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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더백’ 테제의 유효성과 한계, 무엇을 시사할까
‘존더백’ 테제의 유효성과 한계, 무엇을 시사할까
  • 하영준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 연구교수
  • 승인 2010.12.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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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평기]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민족사적 특수성? 탈식민적 해체의 모색’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는 지난 12월 3일(금)∼4일(토)에 ‘민족사적 특수성? 탈식민적 해체의 모색’이라는 주제(Postcolonial Reading of Sonderweg)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학술대회에서 유르겐 코카(J¨u rgen Kocka,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임지현(한양대 교수, 비교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알프 뤼트케(Alf Luedtke, 독일 에어푸르트대학 명예교수), 세바스티안 콘라드(Sebastian Conrad,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한스 뵈덱커(Hans Erich B¨o deker, 독일 막스프랑크역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스테판 버거(Stefan Berger, 영국 맨체스터대학 교수) 등 국내외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학술대회의 취지는 지정학적으로 다양한 ‘민족적 차이’를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데 있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러한 차이들이 서구 중심적 근대 담론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돼왔던 방식에 주목하고, 이러한 ‘민족사적 특수성’ 담론의 해체를 통해서 지정학적 차이를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나라마다 고유한 ‘민족사적 특수성’에 대한 담론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지만, 유독 독일사의 ‘존더백(Sonderweg, 특수한 길)’ 테제가 이번 학술대회에서 중요한 논쟁의 대상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존더백’ 테제는 바이마르 체제의 붕괴와 나치즘의 등장을 설명하기 위한 전후 서독 사회사가들의 이론이다. 이들 사회사가들은 바이마르 체제의 붕괴와 나치즘의 등장을 독일 근대사의 특수성에서 찾고자 했다. 비정상적이고 왜곡된 독일 근대사의 특수한 발전 과정이 나치즘의 등장을 낳았다는 것이다. 독일 근대사의 ‘후진성’과 ‘기형성’을 강조하는 이러한 역사적 특수성에 대한 설명은 ‘근대적 보편’으로서 정상적인 ‘그 무엇’을 전제로 한다. 시민혁명 이래 ‘인민주권’의 기치를 높이 들고 시민적 자유와 평등을 확보해온 서구식 자유주의가 그것이다. 자유민주주의의 보편성 대 나치즘의 특수성이라는 이 등식은 전간기의 독일이 ‘반주변부’ 국가로 간주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서구와 비서구’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결합하게 된다. 독일 역사의 특수한 길 테제가 서구 중심적 근대 담론의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동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역사적 특수성을 설명하는 방식들


이번 학술대회 참가자들은 ‘존더백’ 테제가 ‘서구적 근대’를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모델로 삼는 서구 중심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이것이 지닌 역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기했다. 코카 교수는 「독일 존더백 테제, 수십 년 후: 독일사 논쟁의 회고」라는 기조 발표를 통해서, ‘존더백’ 테제의 서구 중심적 성격을 인정하면서도 이 테제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나치 독일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으로 서구자유민주의가 동시대에 분명 존재했고, 이러한 ‘서구적 근대’와의 비교가 독일 근대사가 나아갔던 ‘특수한 길’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코카 교수에게 ‘존더백’ 테제는 ‘왜 독일이 전체주의, 파시즘 체제로 나아갔는데 반해서, 유사한 조건에 있었던 서구 나라는 그렇지 않았는가’라는 제한된 질문의 제한된 답으로서 여전히 가치를 가지고 있다. ‘존더백’ 테제는 독일이 유럽 파시즘의 주도적 나라였다는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반성적으로 자신의 역사를 성찰하고자 하는 독일 국민을 위한 이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코카 교수의 입장은 학술대회에서 논란이 됐다. 임지현 교수에 따르면, ‘존더백’ 테제는 파시즘의 등장을 전근대적인 독일, ‘그들’의 예외적 문제로 한정시키면서 ‘우리(서구적 근대 또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 속하는 사람들의 도덕적·문화적 자기 성찰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는 홀로코스트’를 가능하게 했던 역사적 연결 고리를 독일 근대사의 ‘특수성’이 아니라 식민지 학살에 작동했던 이데올로기와 제도들의 근대적 기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종족 집단 전체를 절멸시킨다는 발상뿐만 아니라 그것을 생각에 옮긴 ‘금기의 타파’가 식민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면 홀로코스트가 어떤 양상을 띠었을 지를 질문하면서, 식민주의의 근대적 폭력이라는 맥락 속에 홀로코스트를 위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그는 독일사의 특수한 길 테제를 해체하고자 할 뿐만 아니라, ‘정상’이자 ‘보편’으로 간주되는 ‘서구적 근대’의 폭력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임지현 교수의 발표문, 「식민지 근대성인가 존더백인가?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주의에 대한 탈식민적 읽기」은 이러한 ‘서구적 근대’에 대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한국 근대사의 ‘민족사적 특수성’ 담론을 다루었다. 그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수탈론’이 모두 영국 자본주의 발전을 보편적 경로로 설정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주의에 서 있는 인식론적 공범관계임을 밝히고, 자본주의 이행에 대한 주류 마르크스주의 경제사가 기대어 있는 일국사적 시각을 넘어서 자본주의적 근대를 서양과 동양, 중심과 주변, 유럽과 아시아가 서로 얽혀서 같이 만들어 낸 트랜스내셔널한 역사의 산물임을 밝히고자 시도했다.

대안적 근대성 모색의 가능성


임지현 교수의 이러한 접근은 독일의 ‘존더백’ 테제와 마찬가지로 동유럽·중국·일본·러시아·미국 같은 지역의 ‘민족사적 특수성’ 담론이 어떻게 ‘서구적 근대’를 이상화하고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왔는지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서양을 중심에 놓지 않고 차이를 말하는 방법’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토론의 과정에서 일국사적 시각의 전환과 이와 연관된 역사 방법론, 그리고 근대성에 대한 새로운 조망 등 관련된 주제들이 함께 토론됐다. 메트로폴리탄이 식민지에 일방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들 사이의 상호 변형적 관계에 초점을 맞춘 ‘제국적 전환(Imperial Turn)’과, 이러한 접근과 관련된 역사 방법론, 예를 들면 비교사와 ‘전이의 역사(transfer histories)’ 및 ‘뒤엉킨 역사(entangled histories)’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 관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서구적 근대’를 벗어나 ‘다중적 근대성(multiple modernity)’ 같은 대안적 근대성을 사고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영준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HK 연구교수

카리브 지성사 특히 제임스와 윌리엄스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논문으로 「아이티 혁명과 근대성의 ‘구성적 외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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