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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대한민국은 진정 스포츠 강국일까
[학문후속세대의 시선] 대한민국은 진정 스포츠 강국일까
  • 박보현 한국체육대·스포츠사회학
  • 승인 2010.12.27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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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올 한 해는 스포츠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이 스포츠에 집중됐던 해였다. 2월에 있었던 제21회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6개로 종합 5위에 올랐다. 특히 김연아 선수의 금메달 획득은 한국이 동계스포츠분야에서도 강국임을 전 세계로터 인증받는 계기가 됐다.

또한 6월 남아공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은 대한민국 축구가 더 이상 안방에서만 통하는 축구가 아님을 입증했다. 그리고 얼마 전 막을 내린 광저우아시안게임은 4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며 아시아의 진정한 스포츠강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받았다. 이처럼 세계수준의 대회에서 거둔 한국 스포츠의 성적으로 봤을 때  그 누구도 대한민국이 스포츠강국임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 내는 대한민국은 진정 스포츠강국일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은 어려서부터 언론을 통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대회에서의 금메달 수가 그 나라의 경쟁력과 비례한다고 들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1960~70년대 박정희정권 시절 스포츠는 북한과의 이데올로기 대립에서 남한사회의 우월함을 대놓고 뽐낼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였으며, 80년대 전두환 정권은 스포츠를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승인받고자 올림픽을 유치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돈을 엘리트스포츠에 집중 투자했다. 투자 목적은 보다 많은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었고, 88서울올림픽은 그 목적을 훌륭히 달성한 대회였다. 이러한 탓에 88서울올림픽 유치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스포츠예산은 대부분 엘리트스포츠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이렇게 대한민국이 스포츠강국으로 불리게 되는 과정에 국민은 언제나 소외돼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스포츠강국은 소수의 엘리트선수, 즉 국가대표선수들만의 몫이며, 따라서 일반 국민들은 그저 보고 즐기는 역할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스포츠 구조를 가진 나라가 진정 스포츠강국이라 할 수 있을까.

항상 대한민국의 비교대상은 일본이다. 이번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4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자, 언론이나 체육계에서는 이제 일본을 한 수 아래로 보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며, 대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믿고 있다. “일본은 이제 우리한테 안 돼.” 그런데 일본에 가서 그들이 스포츠를 어떻게 하는지 보면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느끼게 된다.

일본은 비록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수에서는 한국에 뒤지지만 스포츠인프라와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인식과 참가율은 우리의 그것과 비교조차 하기 힘들다. 그들에게 스포츠는 삶의 일부이지만 우리에게는 남의 일, 나를 ‘대신’한 국가대표들의 일이다.

진정한 스포츠강국이란 어떤 나라일까. 우리나라처럼 오로지 메달만을 위해 공부는 하지 않고 운동만 하는 학생선수를 키우는 나라? 운동은 선수에게 맞기고 일반학생은 공부만 하면 되는 나라? 그래서 메달만 많이 따면 되는 나라? 이러한 모델은 과거 냉전시대 공산권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해왔던 정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1980년대 이데올로기 중심의 스포츠정책을 고수하며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런 구조에서 과감히 벗어나 진정한 스포츠강국으로 재탄생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생선수가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반학생이 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라,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는 국민들이 넘쳐나는 나라. 그런 나라가 진정한 스포츠강국이 아닐까.

박보현 한국체육대·스포츠사회학

박보현 한국체육대·스포츠사회학 

서울대에서 박사를 했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메가이벤트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체육대에서 박사후과정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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