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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800쪽에 담긴 ‘강의’가 중국 ‘곡부’로 간 까닭
1천800쪽에 담긴 ‘강의’가 중국 ‘곡부’로 간 까닭
  • 김유정 기자
  • 승인 2010.12.20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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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정요일 지음, 『논어 강의』(새문사, 2010.12)

『논어』 번역은 학자들의 꿈일까. 『논어』번역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요일 서강대 교수(국문학)가 1천800쪽짜리 세 권으로 된 『논어강의』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정 교수의 『논어 강의』는 지난해 2월 1권(天)을 시작으로, 올 2월 2권(地), 그리고 이 달 초 3권인 ‘人’편을 마무리했다. 이번 ‘人’편은 ‘논어 본문 색인’, ‘논어집주 원문 색인’, ‘일반 색인’ 등 220여쪽의 색인을 포함해 614쪽으로, 색인만으로도 『논어』 전반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정 교수는 『논어』의 본문과 『논어집주』의 원문을 정확하게 번역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본문과 집주의 원문에 대해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없도록 의문을 가질 만한 곳이나 읽기 어려운 부분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한문 문장의 구조와 어법을 꼼꼼하게 따져서 이해를 도운 것도 저자의 ‘배려’라 할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논어』의 본문에 대해 전통적 독법의 현토 방식을 존중하되, 종래의 ‘토’ 가운데 고쳐야 할 곳은 그 이유를 설명하며 일일이 바로잡았다. 또한 『논어』의 본문에 대해서는 누구나 읽기 편하도록 구절에 맞는 한자음을 달았으며, 끊어서 읽을 곳을 띄어서 표시했다. 『논어』499장의 명칭을 단 후에 본분의 각구절과 집주에 대해 자세하고도 친밀한 ‘강의’를 덧붙였다. 책 제목이 『논어 강의』인 것은 이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이번 완간을 두고 “논어 관련 번역서가 160여종이 된다고 한다. 한문에 조예가 깊은 이가 번역했다고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번역들이 있었다. 앞뒤 문맥이 맞고 의미가 전달돼야 하는데, (기존 책에서는) 논어 본문과 집주 원문번역에서 문맥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면이 있어서 이번 작업에서 알기 쉽고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논어 강의』는 정 교수만의 오기와 한우물 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정 교수는 책의 완간과 함께 중국 산동성의 청도와 곡부를 답사, 곡부에서 ‘고유제’를 지냈다. 성호경 서강대 교육대학원장의 주선으로 지난 19일 공자의 사당을 찾아 축문을 읽고 고유제를 지내고 책을 바쳤다.

정 교수는 “공자 사당에 가서 한국인이 제사를 지내는 일이 아마 처음일 것이다. 성호경 교육대학원장, 이정재 교수, 박성호 교수 등 교수 29명이 중국을 답사하러 가는데 마침 논어 강의 책이 출간돼서 고유제를 지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이 들어와서 합류하게 됐다. 외국인이 논어에 대해 꼼꼼하게 해석했다는 의미도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논어 강의』가 학계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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