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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 ‘故 신현직 교수 추모사업회’ 여는 사람들
화제의 인물 : ‘故 신현직 교수 추모사업회’ 여는 사람들
  • 박나영 기자
  • 승인 2002.05.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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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5-28 14:14:40
 ◇ 故 신현직 교수
生과 死의 얼굴은 참으로 다양하다. 死가 아닌 生이기에 부끄러운 이들이 있는 반면, 生이 아닌 死이기에 안타까운 이들이 있다. 오는 6월 13일, 대구 시민단체 ‘새대구경북시민회의’에 의해 열리는 ‘故신현직 교수 추모사업회’는 ‘生이 아닌 死이기에 안타까운 이들’이 ‘死가 아닌 生이기에 부끄러웠던 이’에 바치는 묵념이다.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학위를 취득한 故신현직 교수(사진·1954.7∼2001. 6)는 82년부터 계명대 법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다. 신 교수의 제자이자 이번 추모사업회의 실무책임자인 이승천 미래대 교수(법무행정)는 그를 “학생들의 사회를 보는 관점을 바로 세우기 위해 실천과 교육을 함께 하신 분”이라고 회고한다.

실제로 그는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대구 내의 거의 모든 시민단체를 이끌었다. 2000년 시민단체 실무자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시민운동가, 전국총선연대 상임공동대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중앙위원, 대구경북 민주화교수협의회 회장, 대구남부지역 새교육시민모임 공동대표, 새대구경북시민회의 운영위원장. 이어지지 못한 그의 행보가 너무도 넓었기에 우리에게 남겨진 빈자리는 너무도 크다.

이 교수는 “이번 추모사업회에서는 민교협측 교수들, 각종 시민단체들, 신 교수의 동기생·선후배·제자들 등이 모여 신 교수를 기리는 추모식을 가진 후, 그가 못다한 일들을 이어가기 위한 사업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계명대 교수로 있으면서도 “신일희 총장의 이러한 발표는 계명유신선포이다”, “계명대학은 소설입니다. 앞으로 소설 계명대학을 쓰면 재미있을 것입니다”등의 ‘독설’을 내뿜을 수 있을 만큼 강직했던 그의 성품. 길지 않은 인생 동안 그가 느꼈던,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정말 끝낼까? 그것만이 답이다’라는 신 교수의 유서. 이제 ‘故신현직 교수 추모사업회’는 늦게나마 그의 짐을 나누어 지려 한다. 신 교수가 끝이라 생각했던 지점을 시작으로 그의 곧은 뜻을 이어 나가려 한다.

지난 2001년 6월, 투신자살로 젊은 생애를 마감한 신 교수. 그는 1995∼1997년 당시 총장 퇴진 운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동료교수들이 해임당한 건에 대하여 자신이 교수협의회 부의장으로서의 직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자신의 生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生을 예사로 갈취하는 풍경이 대학가에까지 번져오는 지금, 신교수의 死의 흔적에는 향을 태우지 않아도 향내가 난다.

박나영 기자 imnar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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