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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肉聲] 전통론과 열등감의 보상
[肉聲] 전통론과 열등감의 보상
  • 교수신문
  • 승인 2010.12.0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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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의 홍보에 집착하는 정서도 열등감의 발로일 가능성이 많다.
‘우리 전통문화는 유구하고도 대단한 것인데, 남들이 몰라주니 안타깝고 서글프다.
신속하게 알려서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 홍보욕은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우리 청년들의 로망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이는 1960~70년대의 이른바 안보 논리를 연상케 한다.
지킬 것에 대한 자발적 인식의 물질성이 전제되지 않는 안보 논리가 이데올로기적 억압 기제에 지나지 않았듯이, 그 내용을 정확하고도 구체적으로 인지하지 않거나 못한 상태에서 전통문화 홍보는 한갓된 자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른바 우리 문화의 순수성과 독창성에 대한 집착도 열등감과 무관치 않다.

이 순혈주의를 고집하게 되면, 혹시 아름다운 ‘우리 것’에 대한 그림은 멋지게 그릴 수 있을는지 모르나, 현실에서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거나, 있다 해도 앙상하고 초라한 것이 되고 말 것이다.
“자국문화와 타문화의 구분이 아니라, 그 경계선상 혹은 ‘사이-속’ 공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호미 바바의 주장을 반드시 경청해야 할 것이다.

진경환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교양교육원장, 「전통론과 열등감의 보상」,
『전통-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진경환 등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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