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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등록금 1천만원 시대 교육의 문제로 풀어보자
대학등록금 1천만원 시대 교육의 문제로 풀어보자
  • 최성욱 기자
  • 승인 2011.02.28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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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의 등록금 문제는 경제적 셈법으론 포화상태에 이르렀는지 모른다. 학령인구 감소와 정부 재정지원체계의 ‘무한경쟁’ 속에서 대학의 위기의식은 물가상승률 만큼이나 떨어질 기미가 없다. 특히 재정규모가 취약한 사립대학은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한 푼 더’ 모아두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렇게 모은 돈이 수천억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대학은 위기라고 말한다.

재학생 2만명의 대규모 대학은 한해 등록금 수입이 1천억원을 웃돈다. 대학마다 등록금 총액의 20~30%를 적립한다는 소문이 빈말이 아니다. 대학알리미를 찾아봤다. 서울지역 대규모 사립대 중 등록금 액수가 높은 대학을 살펴보니, 인건비(30~40%)와 교육비(10~20%)를 합해 70%를 넘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재학생 1만명 수준의 한 수도권 대학은 등록금 수입의 절반가량을 적립금으로 전환시켰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무조건 다 쓰지 않고 모으는 게 아니라 사실 다 쓰지 못한다는 흥미로운 시선이다. 실제로 1년에 1천억원을 쓰려면 지금 대학들이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많아야 하고, 상당수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에 요즘 학생들 말로, 등록금의 많은 부분이 ‘잉여롭게’ 적립되고 있다.

등록금 적정성의 방향타를 대학으로 돌리면, 대학은 물가상승률이나 인건비, 투자회수율 등을 들어 대학존폐론까지 끌고 간다. 이런 국면에서 특히 사립대가 주문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지난해 9월 대학생 1천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열에 일곱이 현 정부의 등록금 정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등록금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거나 실질적 혜택이 없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현 정부가 마련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일명 든든학자금은 이자율이 높고 거치기간 이후에 복리상환을 적용하고 있다. ‘이자의 이자’를 무는 방식 탓에 든든학자금은 이자가 두 번 들어있어서 ‘든든’학자금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학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건지, 새로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건지 모호하다. 그나마 장학지원도 반토막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2학기에 차상위 계층 대학생 장학금이 폐지되고, 기초생활수급자·근로장학금도 각각 줄거나 미미하게 올랐다.

한편 야당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제안하는 ‘반값 등록금’은 학생들의 학습동기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7조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숙제다. 일각에서 반값 등록금 대신 ‘반절 등록금’을 들고 나왔다. 학생들의 절반에게 전액장학금을 주자는 뜻이다. 학과당 한두 명에 할당했던 전액장학금을 30~50%까지 넓히면 학생들 사이에 치열한 공부경쟁이 생길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학점에 예민해지니 교수들의 강의도 한결 더 섬세해질 거라는 선순환을 기대한다.

등록금 문제는 이제 다양한 시선에서 새로운 셈법을 시도해야 할 때다. 인상률에 집중하다 숫자의 함정에 빠져 시나브로 ‘등록금 1천만원 시대’를 맞았다. 등록금 되돌려 받기 운동은 이듬해 더 큰 폭의 인상을 불러왔다. 등록금 요요현상이다. 등록금, 이제는 교육을 중심에 놓자. 교육의 중심엔 언제나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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