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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평가는 안 하는 게 최선” … “대학도 연연 말고 특성화 노력해야”
“언론사 평가는 안 하는 게 최선” … “대학도 연연 말고 특성화 노력해야”
  • 권형진 기자
  • 승인 2010.12.13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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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대학평가를 평가한다_ ④개선 방향은 없나

“누구도 쉽게 대안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 평가 전문가에게 언론사 대학평가의 개선 방향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이 평가 전문가는 “언론사 스스로 문제점을 고쳐나가야 하는데 언론사는 그럴 생각이 별로 없고, 대학 역시 언론사 평가 자체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실제로도 그랬다. 언론사 대학평가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교무처장이나 기획처장 몇몇에게 전화를 돌렸으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낫겠다” “다음에 다른 주제로 한번 통화하자”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고 언론사 대학평가가 문제가 없다는 게 아니다. 전국대학교교무처장협의회장을 지낸 박승철 성균관대 교수(화학과)는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하면서 대학 지배력을 굉장히 늘려왔다. 입시홍보 광고도 언론사 평가를 하는 신문사에 다 가는 것 아니냐”라며 “언론사는 고유 업무나 열심히 해야 한다. 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지적했다. 교무처장협의회는 지난해 국가교육과학기술 자문회의와 학부교육 강화 방안에 대해 연속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박 교수가 언론사 대학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말 학부교육을 잘 하는 대학도 다른 대학이랑 섞어서 평가하면 별 볼 일 없는 대학이 돼 버린다. 연구 잘 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클 수 있는 대학, 취업을 잘 시키는 대학, 학부교육을 잘 시키는 대학 등 저마다 가진 다양성이 드러나는 평가가 돼야 하는데 언론사 평가는 그렇지 않다.”

박 교수는 “연구 위주의 대학은 그런 대학들끼리 묶어서 평가하고, 인성교육 잘 하고 취업 잘 시키겠다는 대학은 또 그와 뜻을 같이 하는 대학끼리 평가를 받아야 한다”라며 “대학 스스로도 어느 쪽에 서서 평가를 받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평가 전문가인 배호순 서울여대 교수(교육심리학과)는 “대학이 반대한다고 해서 언론사가 평가 사업을 접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평가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소신껏 대학을 특성화시키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라며 “무조건 반대가 능사는 아니지만 언론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언론사 평가 결과를 대학 홍보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단체 행동을 해서라도 언론사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언론사 평가가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기 위해서는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은 어떤 대학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어떤 대학, 어떤 학과가 거기에 가까운지, 혹은 미진한지를 타당하게 지적해 주는 평가가 돼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평가 전문가뿐 아니라 고등교육 전문가 등 대학인들이 평가에 많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박진배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전기전자공학부)은 “대교협에서 실시하는 평가인증의 기능을 살리고, 대학알리미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이와 함께 대학평가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비영리 기관이 정부 인증을 받아 평가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언론사 대학평가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 있다. 한재민 고려대 기획처장(경영학과)은 “줄 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는데 그것마저 없다면 대학이 어떻게 발전하겠냐”며 “핵심은, 랭킹이 주는 의미를 어떻게 불 것이냐다”라고 말했다. 한 처장은 “왜 몇 등을 했고 다른 대학에 비해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분석해 대학 발전에 활용하면 되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다양하게 평가를 받는데, 기본적으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실시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라고 말했다.

재정지원 사업 평가에 많이 참여했던 이영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대학에서 언론사 대학평가를 보이콧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고, 일단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이 해결책인 것 같다”라며 “언론사 평가는 위쪽을 보고 인증평가는 아래쪽을 보기 때문에 (내년부터 시작되는) 인증평가가 언론사 평가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는 부정적 시각이 많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존 평가가 놓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주는 면도 있다”라며 “언론사 스스로 평가에 사용되는 자료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고 평가를 이용해서 다른 것을 챙겨가는 것 같은 모습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언론사 대학평가를 바꿔야 한다는 교수사회의 문제의식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월 언론사 대학평가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체 연합회’는 대학평가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연속 포럼을 내년초 개최할 계획이다. 협의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진배 의장은 “성명서 발표 이후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데 포럼은 그 첫 번째가 될 것”이라며 “언론사 평가를 포함해 관련된 주체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모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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