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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평화·안보·신뢰가 흔들렸다
인권·평화·안보·신뢰가 흔들렸다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0.12.18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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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들에 비친 2010년 한국사회

 

2010 올해의 사자성어 '장두노미'.  휘호  素石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국문학. 无涯 양주동 박사에게 사사했다. 동국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문학 연구에 정진, 학계 최초로 禪詩를 연구해 불교문학으로 위상을 정립했다. 저서로는 『韓國의 禪詩』, 『漢文學槪論』 등 다수가 있다. 국어국문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한해였다.

해를 넘어 이어지는 4대강 사업 논란부터 민간인 사찰,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이 연일 불거졌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 어느 것 하나도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교수사회는 올 한해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를 여러 의혹을 감추고 진실을 규명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에서 찾았다.

정부는 올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과제인 ‘공정사회’ 구현과 친서민 정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국정운영 성적은 좋은 편이 아니다. 교수사회의 평가는 매섭다. ‘권력의 사유화’, ‘민주주의의 붕괴’ 등의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집권 반환점을 돈 정부가 주요정책을 조급하게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폐쇄적인 국정운영 방식은 답답했고, 각종 의혹에 솔직하지 못한 모습은 아쉬웠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부동산학과)는 “4대강 사업, 천안함, 민간인 불법 사찰, 권력형 비리, 인권침해와 정부의 무능을 각종 수단을 동원해 숨기고 있지만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충진 한성대 교수(교양학부)는 “올해 일어난 일들이 아무리 겉모습이 다양하다고 해도 그 뿌리는 결국 정부와 여당의 무능력과 파렴치함에 있다”고 밝혔다.

최돈찬 용인대 교수(생명과학과)는 “세금을 내는 국민의 알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중요한 정책과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리는 게 순리인데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진태원 고려대 HK연구교수(철학)는 “각종 의혹이나 루머에서 볼수 있듯이 국민들이 불안하고 궁금해하는 사안이 있지만 정부는 각종 의혹을 차단하고 무마하는 데만 급급할 뿐,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과)는 ‘장두노미’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하면서 비판의 화살을 우리 자신에게로 돌렸다.  “거짓이 드러난다는 이유 말고도 우리는 몸통을 대충 넘기고 말초적인 문제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며 “명분은 거창하게 내세우지만 그 명분은 대개 실상을 왜곡하는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정연태 가톨릭대 교수(국사학과)는 총체적인 위기상황으로 진단하면서 누란지세(累卵之勢)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했다. “권력기관의 전방위적인 불법사찰, 권력 핵심기관의 비리, 은폐의혹, 단독 예산 통과, 무리한 중국 압박 외교로 인한 동북아시아 신냉전 출현 가능성 등이 올 한해 동안 모두 일어난 일”이라며 “한국사회가 해방이후부터 수많은 대가와 갈등을 지불하고 어렵게 확립해온 인권과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와 평화조차 근본에서부터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 해”라고 평했다.

민주주의·국가안보 총체적인 위기

안보정국 국면에 현안들이 묻히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신재철 전남대 교수(교육학과)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장두노미를 선정하면서 “연평도 폭격 사건으로 요즘 청와대 대포폰이나 한미 FTA협상, 4대강 사업, 날치기 예산 등 큰 문제들이 묻혀 버렸다”고 말했다.

올해 남북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북한은 3대 세습을 공식화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태는 분단국가의 현실을 실감케 한 사건이었다. 煮豆燃(자두연기)와 繫于包桑(계우포상)은 한국사회를 관통했던 이 두 사건을 표현한 성어였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사건을 ‘이슈먹는 하마’로 표현했다. 그는 “남북한 군사 대립 해소를 넘어선 평화 공전은 한민족 번영의 기초”라며 “그러한 기초가 흔들리고 있음을 다시금 자각하게 만든 한 해였다”고 말했다.

두 사건을 겪으면서 정부의 대북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의 ‘안보무능’을 질타하는 데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었다. 햇볕정책 실패론과 함께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탓하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서양사)는 “북한측의 호전적인 태도도 문제지만 대북 문제에 강경일변도로 나간 현 정부의 외교력의 부재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진아 경북대 교수(사학과)는 “남북한이 각자의 내정이익에만 관심을 두면서 결국은 한 그릇인 한반도 자체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예산안 대립 극심

사회 전반적으로 대립과 갈등도 극심했다. 세종시, 4대강 사업을 놓고 정치권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새해 예산안을 놓고 정치권은 드라마같은 난투극을 재현했다. 한미 FTA타결, 새해 예산안 단독 처리는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무상급식, 서울대 법인화 법안 처리, 대학생 학자금 대출 제도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盤根錯節(반근착절)은 이러한 갈등과 정세변화가 심했던 국내외 상황을 비유한 성어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과)는 “국내외적으로 남북관계, 북한의 3대 세습, 외교관계, 정치 사찰, 경제 양극화, 비정규 문제 등은 거의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신희선 숙명여대 교수(의사소통센터)는 반근착절을 선정하면서 “국내외 문제를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서로 갈등하고 충돌하는 난맥상을 보였다”고 이유를 밝혔다.

신중섭 강원대 교수(윤리교육과)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면서 국가 이익이 무엇인지 합의를 찾으려는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새해 전망도 우려가 앞선다. 민문홍 서강대 교수(공공정책대학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도 있지만 올해는 내정이나 외치, 동북아 정세나 북한과의 관계 설정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는 여야와 동북아 세력균형이 크게 바뀔것으로 예상된다”며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리더십의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해”라고 전망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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