이다. 괴롭지만, 용감하게, 신념을 가지고 과감히 자기가 갈 전공을 선택하기 바란다.

(8)대학은 이공계가 대학의 주축이고 파워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지원 발전시켜야한다. 부실한 학문간 구조조정이나 허구한 학과명의 변경 등은 학문과 대학의 본질을 손상시킬 뿐 별효과가 없을 것이다. 예컨데, 기원전부터 이어온 물리학이 하루 아침에 다른 이름으로 변신해서는 안된다. 물리학이란 확고한 主軸 둘래로 나선형상으로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더욱 신중한 구조조정, 융통성 있는 정원의 조정, 시설의 변화 등이 요구된다. 기초과학의 교과내용을 개혁하고, 그의 해석, 교습, 응용에 융통성을 주고, 교수의 높은 위상을 발휘해 젊은 학생들을 魅引해야 한다. 이것은 대학교수의 일차적인 책무이다. 특히 지방대학에서 연구비지원, 교육환경의 열등, 취업기회의 불리로 말미암아 대학원의 기초과학 분야의 공동화가 심화돼 자포자기상태이다. 이 위기 국면을 단순히 시장경쟁원리에 맡겨서는 안된다. 이것을 치유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일차적인 임무이다. 이 것을 방치할 때 국가의 미래는 어떻게 되겠는가.
공자는 평생을 鳳凰의 출현을 기다렸지만 끝내 봉황은 나타나지 않더라고 했다. 우리도 과학의 봉황을 기다리고 있다.

정리 최익현 기자 ihchoi@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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