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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적확한 세태 비판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교수들의 적확한 세태 비판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2.1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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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 10년 되돌아 보니

 

 

적수공권(赤手空拳), 와신상담(臥薪嘗膽).

직장인과 모 기업이 2010년을 정리하면서 뽑은 사자성어다. 각 계층별로 사자성어를 통해 한해를 되돌아보는 것은 연례행사가 됐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하면서 달라진 세밑 풍경이다. <교수신문>이 2001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1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를 되짚어 보면 최근 10년 한국사회의 궤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을 시작한 2001년에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 선정됐다.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2002년에는 이합집산(離合集散)이 뽑혔다. 2003년은 ‘右往左往’한 해였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정책 혼선이 빚어지고 갈피를 못 잡는 모습을 보였다. 2004년은 대통령 탄핵과 수도 이전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했다. 같은 파끼리는 한패가 되고 다른 파는 배척한다는 뜻의 당동벌이(黨同伐異)가 선정된 이유였다.

2005년에 선정된 상화하택(上火下澤)은 화합하지 못하고 대립과 분열을 일삼은 행태를 꼬집는 사자성어다. 밀운불우(密雲不雨)는 여건이 조성됐지만 일이 성사되지 못해 불만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묘사한다. 2007년에는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 2008년에는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비유한 호질기의(護疾忌醫)가 각각 꼽혔다.

2008년에는 미국산 쇠고기 파문, 촛불시위, 4대강 정비 등을 놓고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2009년 사자성어인 방기곡경(旁岐曲逕)은 일을 정당한 방법이 아닌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의 사자성어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는 혼란과 갈등을, 2008년부터 올해까지는 독단과 편법을 표현한 사자성어가 주로 선정됐다. 갈팡질팡했던 참여정부와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그동안 한해를 적확하게 짚어낸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현학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사자성어가 꼽혔다. 이후부터는 대중적으로 쓰이지 않는 난해한 사자성어가 주로 선정되는 경향을 보였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당동벌이’와 2007년 ‘자기기인’을 사자성어로 추천한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는 “‘다사다난’이라는 두루뭉술한 사자성어로는 복잡한 사회를 담아내는 게 어렵다”며 “사자성어를 추천하는 분들이 한국사회를 정확하고 깊이 있게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국사회를 사자성어를 통해 표현하는 게 적절한지 논란도 여전하다. 사자성어를 우리 속담이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5년 상화하택을 추천했던 이동환 한국고전번역원장은 “일본은 한자를 편하게 사용하는 데도 사자성어로 표현하지는 않는다”며 “사자성어를 고집하지 않고 이자성어나 속담으로 한해를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회 교수는 “사자성어는 간결하면서도 다양한 이야기와 현상을 설명할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며 “사자성어로 굳이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사자성어가 가지는 장점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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