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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재단 복귀·시간강사 자살·연구재단 파문 등 원칙과 기본에 시선 쏠렸다
비리 재단 복귀·시간강사 자살·연구재단 파문 등 원칙과 기본에 시선 쏠렸다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2.27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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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넷(www.kyosu.net)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올해의 아카데미 10대 뉴스’는

<교수신문> 인터넷 사이트(www.kyosu.net)에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기사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이를 중심으로 ‘올의 아카데미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교수넷’ 독자와 <교수신문> 독자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올 한 해 독자들의 관심을 드러내는 데는 어느 정도 유용하다는 판단에서다. 뽑고 나서 보니 올 한 해도 대학과 교수 사회는 ‘기쁜 일’보다는 ‘우울한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팍팍한 현실이 피부에 와닿는다.

 ● 세종대·상지대 이어 광운대에도 비리 재단 속속 복귀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 2기가 출범했다. 보수 인사 위주로 사분위가 꾸려지면서 비리로 물러났던 옛 재단이 속속 복귀했다. 사분위는 지난 2월 주명건 전 이사장이 추천한 5명과 설립자가 추천한 2명을 세종대 정이사로 선임했다. 세종대는 3월 첫 이사회를 열어 주 전 이사장이 추천한 최동호 전 세종사이버대 총장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4월에는 김문기 전 이사장에게 상지대 이사 9명 중 5명을 추천받아 이사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상지대 구성원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분위는 8월 9일 상지대에 정이사 8명, 임시이사 1명을 선임하는 상지대 정상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분위가 김문기 전 이사장 측에 과반수 추천권을 주기로 결정한 회의의 속기록을 뒤늦게 폐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2일에는 광운대에도 옛 재단이 복귀했다. 1993년 입시부정에 연루된 비리 당사자인 조무성 전 총장이 정이사에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분위는 대구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등의 정상화 심의를 앞두고 있어 비리 재단 복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 시간강사 교원 지위 회복으로 이어질까

지난 5월 25일, 조선대 시간강사 서 아무개 박사(45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8년 이래 여덟 번째 비극이다. 그는 열악한 처우, 금품 채용 관행, 논문 대필, 불투명한 강사 채용 등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겼다. 서 박사의 죽음은 메아리 없던 과거와는 달랐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는 곧바로 시간강사 대책소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10월 ‘대학 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7월 입법예고했던 ‘기간제 강의전담교수’ 도입 방안을 철회하고 11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했다.

시간강사의 계약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고 공개채용 의무, 시간당 강의료 인상 등의 내용을 담았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이 잇달아 관련 법안을 발의해 기대감을 높였다. 시간강사가 교원 지위를 온전하게 얻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 안대로라면 ‘강사’는 교원이지만 교육공무원은 아니다. 사립대에는 재정 지원이 없어 실제 효과가 얼마일지 미지수다. 국립대 전업시간강사를 ‘일부 구제’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교원이 아닌 겸임·초빙 교수를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과부는 규제 심사 등을 거쳐 조만간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관련 법안이 쏟아졌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던 2007년과는 분명 상황이 다르다. 어떤 식으로든 시간강사가 교원 지위를 얻게 되겠지만 문제는 그 내용이다.

● 연구재단 이사장·학문단장 중도 사퇴 파문

한국연구재단은 올 한해 논란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인문사회연구본부의 학문단장 5명이 지난 7월 재단을 갑자기 떠나는 일이 벌어졌다. 이들은 인문사회연구본부장의 독선적 연구과제 선정과 업무처리 방식의 시정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지난 4월 박찬모 이사장에게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집단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학문단장들은 “모든 사업은 본부장과 지원단장(연구재단 간부 직원) 중심으로 진행돼 학문단장은 할 일이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연합회는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6월 창립 이후 이사장, 사무총장 등 재단의 요직을 이명박 대통령의 사람들이 차지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그치질 않았고,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고 비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해 인문한국(HK)사업 선정 때에도 1·2단계에서 1위를 한 사업단을 최종 탈락시켜 정권에 비판적인 지식인 길들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커지자 박찬모 이사장은 지난 9월 조직관리 실패와 리더십 부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교과부는 지난 10월 연구재단 조직개편을 포함한 경영 효율화 방안 연구를 삼일회계법인에 맡겼다. 경영 효율화 방안은 새 이사장이 선임되는 시기에 맞춰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22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새 이사장 공개모집과 추천 접수를 실시한다. 내년 1월말에서 2월초에 임명될 전망이다.

● 두 학자의 죽음 … 무엇이 그들을 비극으로 내 몰았나

 

“좋은 논문을 쓰지 못해 미안하다.” 지난 2월 故이성익 서강대 교수가 유서를 남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교수는 촉망받는 물리학자였기에 그의 죽음이 우리 대학 사회에 던진 파장은 크고, 또 깊었다. 유서에서 보듯 이 교수가 삶을 마감하고자 했던 결심에 이른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성에 차는 좋은 논문’에 대한 무거운 짓누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교수신문> 칼럼에서 “그 무거운 짓누름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기엔 너무나 왜소해 보이는 부족한 능력에 대한 원망에서 온 것일까, 아니면 정해진 기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강요하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에서 온 것일까. 아무래도 후자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라며 “그래서 비슷한 압박을 받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의 고뇌가 되어 서럽게 가슴을 파고든다”라고 이 교수의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7월에도 또 한 명의 유능한 연구자가 우리 곁을 떠났다. 대표적인 하이데거 연구자인 故신상희 건국대 연구교수가 만 50세의 이른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1992년 하이데거의 수제자인 폰 헤르만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교수 밑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신 교수는 국내에서 하이데거 연구에 가장 정통한 학자로 손꼽혀 왔다. 그러나 학계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것은 학자로서 신 교수에게 닥친 가장 큰 불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좌절시킨 ‘철학자의 고단한 삶’은 비단 한 학자의 비극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에 전임교원으로 자리잡지 못한 다수의 철학 연구자들은 여전히 최저 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학자로서 보이지 않는 삶을 감내하고 있다. 전국 177개 4년제 대학 가운데 철학과가 남아 있는 대학은 55곳에 불과하다.

● 교수업적평가·성과연봉제 강화 … 저술은 꿈도 못 꿔

아주대는 지난 4월 ‘능력별 연봉제’를 새로 도입했다. 중앙대도 올해부터 연봉제를 도입했다. 교수를 4등급으로 나눠 연봉 인상률을 차등 적용한다.

모기업인 두산도 성과급의 일부만 적용하는 누적 연봉제를 시행하는데 기업보다 더 강력한 연봉제를 선택한 것이다. 경희대는 올해부터 교수들의 연구실적을 평가해 3등급으로 나누고 급여 인상률을 다르게 적용하는 연봉제를 시행한다.

포스텍은 지난 3월부터 성과연봉제와 ‘하버드식’ 테뉴어 심사제를 골자로 ‘교수실적 평가제’ 시행에 들어갔다. 정년보장 교수도 매년 연구실적을 평가해 명예퇴직을 유도하는데, 지난 2월과 8월에 각각 3명이 스스로 짐을 쌌다.

올 한 해 업적평가가 강화되고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는 등 교수 사회는 더 팍팍해졌다. 하지만 교수 업적평가가 강화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인문학 분야의 경우 논문 편수 위주의 업적평가가 강화되면서 요즘 출판 담당자들은 “책 쓸 만한 교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신임교수의 경우 인문학 분야임에도 ‘1년에 등재지 5편’을 계약 조항에 못 박기도 한다. ‘논문 생산’에 치중된 업적평가 탓에 저술은 꿈도 못 꾼다는 게 인문학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서울대 인문대학은 저술활동에 부여하던 가산점을 아예 없애버렸다. 대신 논문과 저술의 종합적인 평가를 위한 새로운 교수 업적평가를 구상 중이다. 내년 초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1년 단위의 연간 평가와 양적 평가를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이주형 서울대 교수(고고미술사학과)는 “논문이건 저술이건 결국 중요한 것은 양적평가가 학술적 가치 판단”이라고 전했다.

● 대학원 교육에도 관심 … 2012년 대학원 역량강화사업 신설

올해는 정부가 학부 교육에 이어 대학원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된 해로 기록될 만하다. 교과부는 지난 3월 열린 1차 교육개혁 대책회의에서 교육개혁 과제로 ‘글로벌 수준의 박사 양성 방안’을 발표했다. 박사과정 중심의 선도대학원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 방안의 핵심 내용이다. 우수 대학원 20곳, 교육·연구거점 50곳을 선정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안병만 장관은 <교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이제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좋은 교육을 받고 우수한 박사들을  배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2일 부산에서 열린 전국대학원장협의회 정기총회 및 심포지엄에서 교과부는 한국형 대학원 입학자격시험 도입, 우수 박사과정 학생 1천명 지원, 박사과정 중심의 선도대학원 육성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학원 선진화 방안 시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사과정 중심의 선도대학원 사업은 기획재정부에 제동이 걸려 내년 예산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우수박사 과정학생 장학금 지원만 반영됐다. 선도대학원 사업이 관심을 끈 것은 BK21사업과 WCU사업이 2012년 끝나면서 새로운 대학원 인력양성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교과부는 지난 17일 ‘2011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BK21사업은 석·박사 장학금 지원만 남기고 없애고 WCU사업 중심으로 대학원 재정지원  사업을 통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도대학원 사업은 WCU사업의 새로운 유형으로 ‘대학원 역량강화사업’을 만들어 2012년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성뿐 아니라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 ‘국내 박사’는 늘어나지만 교수 임용에서는 ‘외국 박사’, 특히 ‘미국 박사’에 밀리기 일쑤다. 한국행정학회는 지난 10월 25일 국내 대학원 위기가 국내 박사 홀대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교수 임용에서 ‘국내 박사 쿼터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 학부교육 선도대학 사업 신설, 잘 가르치는 대학 열풍 불어

올해 대학가의 화두 중 하나는 ‘잘 가르치는 대학’이었다. 교과부가 지난 6월 선정한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 사업에는 185개 대학 가운데 125개 대학이 신청할 정도로 대학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성균관대,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세명대, 신라대, 울산대, 한동대, 한림대 등 11곳이 선정됐다.

교과부는 “중소규모 대학 중에 학부교육을 특성화하고 잘 가르치고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대학들이 많이 선정됐다”면서 “‘일류대학 따라가기’식의 특성화가 아니라 대학 나름의 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모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수도권 2곳, 지역 3곳 등 최소 5개 대학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4개 대학을 추가 선정할 수 있는 예산만 확보해 과제로 남았다. 대학도 인센티브 강화로 강의력 잡기에 나섰다. 강원대는 올해부터 ‘강의평가 인센티브 차등 지급’에 뛰어들었다. 일률적으로 지급해 오던 교육활동지원비를 총 5등급으로 나눴다.

경희대는 ‘학부·대학원 우수강의 지원금 사업’을 신설했다. “교육한다고 논문 나옵니까?”라는 말이 말해 주듯 교수 업적 평가는 여전히 연구업적 위주라는 지적도 대두됐다. 이 때문에 서울대 교수들이 학부 강의보다는 대학원 강의만 맡으려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나오기도 했다. ‘교육’과 ‘연구’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균형을 맞추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 발표, 대학 구조조정 본격화

교과부는 지난 9월 7일,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 30곳을 발표했다. 사실상 부실 사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교과부는 지난해 대학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8개 대학을 경영부실 대학으로 최종 확정했다. 명단 공개까지 검토했으나 포기했다. 경영 부실을 근거로 사립대를 퇴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취업 후 자금 상환제도가 도입돼 대학별로 대출을 제한할 수 있는 법 규정이 마련되면서 돌파구 생겼다. 신입생의 알 권리를 내세워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이란 이름으로 부실 대학의 명단을 발표할 수 있게 셈이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에 포함된 30곳 가운데 최근 3년간 교과부가 10억원 이상 지원한 대학이 9곳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선정 기준에 의문이 제기됐다. 과거의 지표를 사용해 1년간의 개선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대학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결국 교과부는 재평가를 거쳐 지난 11월 5일 7개 대학을 구제했다. 교과부는 내년 업무보고에서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을 중심으로 부실 사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선진화위원회가 실태조사를 벌여 부실 사학을 가리겠다는 것이다.

● 대학 총장들 “언론사 대학평가 협조 않겠다” 선언, 효과는?

“서열화하는 대학평가에 협조할 수 없으며, 순위발표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10월 1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언론사 대학평가를 거부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전국의 4년제 대학 총장들이 일제히 언론사 대학평가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경희대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도 언론사 대학평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그 동안 언론사 대학평가에 대한 비판은 많았지만 공식적으로 이를 거부한 대학은 없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평가 거부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교협 대학평가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현청 상명대 총장조차 “이번에는 정서가 다르다. 우려의 정도가 훨씬 깊다”라면서도 “대학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어 개별 대학 입장이 통일될지 안 될지는 두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조심스러워 한다. “반대 의견을 표명했지만 실제로는 홍보에 활용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열쇠는 ‘메이저 대학’이 쥐고 있다. “우리나라는 입시든 평가든 상위 10개 정도의 대학이 분위기를 주도한다. 이들 대학이 자기 대학의 이익만 쫓아서는 안 된다”라는 서울지역 한 사립대 기획처장의 말은 그래서 곱씹어 볼 만하다. 하지만 대교협 회장 대학인 고려대조차 “줄 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데, 그것마저 없다면 대학이 어떻게 발전하겠느냐”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 서울대 법인화법 강행 처리, 다음은 지역 거점대 차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 법인화법)이 지난 8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정기국회 회기 만료를 하루 앞둔 날이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야당의 반대 속에 단독으로 내년 정부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서울대 법인화법도 ‘국회의장 직권상정 목록’에 슬쩍 끼워 넣었다. 국립대학 가운데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정부로서는 1995년 5·31교육개혁 방안에서 국립대학 법인화가 제시된 이후 15년 만에 거두는 결실인 셈이다. 서울대 법인화법 강행 처리로 교과부는 ‘국립대학 선진화’에 더욱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지난 9월 △거점 국립대 단계적 법인화 △단과대학 학장 및 교대 총장 직선제 폐지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국립대 학장 직선제를 총장 임명제로 바꾸기 위한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과 국립대 교원 성과급적 연봉제 도입을 위한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현재 관련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1~2월쯤에는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나 학장 간선제는 결국 국립대 법인화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게 국립대 교수들의 시각이다. 법인화가 되면 직선으로 선출하는 총장 역시 간선제로 바뀐다.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 개입은 그대로 유지한 채 정부 재정 부담은 줄여 민영화와 다름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교과부는 내년 업무보고에서 경북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를 단계적으로 법인화하겠다고 거듭 밝혀 서울대 법인화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리=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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