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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현대진화론의 대가,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가 남긴 업적과 의미
[과학의 창] 현대진화론의 대가, 스티븐 제이 굴드 교수가 남긴 업적과 의미
  • 교수신문
  • 승인 2002.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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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3 00:00:00
지난 20일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사진)가 1983년부터 앓아 오던 지병인 암으로 사망했다. 동시대인 중 가장 잘 알려지고 널리 읽혔던 과학자의 한사람이었던 그는 1967년 컬럼비아 대학에서 고생물학 및 진화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까지 하버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해왔다. 특히 지난 10여년 동안 병마와 싸우면서도 고생물학자로 과학저술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새로운 종류의 진화 생물학으로 평가받고 있는 ‘진화론의 구조’도 이 시기에 작업한 것이다. 굴드는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으면서 진화론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진화는 우연성이 큰 작용

굴드가 생각하는 진화론을 조금 들여다 보면 ‘진화’는 ‘진보’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특정한 방향성이 없는 다양성의 증가라는 것이다. 현재 ‘진화’라는 용어는 생물학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영역이나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진화=진보’라는 식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굴드는 엘드리지와 함께 자신의 전공분야인 화석연구를 통해 ‘단속평형설’을 주장했다. 소진화의 축척이 대진화를 일으킨다는 기존의 진화론을 부정하고 진화는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선택에 관한 입장도 기존의 이론과 차이가 있는데 자연선택만으로는 대규모의 진화양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해 진화 과정중에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기존의 이론과 차이를 뒀다. 또한 진화 과정 속의 우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진화에 관한 이런 쟁점들은 영원한 맞수인 리차드 도킨즈와의 논쟁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기도 했다.

거시적으로시스템변이 바라봐

한편 굴드는 진화를 거시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 생명현상을 부분을 조합해 전체를 보는 환원주의적이 아닌 시스템적이고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방법론을 책택하고 있는 것이다. 유전자 중심적 변이 보다는 시스템의 변이에 관심이 있었다. 따라서 진화적 변이 연구에서의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특정한 경향성을 경계했고 국소적 현상을 전체로 확대하는 외삽론을 거부했다. 이런 굴드의 사상은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처럼 독립된 생물체가 현재의 진핵생물 내로 들어와 새로운 생물체가 되었다는 내부 공생설을 주장했던 린 마굴리스의 주장과 연결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굴드는 과학이 상대적으로 사회 문화적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 일반적인 과학의 상에서 한발짝 물러나 있다. 따라서 사회생물학의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했던 르원틴과도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굴드는 20여권 이상의 저서와 3백 여개 이상의 논문들을 남겼는데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판다의 엄지’, ‘인간에 대한 잘못된 평가’, ‘경이로운 생명’, ‘다윈 이후’, ‘풀하우스’ 등이 있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다윈이후, 판다의 엄지, 풀하우스가 있으며 ‘경이로운 생명’을 비롯한 몇몇 번역서들이 출판될 예정이다.

김병수 객원기자 bskim@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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