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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교수들에게 급여지급…총장 해외출장비 5억”
“이름뿐인 교수들에게 급여지급…총장 해외출장비 5억”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2.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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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 직원노조, 대학 비리 의혹 제기해 충격
경기대가 강의, 연구도 하지 않는 교수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대학에서 급여를 지급하는 교직원을 총장부인의 개인기사로 근무시킨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교수신문이 경기대 본부와 직원노조를 통해 확인한 결과 경기대는 권노갑 전 새천년 민주당 최고위원을 1998년 9월 1일 대학원 대우교수로 임용하고 강의시간을 채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2월 28일까지 매달 2백만원에서 2백50만원씩 모두 4천2백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대는 권씨를 교수로 임용하기에 앞서 명예박사학위(정치학)를 준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교수신문 224호 2002년 4월 29일자 참조).

경기대는 또 전문대로부터 1천만원의 뒷돈을 받은 것이 드러나 퇴직한 김용현 전 교육부 고등교육국장을 1999년 9월 1일에 전임교수로 임용하고 2001년 3월까지 임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권노갑씨와 김용현 전 고등교육국장 모두 뇌물사건에 연루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던 시기에 교수로 임용해 그 배경에 의구심이 더해지고 있다.

경기대가 권씨를 교수로 임용한 1998년 9월은 8·15 특사로 사면된 권씨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던 때. 사면되기 전까지 권씨는 국정감사 선처 명목으로 한보그룹으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199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확정돼 형집행정지 상태였다. 김용현 전 교육부 고등교육국장도 평생교육국장으로 재직할 당시 평택공과대학 법인이 건넨 1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교육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다가 8월 옷을 벗자마자 교수로 임용됐다.

‘특보’를 통해 처음으로 이러한 사실을 제기한 경기대 교직원 노조는 대학이 이들을 “정치적 목적 내지 대가성 차원에서 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노조는 “대학에 소속된 운전기사를 총장부인 개인기사로 파견 근무케 했고, 감사에게 수년 동안 월 2백만원을 지급해왔으며, 손종국 총장이 1999년 해외출장비로만 5억여원을 사용했다”며, 그 내역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정식 경기대 홍보팀장은 “권노갑씨는 퇴직하면서 그 동안 받은 월급을 모두 대학에 반납했고, 김용현씨는 롱아일랜드 대학에 파견돼 한국학 관련 강좌를 강의했다”고 해명했다.

또 손종국 총장의 과도한 해외출장에 대해 윤대형 전 기획실장은 “총장이 이사장의 역할까지 하면서 대학을 운영했기 때문에 일이 많았고, 세계화를 특성화 전략으로 삼고 직접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해외출장 비용에 대해서도 “정확한 금액을 알 수 없지만 공무원 근무규정에 따라 비용을 처리했고, 현지에 나간 교수들을 격려하는 비용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강의했다는 김용현씨의 경우 전공이 한국학과는 거리가 멀고, 손 총장이 1999년에 직접 해외대학과 교류를 맺은 실적은 2건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경기대는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고 총장의 판공비 공개를 요구한 ‘경대학보’(5월 13일자)의 사설을 지우고 백지로 발행케 해 학내구성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삭제된 경대학보 사설은 “기본시간도 채우지 못하는 별의별 명의의 교수들이 채용돼 이들에게 봉급을 지불하고 나면 적자운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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