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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而思] 晝耕夜讀 늦깎이 학생들
[學而思] 晝耕夜讀 늦깎이 학생들
  • 최운실 평생교육진흥원장·교육학
  • 승인 2010.12.20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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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샐러던트들이 넘쳐 나는 평생학습시대를 실감한다. 캠퍼스 곳곳에 ‘열공’ 모드로 주경야독하는 늦깎이 학생들이 넘쳐난다. 상아탑을 자처하던 전통적 대학의 청년 대학생들 속에 심심치 않게 섞여 있는 흰머리 희끗희끗한 초로와 중년의 늦깎이 학생들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이른바 월급장이 샌드위치 학생들이다. 낮에는 일하며 돈을 벌고 밤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되는 주경야독형 어른 학생들, 그들이 바로 샐러던트(샐러리맨 겸 스튜던트)들이다.

예전에는 주로 야간대학 학부생들이 샐러던트의 주종을 이뤘지만 요즘엔 좀 다르다. 특수대학원과 전문대학원의 석사와 박사학생 비율이 급증하면서 대학원생 샐러던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학점은행제와 시간등록제와 계약학부 성인 학생들, 최고위 과정생, 그리고 대학평생교육원의 수많은 비학위과정 평생교육에 참여하는 수많은 주부와 실버학생 군단의 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근자에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 또한 새로이 샐러던트 캠퍼스족에 가세하고 있다. 가히 ‘황혼의 캠퍼스’ 시대가 도래 하고 있음이다. 2020년 이후 심화될 학령기 인구 절대 감소추세와는 달리 새롭게 등장한 샐러던트 성인학생들은 인생삼모작 시대 제2, 제3의 블루오션 복합전공을 준비하는 캠퍼스의 새로운 주역들로 무한의 캠퍼스 마켓 3.0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샐러던트 대부분은 사이버 공간이나 야간교실 때론 주말반의 비정규학생들, 비전통형 定時制 파트타임 학생들이다. 그들은 낮 동안 생업의 일터에서 에너지를 소진 한 채, 번 아웃된 몸과 마음으로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캠퍼스를 달린다. “교수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입에 단 채 단골 지각생으로 캠퍼스를 누빈다. 그들보다 나이 어린 교수님을 모셔야 할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며, 아들 딸 또는 손자뻘 쯤 되는 어린 학생을 정중히 ‘선배님’ 으로 모셔야 하는 존심(?) 상할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그들은 늘 허허대며 즐거워하는 귀여운(?) ‘낀 세대 쉰 세대 학생’들이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일단 수업이 시작되고 나면 이들은 곧바로 ‘열혈 공신 모드’로 전환한다. 그들의 학습열정은 숨이 멎을 만큼 감동적이고 진지하고 뜨겁다. 연령이 많을수록 오히려 학습열기가 도수를 더해간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잊고, 감동과 치열함과 절실함으로 뜨겁게 학습에 몰입한다. 비록 학술적으로나 이론적으로는 풀 타임 전일제 젊은 학생들에게 크게 뒤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지혜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어른다움’의 경륜과 지혜로움, 놀라운 예지력과 문제해결력, 상황대처력, 미래조감력 등은 젊은 세대 청년들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일종의 ‘경지’를 이루고 있다.

만학도들의 배움에 있어서의 진지함은 때로 교수들의 마음 저 편에 진한 감동의 전율을 느끼게 한다. 퇴색돼 가는 암기력의 한계가 그들을 힘겹게 기억의 저편으로 저어내면 낼수록 샐러던트들은 안간힘을 쓰며 스러져가는 오감을 되살리려 마지막 한 줌까지도 빠트림 없이 진력을 다해 배움의 길에 임한다. 그들이 일궈가는 百川學海의 정신은 가장 낮은 곳에 임하는 겸양의 미덕으로 바다의 마음을 닮아 배움을 향한 끝없는 항진을 지속하게 된다.

오늘도 도서관 한 구석 자리에서 하얀 밤을 지새우며, 기말 리포트와 학기말 시험 준비 그리고 학위논문 작성에 몰두하고 있을 우리의 자랑스럽고 당당한 늦깎이 학생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힘내세요. 당신들이 계셔서 세상은 희망입니다. 당신들이야말로 가장 멋진 이 시대의 자화상입니다.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일은 당신이 인생에서 친 사고 중 가장 멋진 사고랍니다….”

최운실 평생교육진흥원장·교육학

필자는 아주대 교수로 한국교육학회 대외협력위원장, 한국평생교육학회 회장, 아주대 평생교육원장 등을 역임한 평생교육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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