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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他山之石의 캐나다대학 ‘비정규직 교수’ 대우
[화제] 他山之石의 캐나다대학 ‘비정규직 교수’ 대우
  • 교수신문
  • 승인 2002.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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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9 17:56:03
미국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일명 ‘아카데미 아파르트헤이트’의 희생자라 불린다. 똑같은 시간을 강의해도 전임 교수에 비해 급료는 절반에 못 미치고, 의료보험수혜와 퇴직금은 없으며, 그나마 다음 학기를 기약할 수조차 없다. 이런 현실에서 캐나다의 일부 대학이 시행하고 있는 ‘대학교원 비례대우제’가 미국 대학 강사들에게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잭 롱메이트 미국 올림픽 컬리지 강사(영어학)와 프랭크 코스코 전 밴쿠버 커뮤니티 컬리지 교수협의회 회장은 미 교육전문 주간지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이하 ‘크로니클’)지 5월 3일자 기고글을 통해 그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크로니클지에 따르면, 미국의 시간강사제도는 불합리하다. 무엇보다 ‘일한 만큼 받는다’는 원칙이 유독 대학에서만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워싱턴 주립 단과대만 해도 전임교수의 연봉은 4만 달러이지만, 강의시수가 절반인 시간강사는 2만 달러가 아닌 1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시간강사의 시간 비례 임금은 전임교수에 비해 ‘할인’되고 있는 셈이다.

캐나다는 다르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방의 14개 대학들은 조약을 맺고 있다. 이 조약은 전체 교원들의 임금과 권리를 강의시간에 비례해서 책정해야 한다고 규정짓고 있다. 가장 모범적인 예는 밴쿠버 커뮤니티 컬리지다. 이 학교의 교수들은 ‘전임교수’와 ‘시간강사’ 대신 ‘정규교수’와 ‘기간교수’로 나뉜다. ‘정규교수’와 ‘기간교수’의 차이점은, 후자의 경우 한번의 계약으로 최소한 2년의 강의만이 보장된다는 것뿐이다. 이들은 일주일에 몇 시간만 강의하는 것과 전임으로 강의하는 것 가운데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임금은 철저하게 시간에 비례해서 지급될 뿐이다. 물론 재직년수 등에 의한 차이는 있다.

캐나다 일부 대학의 강사제도가 미국 대학의 강사제도와 확연히 다른 점은 보직업무와 승진의 기준 역시 철저히 비례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가르치는 일 이외에 커리큘럼을 짜고, 학생들과 상담하고, 학교행정을 맡는 것을 교수의 ‘두 번째 업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제 정규교수들도 학과 일에 대한 의무를 지닌다. 몇 시간만 강의하는 ‘정규교수’는 전임으로 강의하는 ‘정규교수’와 최소한 학과에 대한 기여도라는 부분에서는 똑같은 승진의 기회를 얻는다.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시간제 교수들이 전임교수들에 비해 높은 지위에 있는 경우도 흔하다. 방학과 의료보험 혜택, 병가 등의 기회도 전임 교원들과 비교해서 비례평등의 원칙이 적용된다.

결정적인 것은 캐나다의 시간제 교수들이 미국과는 달리 비교적 안정적인 위치에서 교직생활에 임한다는 것이다. ‘기간교수’들은 일정한 기간동안 교수 능력을 증명하면 자동적으로 ‘정규교수’가 된다. 반면, 미국의 시간강사들은 보장 없는 전임 자리를 바라보고 수 년 동안 여러 대학을 오가며 희망 없이 강의하고 있다.
캐나다의 합리적인 강사제도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동료 전임 교수의 연대 덕분이라고 한다. 지난 1970년대 이후로 캐나다 대학의 임금지급 원칙은 ‘일한 만큼 받는다’였다.

오히려 문제는 시간강사와 전임 교수 사이의 행정업무의 분담이나 승진기회의 평등 등의 다른 데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1988년부터 3년 동안 파업 투표가 5번 있었고, 1990년에는 마침내 대규모 파업이 이뤄졌다. 대다수의 캐나다 대학 전임 교수들은 투표를 통해서 시간 강사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러한 연대는 교수와 강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윈-윈’ 제도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캐나다의 새로운 강사제도가 교수들의 파이를 잘라 강사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시간 강사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강의를 위해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오가는 어려움을 덜었고, 교수들은 연구와 강의를 압박하는 행정업무의 짐을 덜 수 있었던 것.

무엇보다도 이 제도는 시간강사의 강의는 교수만 못하다는 통념을 사라지게 했다고 기고자들은 밝히고 있다. 전임이든 시간강사든 최고의 강의를 하기 위해서 그들이 들이는 노력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번역정리 이옥진 객원기자 z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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